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이, 얼른 가서 부러진 팔을 이어주렴.”포리는 손가락 하나로 사마귀의 머리를 가볍게 만지고 귀엽게 입을 열었다.이 사마귀는 말을 알아들은 듯 날갯짓을 했다.세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천랑의 부러진 팔뚝에 떨어졌다.이 사마귀는 쌍칼이 매우 예리하고 구기도 보통 사마귀보다 훨씬 크다.사마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부러진 팔의 상처부위를 물었다.동시에 꼬리에서 실밥이 튀어나와 거미처럼 보였다.이 실밥은 그의 두 칼에 걸려 입틀에 물린 곳을 찔렀다.곧이어 두 칼을 휘두르며 수많은 잔상을 남겼다.뇌창은 이를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의 실력으로도 이 사마귀의 속도를 볼 수 없었다.오재훈도 멍하기는 마찬가지다.서현우는 들숨을 내쉬었다.이 사마귀는 뜻밖에도 가장 전문적인 수술 의사처럼 부러진 팔의 상처를 이어주는 것이 빠르고 정확하다.꼬리부분의 실크는 마취작용이 있는듯 혼수상태의 상천랑은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십여 분 동안 사마귀는 부러진 팔을 한 바퀴 돌았다.사마귀가 날개를 펴고 포리의 손에 있는 상자로 날아들어 갈때, 몸의 보라색은 많이 옅어졌고 상자 안에 엎드려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많이 힘들어 보였다.“됐어.”포리는 작은 머리를 쳐들고 교만한 모습을 하고 있다.오재훈과 서현우는 즉시 앞으로 나가 상천랑이 부러진 곳을 자세히 검사했다.완벽하게 연결되었다!부러진 부분에 흰 자국이 한 바퀴 있는 것 외에는 거의 다른 것을 볼 수 없다.자세히 보지 않으면 흰색 무늬 자국만 느껴질 뿐이다.“오래 살고 볼 일이네.”오재훈은 혀를 내둘렀다.직접 보지 않았다면 전혀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사마귀 한 마리가 이런 능력이 있다니!사람보다 더 능숙하고 정확하다니!“이런 사마귀는...... 성지에도 많아?”서현우가 물었다.그러자 포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 이것도 내가 겨우 얻은거야.”그녀의 말에 서현우는 석연했다.많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렇지 않으면 그 성지는 정말 너무 무서운 곳이다
“선천경 다음은 무존경. 말 그대로 무자가 극존인데, 이 차원의 무자는 성국에서도 중간에 속해있어.”포리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즉, 성국의 무자는 대부분 무존경지에 있으며 널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세 사람은 침묵했다.그리고 숨도 가쁘고 심장도 몹시 두근거렸다.충격이라는 두 글자는 그들의 지금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무존이 널렸다니!이 세상에서 군신급 강자는 봉황의 털과 기린의 뿔, 즉 이른바 선천경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무도 9경 중 세 번째 경지에만 존재할 뿐이다.모든 군신급 강자는 어느 나라에 놓아도 중시되어야 할 존재이다.무존경은 선천경을 깔아뭉갤 수 있다.외계에서 천하를 두루 돌아다녀도 충분히 자만할 수 있는 군신급 강자가 그 성지에 서는 널리고 널렸다니!뇌창은 망연자실하기만 했다.그는 아직 군신급에 이르지 않았는데...... .그럼, 어디에 속하는 걸까?“그럼, 황이랑 그 두 사람은 모두 무존경인거지?”서현우가 물었다.“그 두 사람이 무존경의 최강자로 황의 실력과 다름없다고 네가 말했던거 같은데...... .”“정확해.”포리는 고개를 끄덕였다.“황을 포함한 그 세 사람은 모두 무존경의 최강자들이야.”확답을 듣고 서현우는 마음이 씁쓸해졌다.애초에 황이 중상을 입었을 때,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황의 손에서 겨우 살아 남았었다.그리고 황이 포리가 건네준 가짜 향로에 폭파하여 중상을 입고 죽어서야 그의 생사의 위기를 비로소 풀어졌다.도와 멸 두 사람은 먼저 포리의 독에 중독되어 실력이 심하게 압축된 다음에 다시 필사적으로 싸워서야 요행으로 죽였다.생각할 수 록 오금이 저려났다.무존경 최강자들의 진정한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성지에는 이런 사람이 아주 많다.만약 용국으로 처들어온다면 많이도 필요없이 다섯 명만 있으면 돼.겨우 다섯 명!천하의 그 어느 나라라도 맞설 수 없다.“그리고 내 실력은 무존경 초기야.”포리는 자신을 가리키고는 다시 서현우를 가리켰다.“네가 혼수상태에 빠져 수라가 되기
