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아!”엔뉴 호텔 502호에서 유혜린의 귀청을 찢을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서나영이 당했던 고문을 유혜린이 똑같이 당하고 있었다.허리를 조르고, 손끝을 바늘로 찌르고, 채찍질한 뒤 소금물을 바르고, 오물을 먹이고, 다리를 찢고...주민식은 구석에 웅크린 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는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감히 도망칠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는 단단히 겁을 먹었다. 심지어 유혜린의 비참한 모습에 속이 메슥거려 토했다.유혜린의 비명에 주민식은 자신이 했던 무력한 위협이 떠올랐다. 얼마나 우습고 가련한가?유혜린은 그제야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낫다는 게 어떤 감각인지 이해했다.“살... 려줘... 살...”조금 전까지 그들을 위협하던 유혜린은 애원하고 있었다.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던 그녀는 이제 울고 있었다.“살려 달라고...”서현우는 눈에 핏발이 서서 눈이 벌겠다. 주먹을 너무 세게 쥐는 바람에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어 갔다.윤혜린을 괴롭혀도 마음이 전혀 편해지지 않았다.대신 당시 동생이 얼마나 괴로웠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내 동생도 빌었겠지.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을 거야.”서현우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네가 걔를 놔줬어? 아니. 내 동생은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만큼 너한테 괴롭힘을 당했어. 그런데 넌 걔를 놔줄 생각이 전혀 없었지.”홍성은 전혀 봐주지 않고 주먹으로 유혜린의 얼굴을 힘껏 가격했다. 유혜린은 얼굴 곳곳이 터져서 피범벅이 되었고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엉망이 되었다.유혜린은 결국 바닥에 쓰러졌고 내쉬는 숨이 많은 데 비해 들이마시는 숨이 적었다.이는 유혜린이 서나영만큼 강인하지 못하다는 걸 의미했다.고문이 끝났을 때는 새벽 한 시였다.서현우는 창문을 가리키며 말했다.“던져.”두 손은 피범벅이 되었지만 홍성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유혜린을 끌고 창가로 향했다.“싫어! 싫어... 살려줘... 난... 죽고 싶지 않아...”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다.죽
날이 밝았지만 서현우의 눈동자에 비친 건 어둠뿐이었다.이 세상에는 불공평한 일, 어쩔 수 없는 일, 비통함과 괴로움이 넘쳐났다.어떤 이들은 견딜 수밖에 없고 어떤 이들은 반항할 권리가 있을 뿐이다.서현우는 창가에 선 채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았다.그의 등 뒤에서는 홍성이 유상혁을 조사한 자료를 읊고 있었다.그리고 마지막에 홍성은 분노에 찬 음성으로 죽어야 마땅한 사람이라고 말했다.죽어야 마땅하다!유상혁은 삼중문을 이용해 중연시에서 수십 년 동안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그가 한 모든 일에서 짙은 피비린내가 났다.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의 손아귀에서 발버둥 치며 애원했을까?유상혁은 똑똑하게도 전혀 의심받지 않았다. 중연시 총독 천우성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그의 약점을 잡지 못했고 매번 잔챙이들만 잡아들였다. 겉으로는 중연시 시민들의 문제를 해결해준 것 같지만 사실상 유상혁은 여전히 법의 제재를 받지 않았다.그는 높은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내려다보면서 자신을 신이라고 여겼다.서현우는 손을 들어 눈 부신 빛을 막았다. 햇빛이 손가락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그의 차가운 눈동자를 비췄다.서현우는 직접 그 하늘을 찢을 생각이었다.어차피 더는 잃을 수 있는 게 없었다.서현우는 고개를 돌렸다.“홍성.”홍성은 진지한 표정이었다.“네.”“낭연을 피우도록 해.”홍성의 동공이 확 수축했다가 커졌다.그녀는 대경실색했다.“총사령관님!”서현우는 평온한 얼굴로 다시 한번 말했다.“낭연을 피워.”홍성은 온몸이 떨렸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괴로움과 분노가 가득했다. 홍성은 서서히 손을 들어 신성한 군례를 했다.“네!”휴대폰을 꺼낸 뒤 홍성은 재빨리 화면을 클릭했고 이내 휴대폰 화면이 검게 물들었다.그 어둠 속에서 카드 한 장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카드 위에는 한 번도 불을 붙여본 적 없는 금빛의 횃불이 있었고 횃불에는 용무늬가 그려져 있었다.