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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제구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03-27 14:51:33
룸은 고작 대 여섯 명 정도밖에 수용을 못하는 크기였는데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들이닥쳤으니 얼마나 비좁을까.

기골이 장대한 남자들은 몸에 문신을 하고 있어 엄청난 위압감을 조성했다.

또한 그들은 바닥에 쓰러진 네 명과는 달리 유상혁의 부하들로서 격투에 능한 고수들이었다.

서태훈은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 두 다리를 벌벌 떨며 애원했다.

“성 대표님! 제 아들 좀 살려주세요!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꺼져!”

성민은 서태훈과 서현우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시선은 어둠 속에서 서현우의 앞을 막고 서있는 홍성에게 향했다. 싸늘하고 음험한 눈빛으로 자신을 죽일 뻔한 여자를 노려보았다.

“너는 서현우의 여자친구야?”

성민이 입술을 핥더니 히죽 웃으며 말했다.

“쟤가 도망자 신세인 건 알아? 너한테 기회를 줄게. 지금 꿇고 사과하면 방금 있었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 앞으로 날 따라.”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주제 파악을 못하는 꼴이란.”

서현우가 담담한 눈빛으로 말했다.

“처리해.”

“하하하...”

그의 말에 성민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올해 들었던 얘기 중에 제일 웃기는군! 서현우, 너는 예전의 서 도련님이 아냐. 아직도 허세를 부려? 군복을 입으니 세상 다 가진 것 같아?”

성민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주머니에서 시가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고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이고 연기를 뱉으며 말을 이었다.

“너한테도 기회를 줄게. 무릎 꿇고 나한테 빌어. 그럼 목숨만은 살려줄게. 아니면...”

성민은 한껏 음산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내년의 오늘이 너와 네 아비의 기일이 될 거야!”

“닥쳐!”

홍성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위협했다.

“이분이 누군 줄 알고 감히 모욕해? 너...”

서현우가 홍성의 어깨를 툭툭 치며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는 굳이 신분을 숨기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서태훈이 있는 자리에서 밝히고 싶지는 않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술에 찌들어 살았던 탓에 이 지경이 되어버린 무책임한 아버지가 만약 그가 남강의 총사령관이라는 사실을 알면 서현우의 신분을 빌어 경거망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현우는 아버지를 없는 셈 쳐도 되었지만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이 아닌가. 그는 서태훈으로 인해 남강 총사령관이라는 직위에 먹칠을 하고 싶지 않았다.

“계속하지 왜? 대본이 부족해?”

성민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대신해줄까? 서씨 가문의 도련님이자 도망자 신세지. 진씨 가문의 원한을 산 서태훈 늙은 개의 개새끼! 어이구, 무서워라!”

잔에 든 술을 마신 성민이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얘기했지. 너희한테 기회를 준다고. 얼른 얌전히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헤헤.”

모든 사람들이 홍성을 보는 눈빛에는 희롱과 탐욕이 담겼다.

이렇게 예쁜 여자는 미녀가 많은 중연시에서도 드물었다. 또한 여리지만은 않은 그녀의 기세에 분명 그녀를 안으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그들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들은 피가 들끓으며 당장이라도 그녀를 안고 싶었다.

서현우가 고개를 저었다.

개미가 주제를 모르고 사람의 다리에 기어올라 이빨을 드러내고 문다면 죽일 수밖에.

“기회를 줘서 고맙긴 한데 나는 당신에게 기회를 줄 생각 없어.”

그는 홍성의 어깨에 올렸던 손을 내렸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서현우가 앞으로 나서서 서태훈의 팔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중 팔에 문신을 한 남자가 그들을 막으려고 했지만 성민이 말했다.

“가게 둬. 이 여자만 남으면 됐어. 밖에 있는 애들한테 서씨 가문의 가주와 도련님 잘 모시라고 해.”

팔에 문신을 한 남자는 그의 말에 히죽 웃으며 길을 터주었다.

서현우와 서태훈은 아무런 저항 없이 룸을 나섰지만 복도에서 의미심장하게 그들을 향해 웃고 있는 노래방 직원들을 발견했다.

“넌 빨리 가!”

서태훈은 서현우의 손을 뿌리치고 그를 한쪽으로 밀치고는 혼자 직원들을 향해 덤비려고 했다.

위협적인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나약함과 공포를 감추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 모든 사람을 상대하여 아들을 무사히 호랑이 굴에서 구출하겠다는 다짐뿐이었다.

서현우는 재빨리 서태훈의 어깨를 잡았다. 조금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무책임한 아버지였지만 마지막에는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진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서현우는 그를 용서할 수는 없었다.

서태훈이 아니었다면 그의 어머니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열 명이 넘는 부하들이 그들을 포위했다.

그들이 손을 쓰기도 전에 룸에서 비명 소리와 물건이 부딪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부하들은 당황한 기색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때 룸의 문이 열리며 홍성이 멀쩡하게 걸어 나왔다.

“여기 정리해.”