1월의 햇살은 온도가 없을 정도로 춥다.서씨 저택은 어둠을 멀리하고 잠시 밝아졌었지만, 상천랑의 일로 다시 어둠이 내려앉게 되었다.다행히도 상천랑의 팔이 다시 연결되었다.비록 무도의 길을 멈추게 되었지만, 무거운 물건만 들지 않는 이상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서나영은 모든 시간을 상천랑에 쏟아부으며 그를 세심하게 보살폈다.상경은 그날부터 밤낮으로 총을 연습하면서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것 외에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하지만 영지호는 결국 도망쳤다.도무지 그를 찾을 수 없다.모두들 한바탕 화를 참고 있지만 발산할 곳이 없다.진아름은 여전히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서현우가 폐인이 된 후 부터 그녀는 더욱 바빠졌다.그러나 노력이 빛나는 성과를 안겨왔다.클론 기술의 난관이 하나하나 돌파되었다.1월 12일 이 날, 첫 번째 클론 양이 탄생했다.모든 데이터를 수집한 후, 이 양은 맛나게 구워졌다.상천랑은 많이 먹었지만 서나영은 입맛이 없었다.그녀는 좀 피곤해 보였다.상천랑이 관심을 안고 물어도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서태훈과 서현우가 물어도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속에 걱정거리를 숨기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아무도 그녀를 강요할 수 없다.양 한 마리가 어느새 뼈만 덩그러니 남았다.고농도 소주 몇 상자도 한 방울도 남지 않았다.취해야 할 사람은 취하고 잘 사람은 잠에 들었다.밤이 깊어 인적이 없을 때,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는 근심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아마도 겨울비만 알 수 있을 것이다.삼경 무렵, 한 줄기 그림자가 서씨 저택 집에서 날아갔다.상경은 다시 만든 경천총을 들고 감았던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포리다.그녀는 거취가 자유롭다.회용산 뒤가 휑뎅그렁하다.10만 무자가 존재했던 흔적을 남기고 있다.이 무자들은 이미 군단에 편입되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국가 기밀이라 무관자는 탐문할 수도 없다.손을 뻗어도 다섯 손가락이 보이
포리와의 거리가 2미터도 안 된다.그것은 뜻밖에도 흰 옷을 입은 청년 남자였는데, 피부가 눈처럼 하얗다.머리와 눈썹, 모두 흰색이다.눈알마저 하얗다.사람 전체가 매우 병적으로 보이는 것이 마치 불치병에 걸린 것 같다.그러나 바로 이런 병적인 청년 남자를 바라보며 포리의 눈에는 두려움이 잠깐 스쳐지나갔다.그는 포리를 자세히 살펴보고 미소를 지었다.“공주님이 신약문 전승향로를 훔쳐 가출하더니 이 곳에서 너무 오랫동안 머물렀나 봅니다. 변화가 좀 있는거 같은데...... .”포리는 이를 악물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어디 제가 알아맞혀 볼가요? 저 집안에 경맥이 끊어진 개미때문 인가요?”청년 남자는 서씨 저택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쓸데없는 일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던 적이 없지 않습니까?”포리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줄겁니까?”“참 공교롭게도 현양명백의 해독제를 정제한 그중의 한 약재는 제군이 반달전에 전부 국고에 귀속되여 성지 곳곳을 찾아봐도 한그루도 찾지 못합니다. 설사 제가 성계의사에게 부탁한다 하더라도 어렵지요.”“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있을까요?”포리는 크게 노했다.“지금 날 속인거 겁니까?”“어머, 이러시면 신은 억울합니다. 그 진귀한 약재는 조양화라고 하는데, 제군의 여섯 번째 아들이 생사경에 들어갈 것입니다.”포리는 이 말을 듣자 노여움이 가라앉았다.입도경 후가 바로 생사경이다.생사경에서 생사를 나눌 수 있다.조양화는 원래 생사를 건널 수 있는 관건적인 진기인데, 성국의 제군에게 포섭된 여섯 번째 황자를 돕는 데 쓰이는 것은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그런데 이렇게 되면...... .’포리의 눈에 어두운 빛이 번쩍였다.“서현우, 나도 돕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 .”마음이 몹시나 괴로웠지만 포리는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그럼 조건을 바꾸겠습니다.”이 말을 한 후 포리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눈을 감았다.눈앞은 끝없는 어둠과 피다.살육, 배신, 거짓...... .그곳은 지옥