홍성은 왼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오른손을 들어 검지를 내밀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중연시에서 낭연을 알 자격이 있는 건 중연시 총독 천우성과 금용 감찰사 이천용 두 명뿐이었다.일곱 번의 종소리가 멈춘 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듯했다.중연시에서 생활하는 사천만 명 시민은 여전히 삶을 위해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10만 중연시 수비군은 이미 집결되기 시작했고 공항, 고속철도, 정류장, 선착장 등 중연시를 떠날 수 있는 모든 통로가 동시에 봉쇄에 들어갔다.이 사건은 거대한 영향을 미쳤다. 중연시는 1급 전투준비태세에 들어갔지만 대외적으로는 적국이 투항을 거절해 이제 곧 전투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중연시는 서남쪽에 위치했고 남강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기에 반드시 전력을 다해 적국의 스파이를 잡아들여야 한다고 했다.조금 소란스러워졌지만 사람들은 모두 이해하고 지지했다.적국이 쳐들어와서 10년 동안 전쟁이 이어졌고 그간 중연시의 수많은 젊은이가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고 돌아오지 못했다.이것은 나라의 원수다.나라의 원수 앞에서 모든 걸 양보해야 했다....중연시 교외, 서씨 집안의 조상님이 물려준 저택.차가 빠른 속도로 달렸다.주민식은 창백한 얼굴로 비틀거렸다. 그는 독기에 가득 찬 눈빛으로 다급히 안으로 들어갔다.“엄마! 엄마!”그는 거실에 앉아서 소리를 지르더니 컵에 물을 따른 뒤 벌컥벌컥 마셨다. 하지만 여전히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떨리며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곧이어 슬립을 입은 주지현이 계단 어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아치형 계단을 따라 우아하게 내려오며 불만스럽게 말했다.“아침부터 왜 땍땍거려?”“엄마, 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주민식은 주지현을 보는 순간 펄쩍 뛰며 말했다.“서현우! 서현우 그 잡놈이 유혜린을 괴롭혀서 죽였어요!”“뭐라고?”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주지현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빛이 멍해졌다. 그녀는 다급히 아래층으로 내려와 말했다.“얼른 말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어젯밤에 저랑 유혜린이 같이 있었는데...”주민식은 이를 악물고 전 과정을 묘사했다.“
엔뉴 호텔은 중연시 서쪽의 비교적 번화한 곳에 있었다.그러나 오늘만큼은 그곳에 아무나 갈 수 없었다.일렬로 무장한 병사들이 주변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들은 감제고지를 전부 점령한 뒤 수십 명의 저격수를 배치했다.502호 방안, 이천용은 서현우의 뒤에 서 있었다. 창문에 비친 그의 눈동자는 하염없이 고요했다.서현우가 퇴위하고 낭연이 피어오르는 건 바꿀 수 없는 일이다.그렇다면 중연시에 피가 강이 되어 흐르는 것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서현우가 장악한 정보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었다. 그는 유상혁이 삼중문의 모든 인원을 집결해 엔뉴 호텔로 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사실상 유상혁은 서현우 하나 죽이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기세를 보여주고 싶은 거다.이 일로 다시 한번 유상혁 자신이 중연시의 하늘임을, 감히 그를 건드리는 사람은 반드시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걸 선포하는 것이다.하지만 이천용은 그 모습이 우스울 뿐이었다.오늘 엔뉴 호텔은 남강의 전쟁터가 될 것이고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다 죽을 것이다.먼 곳, 중연시 총독 천우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다행인지, 슬픔인지, 경멸인지 알 수 없었다.유상혁의 뒷배경은 무시무시했고 중연시 총독인 그조차도 경거망동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그리고 앞으로 상대해야 할 적은 남강의 총사령관, 낭연을 피운 서현우였다!묵묵히 고개를 든 천우성은 갑자기 안도감을 느꼈다.중연시의 하늘이 바뀔 때가 온 것 같다. 같은 시각, 남강 변방 본거지에 분노에 찬 고함이 울려 퍼졌다.홍성을 제외하고 남강 무생군 십이장이 전부 자리에 있었다.그들은 본인의 휴대폰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가 그들의 마음속에서 터져 나왔다.낭연이 피어올랐다.그들의 총사령관이 낭연을 피운 것이다!낭연을 피운 결과가 어떤지 그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누굴까?대체 누구란 말인가!적국이 투항해 담판하고 있는데, 대체 누구 때문에 총사령관이 낭연을