말을 마친 서현우는 룸에 들어갔다.

서태훈은 멍하니 있다가 황당한 생각이 들며 얼른 서현우를 따라갔다.

룸에 들어간 그는 가슴이 철렁했다.

좁은 룸 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서태훈은 믿을 수가 없었다.

여리여리한 여자 한 명이 열 명이 넘는 사내들을 해치우다니.

이어 더욱 큰 공포가 그를 엄습했다.

‘망했어! 이곳은 유상혁의 바운더리야. 이들은 유상혁의 부하들이라고!’

유상혁과 척을 지는 건 중연시에서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과도 같았다.

“어서 가... 어서.... 서현우, 너 빨리 가...”

서태훈은 창백해진 안색으로 서현우를 향해 말했다.

“얼른 가라고! 시간 얼마 없어!”

서현우는 그를 신경 쓰지 않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성민은 구석에서 뚱뚱한 몸을 구기고 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공포에 떨고 있었다.

젖은 바지에서 풍기는 술과 지린내가 좁은 룸에 퍼져 구역질이 났다.

서태훈은 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이 정신을 잃은 줄로만 알았지만 성민은 그들이 모두 죽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천사처럼 예쁜 외모를 했지만 잔인한 악마 같은 그 여자가 모두를 죽였다!

서현우가 걸어가 성민의 옆에서 몸을 숙이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성 대표님?”

“아니야! 살려줘! 제발 살려줘! 싫어! 싫어!”

성민은 미친 사람처럼 애걸하며 뚱뚱한 몸으로 날렵하게 서현우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날 죽이지 마요. 제발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힘껏 바닥에 머리를 쾅쾅 찧는 그의 모습에 서현우는 그를 용서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죽음 앞에서 그는 철저히 무너졌다.

“널 죽이지 않을게. 날 유혜린에게 데려가.”

“서현우!”

서태훈이 경악한 표정으로 다급하게 말했다.

“내가 이렇게 부탁하마. 제발 중연시를 떠나! 멀리 떠나라고!”

서현우가 고개를 돌려 서태훈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 돌아와서 다시는 떠날 생각 없어요. 아버지가 못한 일을 내가 하겠다고요! 나영이는 이제 내가 보호해요.”

“너는 유상혁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

서태훈이 발악하듯 소리를 질렀다.

“싸움을 잘하면 뭐? 계란은 바위를 부술 수 없어. 그들 눈에 넌 그저 쓰레기야! 그는 중연시의 하늘이라고!”

서현우는 성민의 옷깃을 잡고 개처럼 질질 끌며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답했다.

“나영이한테 그런 일이 발생한 순간부터 하늘은 이미 무너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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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3-03-27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5화

    엔뉴 호텔은 중연시 서쪽의 비교적 번화한 곳에 있었다.그러나 오늘만큼은 그곳에 아무나 갈 수 없었다.일렬로 무장한 병사들이 주변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들은 감제고지를 전부 점령한 뒤 수십 명의 저격수를 배치했다.502호 방안, 이천용은 서현우의 뒤에 서 있었다. 창문에 비친 그의 눈동자는 하염없이 고요했다.서현우가 퇴위하고 낭연이 피어오르는 건 바꿀 수 없는 일이다.그렇다면 중연시에 피가 강이 되어 흐르는 것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서현우가 장악한 정보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었다. 그는 유상혁이 삼중문의 모든 인원을 집결해 엔뉴 호텔로 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사실상 유상혁은 서현우 하나 죽이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기세를 보여주고 싶은 거다.이 일로 다시 한번 유상혁 자신이 중연시의 하늘임을, 감히 그를 건드리는 사람은 반드시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걸 선포하는 것이다.하지만 이천용은 그 모습이 우스울 뿐이었다.오늘 엔뉴 호텔은 남강의 전쟁터가 될 것이고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다 죽을 것이다.먼 곳, 중연시 총독 천우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다행인지, 슬픔인지, 경멸인지 알 수 없었다.유상혁의 뒷배경은 무시무시했고 중연시 총독인 그조차도 경거망동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그리고 앞으로 상대해야 할 적은 남강의 총사령관, 낭연을 피운 서현우였다!묵묵히 고개를 든 천우성은 갑자기 안도감을 느꼈다.중연시의 하늘이 바뀔 때가 온 것 같다. 같은 시각, 남강 변방 본거지에 분노에 찬 고함이 울려 퍼졌다.홍성을 제외하고 남강 무생군 십이장이 전부 자리에 있었다.그들은 본인의 휴대폰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가 그들의 마음속에서 터져 나왔다.낭연이 피어올랐다.그들의 총사령관이 낭연을 피운 것이다!낭연을 피운 결과가 어떤지 그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누굴까?대체 누구란 말인가!적국이 투항해 담판하고 있는데, 대체 누구 때문에 총사령관이 낭연을

    Last Updated :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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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16화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15화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14화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13화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12화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11화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10화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09화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 만인을 아우르는 군신   제1708화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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