포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집에 한 사람이 없어졌는데도 모두 호흡이 라도 맞춘 듯이 아무도 묻지 않았다.날은 점점 어두워졌다.서현우는 방금 저녁을 먹었는데 천용 군신에서 전보가 왔다.“황성 상공에서 천둥이 울려 정찰기로 봤는데,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것이 보였어. 그리고 정찰기는 겨우 20리 범위에 가까워졌는데 그만 폭발해버렸고.”서현우는 소식에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천용 군신은 길게 말하지 않았지만 모든 말 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두 사람은 황성 상공에서 싸웠는데, 흔들리는 기랑이 20리 범위까지 퍼졌다!20리, 10km!그게 무슨 개념인건가?어떤 강자가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이 두 사람은 어디에서 왔을까? 왜 황성 상공에서 싸우고 있는 걸까?“황성에는 손해가 있습니까?”서현우가 물었다.“천둥과 번개를 제외하고는 아직 어떠한 손상도 초래하지 않았어.”천용 군신은 생각건대 아주 큰 자극을 받았는지 말투에는 막연함이 가득했다.“서현우,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거 아닐까?”서현우는 대답할 수가 없다.그는 그 두 사람이 무슨 연유로, 왜 용국의 황성 상공에 나타났는지, 또 왜 싸웠는지모른다.“전투는 계속되고 있습니까?”서현우가 물었다.“이미 끝났어. 두 사람도 나타나지 않은 것처럼 종적을 감췄어.”“소식이 있으면 다시 연락하세요.”“그래.”서현우는 전화를 끊고 홍성에게 말했다.“포리 찾아.”홍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황급히 갔다.하룻밤은 그냥 이렇게 지나갔다.홍성은 돌아왔지만 포리는 소식이 없었다.그녀는 마치 인간 세상에서 증발한 것처럼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서현우는 머리가 아파났다.포리까지 포함하여 이 사람들은 모두 평범한 범주를 넘어섰다.영지호도 천라지망 속에서 소리 없이 떠날 수 있으니 포리에게는 더욱 쉬운일 이다.누워서 떡 먹기나 다름없는 일이다.‘어디서 찾지?’자기도 모르게 서현우는 조금 후회했다.급하게 포리를 쫓아내서는 안 되었다.그러나 서현우는 천열문이 올 것이라고 추측했고 자신이
중영밤은 바람도 등불도 하나 같이 쓸쓸해 보인다.서나영은 패딩 점퍼를 입고 온몸에 땀이날 정도로 달렸다.길가에 택시를 타고서야 한숨을 돌렸다.밤중에 중영 서쪽 교외의 한 마을에 도착했다.차비를 내고 서나영은 차에서 내렸다.찬바람이 불어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옷을 꼭 껴안았다.가로등이 희미하고 어두워 많이 비치지 않았다.나뭇가지 끝이 흔들리는 것이 마치 귀신의 그림자 같다.행인이 적어 가끔 지나가는 사람은 호기심에 예쁘고 젊은 그녀를 훑어보았다.마을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가 드물다.서나영은 숨을 내쉬며 멀지 않은 곳에 켜진 네온사인을 쳐다보았다.서유모델 네 글자가 보이는데, 세워의 풍파를 겪어서 인지 낡아 보인다.그녀는 다리를 들고 걸어가려고 했는데 더러운 냄새가 코 끝을 자극했다.사람이 그런건지 개가 그런건지...... .복도는 어두웠고 서나영은 손에 도자기병을 쥐고 이렇게 계단을 올라갔다.2층에 녹슨 철문이 열려 있고 유리문도 열려 있으며 분홍색 불빛이 쏟아져 나왔다.서나영이 들어가자 한 중년 여성이 이불을 싸고 카운터 뒤의 침대에 앉아 휴대폰을 놀고 있었다.여자는 고개를 들어 서나영을 쳐다보며 멍하니 있다가 물었다.“아가씨, 하룻밤 묵을거야?”“누구 좀 찾으러 왔는데요...... .”서나영은 이 초라한 여관을 살펴보고 있다.공기 중에 옅은 곰팡이 냄새가 난다.“제 친구가 208호실에 있습니다.”“아, 그 아가씨.”중년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왼쪽으로 돌면 가장 안쪽의 방이 보일거야.”“감사합니다.”서나영은 인사를 하고 중년여성의 인도에 따라 마지막 방문앞에 도착했다.문가에 2093자가 표시되어 있는데 벽보와 마찬가지로 모두 곰팡이가 슬었다.서나영은 손에 든 도자기병을 꽉 조이고 다른 한 손으로 문을 두드렸다.곧 방문이 열렸다.소유연이 바로 서나영의 눈앞에 나타났다.“유연아...... .”서나영은 그녀를 가볍게 부르며 기분이 좀 복잡했다.소유연은 서나영의 호칭을 다시 바로잡지 않고 차분히 바라