쨍쨍한 햇볕 아래 살기등등한 7백여 명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전부 삼중문의 핵심 구성원이었다.바깥쪽에도 사람이 아주 많았는데 이곳에 나타날 자격이 없는, 신경 쓸 가치가 없는 자들이었다.유상혁은 곧바로 그들이 엔뉴 호텔로 쳐들어가게 한 게 아니라 먼저 담배에 불을 붙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서현우에게 전해. 내 딸을 내놓으라고. 그러면 단숨에 죽여준다고 해.”“네.”복싱 글로버를 끼고 옆에 서 있던 우람한 남자가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갔다.쿵!그런데 바로 그때 한 사람이 호텔 5층 창문에서 떨어져 바닥에 추락했다. 피가 흥건했다.다들 떨어진 사람에게 시선을 모았고 순간 섬뜩해졌다.사람의 형태이긴 했지만 고깃덩이와 별반 차이 없는 모습이었다.“안 돼!”유상혁은 바닥에 엎드린 사람을 빤히 바라보다가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옷차림을 본 그는 그자가 다름 아닌 자기 딸 유혜린이란 걸 보아냈다.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에 유상혁은 눈앞이 아찔했다.엄청난 분노가 마음속에서부터 치솟으면서 두 눈동자가 빨갛게 물들었다.“지금 이순간, 당신은 내가 느낀 분노를 느꼈나?”냉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유상혁의 눈앞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남자 한 명에 여자 한 명, 제복을 입은 그들은 마치 하늘을 받쳐 든 기둥처럼 꼿꼿한 모습이었다.“서현우!”유상혁은 서현우를 노려보며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고함을 질렀다.“어떻게 감히 이런 짓을 할 수 있지?”다음 순간, 삼중문의 사람들이 일제히 모여들어 서현우와 홍성을 겹겹이 에워쌌다.중연시 총독 천우성이 깜짝 놀라 명령을 내리려는데 이천용이 그의 어깨를 쥐었다.“우리는 손 쓸 필요 없습니다. 총사령관님의 복수는 총사령관님 스스로 할 겁니다.”천우성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 딸이 내 여동생을 건드린 순간부터 이 모든 건 정해진 일이었어.”흉악한 인상을 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였지만 서현우와 홍성의 얼굴에는 그 어떤 감정 변화도 없었다.남강의 전쟁터에서 그들은
“하하하... 하하하하...”유상혁은 큰소리로 웃으면서 바보를 보듯 서현우를 보았다.“변변찮은 놈이 감히 내 앞에서 연기를 해? 그것도 남강의 총사령관이라고? 네가 총사령관이면 내가 국주다!”“건방진 놈!”이천용이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 마치 죽은 자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유상혁을 보았다.“감히 국주를 모욕하다니, 죽어 마땅하다!”유상혁은 악랄한 눈빛으로 이천용을 보았다.“당신은 또 무슨 대단한 인물이야?”“난 금용 감찰사 이천용이다!”“하하하하하...”유상혁은 더더욱 방자하게 웃었고 심지어 손뼉까지 쳤다.“재밌네, 재밌어! 쓰레기 같은 놈들, 아직도 내 앞에서 연기를 해? 나 유상혁이 겁먹을 거 같아?”말을 마치자마자 유상혁은 오른손을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삼중문!”“네!”삼중문의 7백여 명이 일제히 대답했다.“오늘 너희 같은 가짜는 물론이고 진짜 남강 총사령관이 왔다고 해도 감히 내 딸을 죽인 놈은 반드시 죽어야 해! 죽여!”“죽여! 죽여! 죽여!”순간 살기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고창은 살의를 불태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총사령관님, 명령을 내려주십쇼!”서현우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하나도 남기지 마!”유상혁이 쩌렁쩌렁 외쳤다.“아주 연기에 푹 빠졌네! 삼중문, 전부 죽여버리고 서현우 하나만 남겨. 난 서현우의 살을 한 점 한 점씩 발라내고 뼈를 조금씩 으스러뜨릴 거야!”“죽여!”삼중문의 사람들이 무기를 높이 든 순간 남강의 십이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들은 맨주먹이었지만 인간의 범주를 초월할 정도로 흉맹했다.그들은 변방에서 차근차근 올라온 지독한 사람들이었기에 그저 동네 건달에 불과한 자들이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한쪽은 격투술, 한쪽은 살인술이었다.화려한 기술 없이 오직 몸만으로 승부를 봤다. 주먹 한 방, 발길질 한 번, 빠르고 정확하며 힘 있는 공격은 아주 치명적이었다.일반인에게 삼중문이 호랑이 같은 존재라면 삼중문은 남강 무생군 십이장에게 양 같은 존재였다.늑대가 양
8월의 무더운 여름날, 아침 열 시라고 해도 햇볕은 쨍쨍하게 자신의 위력을 발하고 있었다.중연시 땅이 건조함과 더위에 휩싸였다.그냥 걷기만 해도 온몸이 땀투성이가 될 정도였다.하지만 지금 유상혁은 마치 엄동설한처럼 온몸이 서늘해져 벌벌 떨고 있었다.총구로 겨눠도 이토록 평온한 태도를 보이는 서현우가 진짜 남강의 총사령관일까?유상혁은 황당하다고 생각했다.“유상혁! 정신차리고 얼른 총 내려!”천우성이 다시 한번 고함을 질렀다.비록 낭연을 피웠기에 서현우는 더 이상 남강 총사령관을 맡을 수 없었지만 만약 서현우가 중연시에서 죽는다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지 차마 상상할 수 없었다.분노에 찬 남강 호위들이 중연시를 전부 평정할지도 모른다.유상혁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는 온몸이 식은땀에 흠뻑 젖었다.삼중문의 살아남은 자들은 전부 겁에 질렸다.그들이... 남강의 총사령관에게 맞섰다는 말인가?단순히 죽음을 자초한다는 말로 형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죽여.”서현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십이장은 다시 도살하기 시작했다.애원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지만 아무도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그들은 전부 두려움에 질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소리쳤다.“총사령관님, 용서해주세요! 저희는 강요당한 겁니다!”“저희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용서해주세요... 유상혁이 저희를 협박했습니다!”“너희들!”유상혁이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렸다.탕!총소리가 울려 퍼졌다.가장 먼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던 사람의 머리에 구멍이 생겼다.붉은색의 무언가가 흘러내렸고 시체가 쓰러졌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두려운 기색이 남아있었다.세상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오직 유상혁의 울부짖음만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감히 용서를 비는 자가 있다면 다 죽여버리겠어! 내가 몇 년 동안 보살펴줬는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감히 날 배신해?”바로 다음 순간, 유상혁의 총구가 다시 서현우에게 향했다. 그는 고함을 지르며 말했다.“남강의 총사령관이면
그는 계속해 큰소리쳤다.“남강 총사령관, 대단하네! 전쟁도 멈추지 않았는데 남강을 지키는 게 아니라 몰래 내륙 도시로 돌아와서 위세를 떨치다니! 그리고 당신들! 남강의 장군인 당신들은 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나 유상혁은 당신들 눈에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도 난 용국의 국민이기도 해. 난 당신들을 감시하고 고발할 권리가 있다고! 당신들은 모두 패가망신하고 군사 법정에 서서 형벌을 받을 거야!”서현우의 눈빛은 처음부터 끝까지 더없이 차분했다.그 차분함 속에는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잔혹함이 깃들어있었다.유상혁을 죽이는 건 간단했다.그러나 그를 쉽게 죽인다면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었다.“기회를 줄게. 당신 배후에 있는 사람을 말해. 말하지 않는다면 죽도록 맞을 거야.”차가운 얼음이나 날카로운 칼날 같은 말에 유상혁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그의 눈동자에 다시금 두려움이 차올랐다.눈앞의 사람은 남강의 총사령관이었다. 시체를 밟고 선 채로 백만 대군을 이끄는 남강의 총사령관 말이다.유상혁이 입을 열지 않자 서현우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다들 내 명령에 따라. 준비!”척척척...총알이 장전되었다.유상혁은 하마터면 정신을 놓을 뻔했다.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넌 날 죽일 수 없어!”서현우의 눈빛은 죽음의 신처럼 냉담했다.“배후를 말해. 세 번 반복하지 않을 거야.”꿀꺽...유상혁은 침을 삼켰다.서현우의 손이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유상혁의 동공이 잘게 떨렸다. 그가 소리쳤다.“넌 날 죽일 수 없어! 난 안정산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어!”서현우의 손이 멈췄다.“누구?”“안정산! 현의문 안정산, 안 신의 말이야!”유상혁이 숨을 거칠게 내쉬며 말했다.“안 신의는 국주께서 친히 적용훈장을 하사했어. 날 죽인다면 안 신의가 진노할 거야!”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유상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서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안정산, 들었지? 당장 나와.”엔뉴 호텔 입구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머리가 하얗게 센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