날이 밝아지면서 납 구름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여전히 음산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이러한 환경 속에서 서현우는 아주 잘 자고 있다.왠지 모르겠지만 그는 예전 보다 잠이 많아지고 잠을 탐하게 되었다.예전에는 항상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이 움직이고 멈출 수도, 내려놓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경맥이 끊어진 후 그는 필적할 수 없는 실력을 잃었고 몸도 백배는 약해졌다.이에 따라 수면의 질이 오히려 좋아진 것일 수도 있다.가끔 꿈에서 양갈래 머리를 한 솔이가 한걸음에 달려와 안기는 장면 외에는 다른 꿈을 꾸지 않았다.일어나서 날씨를 확인하더니 서현우는 옷을 두껍게 입었다.문을 밀고 나오면서 서현우는 마당에서 천천히 손발을 움직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상천랑도 왔다.그는 옅은 청색 수염이 약간 나 있어 매우 차분해 보이는 이미지로 바뀌었다.“현우 도련님, 잘 주무셨어요?”상천랑은 서현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끊어진 팔을 다시 이은 후 회복은 많이 되었지만 힘을 쓸 수는 없다.하지만 다행히도 손가락은 구부릴 수 있다.상천랑은 이것만으로도 기뻐하고 있다.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서현우가 물었다.상천랑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입을 열었다.“나영이한테 고백하고 싶어.”그러자 서현우는 웃으며 말했다.“예전이라면 난 아마 널 때렸을 거야”상천랑은 눈이 번쩍 뜨이며 되물었다.“지금은?”“지금은 뇌창보고 대신 좀 때리라고 하면 돼.”그러자 기대에 찬 상천랑의 얼굴은 순간 어두워졌다.‘네 동생 살리려고 팔까지 부러졌는데, 고백도 하면 안 돼?’“입대해.”서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남강으로 가면 내가 추천서 써줄 수 있어. 진국 군신의 아들이면 적어도 병장부터 할 수 있을 거야.”“그래.”상천랑은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그냥 이병부터 시작할래. 아니면 낙하산
엄동설한에 하늘을 찌를 듯한 큰 나무 하나가 비바람을 막고 있다.포리는 하얀 두 다리를 흔들며 팔과 굵기가 비슷한 나무 가장 귀에 앉아 있다.그리고 그녀는 서나영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너도 가?”“나도 좀 데리고 가. 네 말 잘 따를게...... .”포리는 서씨 저택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 서나영과 낯설지 않았다.서나영은 포리에 대해 좋은 마음을 지니고 있다.상천랑의 팔은 그녀의 도움으로 이어졌다고 서현우한테서 들었기 때문이다.기술이 얼마나 대단하면 마치 부러진 적이 없었다는 듯이 잘 이어졌다.포리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만히 있는 소유연을 한 번 보고 입을 삐죽거렸다.“내가 널 꼬셨다고 네 오빠가 알게 된다면, 아마 날 죽이려고 할걸?”서나영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포리를 지그시 바라보기만 했다.서나영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했다.“그래! 다 같이 가자! 너 하나 더 많아진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포리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 해바라기씨를 까먹고 나뭇가지에서 뛰어 내려 앞으로 다가갔다.“근데, 명심해! 그곳으로 가게 되면 귀만 열고 입은 꾹 다물고 있어! 만일 하나 누구한테 미움을 사게 되면 난 널 모르는 척할 거야.”“그리고 내 독술은 너한테 맡기지 않을 거야. 유연이는 너보다 독해서 연습으로 익힐 수 있는데, 넌 그만큼 독하지 않아 너한테 맡길 수 없어.”“아직 가보지 못한 맛집도 많은데......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어.”“아니다...... 그때가 되면 용국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참, 너 요리 솜씨가 좋지? 앞으로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줘...... .”포리는 두 사람을 앞장서서 걸으며 한참을 중얼거렸다.그리고 소유연과 서나영은 그 뒤를 묵묵히 따르고 있었다.세 사람은 그렇게 점점 용국에서 멀어져갔다.과학 기술의 발전에는 아직도 큰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시스템과 무인 정찰기도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이렇게 큰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