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영밤은 바람도 등불도 하나 같이 쓸쓸해 보인다.서나영은 패딩 점퍼를 입고 온몸에 땀이날 정도로 달렸다.길가에 택시를 타고서야 한숨을 돌렸다.밤중에 중영 서쪽 교외의 한 마을에 도착했다.차비를 내고 서나영은 차에서 내렸다.찬바람이 불어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옷을 꼭 껴안았다.가로등이 희미하고 어두워 많이 비치지 않았다.나뭇가지 끝이 흔들리는 것이 마치 귀신의 그림자 같다.행인이 적어 가끔 지나가는 사람은 호기심에 예쁘고 젊은 그녀를 훑어보았다.마을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가 드물다.서나영은 숨을 내쉬며 멀지 않은 곳에 켜진 네온사인을 쳐다보았다.서유모델 네 글자가 보이는데, 세워의 풍파를 겪어서 인지 낡아 보인다.그녀는 다리를 들고 걸어가려고 했는데 더러운 냄새가 코 끝을 자극했다.사람이 그런건지 개가 그런건지...... .복도는 어두웠고 서나영은 손에 도자기병을 쥐고 이렇게 계단을 올라갔다.2층에 녹슨 철문이 열려 있고 유리문도 열려 있으며 분홍색 불빛이 쏟아져 나왔다.서나영이 들어가자 한 중년 여성이 이불을 싸고 카운터 뒤의 침대에 앉아 휴대폰을 놀고 있었다.여자는 고개를 들어 서나영을 쳐다보며 멍하니 있다가 물었다.“아가씨, 하룻밤 묵을거야?”“누구 좀 찾으러 왔는데요...... .”서나영은 이 초라한 여관을 살펴보고 있다.공기 중에 옅은 곰팡이 냄새가 난다.“제 친구가 208호실에 있습니다.”“아, 그 아가씨.”중년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왼쪽으로 돌면 가장 안쪽의 방이 보일거야.”“감사합니다.”서나영은 인사를 하고 중년여성의 인도에 따라 마지막 방문앞에 도착했다.문가에 2093자가 표시되어 있는데 벽보와 마찬가지로 모두 곰팡이가 슬었다.서나영은 손에 든 도자기병을 꽉 조이고 다른 한 손으로 문을 두드렸다.곧 방문이 열렸다.소유연이 바로 서나영의 눈앞에 나타났다.“유연아...... .”서나영은 그녀를 가볍게 부르며 기분이 좀 복잡했다.소유연은 서나영의 호칭을 다시 바로잡지 않고 차분히 바라
날이 밝아지면서 납 구름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여전히 음산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이러한 환경 속에서 서현우는 아주 잘 자고 있다.왠지 모르겠지만 그는 예전 보다 잠이 많아지고 잠을 탐하게 되었다.예전에는 항상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이 움직이고 멈출 수도, 내려놓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경맥이 끊어진 후 그는 필적할 수 없는 실력을 잃었고 몸도 백배는 약해졌다.이에 따라 수면의 질이 오히려 좋아진 것일 수도 있다.가끔 꿈에서 양갈래 머리를 한 솔이가 한걸음에 달려와 안기는 장면 외에는 다른 꿈을 꾸지 않았다.일어나서 날씨를 확인하더니 서현우는 옷을 두껍게 입었다.문을 밀고 나오면서 서현우는 마당에서 천천히 손발을 움직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상천랑도 왔다.그는 옅은 청색 수염이 약간 나 있어 매우 차분해 보이는 이미지로 바뀌었다.“현우 도련님, 잘 주무셨어요?”상천랑은 서현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끊어진 팔을 다시 이은 후 회복은 많이 되었지만 힘을 쓸 수는 없다.하지만 다행히도 손가락은 구부릴 수 있다.상천랑은 이것만으로도 기뻐하고 있다.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서현우가 물었다.상천랑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입을 열었다.“나영이한테 고백하고 싶어.”그러자 서현우는 웃으며 말했다.“예전이라면 난 아마 널 때렸을 거야”상천랑은 눈이 번쩍 뜨이며 되물었다.“지금은?”“지금은 뇌창보고 대신 좀 때리라고 하면 돼.”그러자 기대에 찬 상천랑의 얼굴은 순간 어두워졌다.‘네 동생 살리려고 팔까지 부러졌는데, 고백도 하면 안 돼?’“입대해.”서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남강으로 가면 내가 추천서 써줄 수 있어. 진국 군신의 아들이면 적어도 병장부터 할 수 있을 거야.”“그래.”상천랑은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그냥 이병부터 시작할래. 아니면 낙하산
엄동설한에 하늘을 찌를 듯한 큰 나무 하나가 비바람을 막고 있다.포리는 하얀 두 다리를 흔들며 팔과 굵기가 비슷한 나무 가장 귀에 앉아 있다.그리고 그녀는 서나영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너도 가?”“나도 좀 데리고 가. 네 말 잘 따를게...... .”포리는 서씨 저택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 서나영과 낯설지 않았다.서나영은 포리에 대해 좋은 마음을 지니고 있다.상천랑의 팔은 그녀의 도움으로 이어졌다고 서현우한테서 들었기 때문이다.기술이 얼마나 대단하면 마치 부러진 적이 없었다는 듯이 잘 이어졌다.포리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만히 있는 소유연을 한 번 보고 입을 삐죽거렸다.“내가 널 꼬셨다고 네 오빠가 알게 된다면, 아마 날 죽이려고 할걸?”서나영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포리를 지그시 바라보기만 했다.서나영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했다.“그래! 다 같이 가자! 너 하나 더 많아진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포리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 해바라기씨를 까먹고 나뭇가지에서 뛰어 내려 앞으로 다가갔다.“근데, 명심해! 그곳으로 가게 되면 귀만 열고 입은 꾹 다물고 있어! 만일 하나 누구한테 미움을 사게 되면 난 널 모르는 척할 거야.”“그리고 내 독술은 너한테 맡기지 않을 거야. 유연이는 너보다 독해서 연습으로 익힐 수 있는데, 넌 그만큼 독하지 않아 너한테 맡길 수 없어.”“아직 가보지 못한 맛집도 많은데......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어.”“아니다...... 그때가 되면 용국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참, 너 요리 솜씨가 좋지? 앞으로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줘...... .”포리는 두 사람을 앞장서서 걸으며 한참을 중얼거렸다.그리고 소유연과 서나영은 그 뒤를 묵묵히 따르고 있었다.세 사람은 그렇게 점점 용국에서 멀어져갔다.과학 기술의 발전에는 아직도 큰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시스템과 무인 정찰기도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이렇게 큰
“국주님, 영지호 일행은 S8913 항공을 타고 이미 금용 공항에 도착했다고 합니다!”“국주님, 영지호 일행이 이미 국택시를 타고 황성을 향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차량번호는 144 더4589입니다.”“국주님, 영지호 일행은 이미 황성 동문에 도착했다고...... .”영지호는 행방을 가리지 않았기에 오는 내내 소식이 눈송이처럼 용천범의 귀에 전해졌다.용천범은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실은 마음은 엄청 무겁고 힘들었다.그는 한 세대의 명주가 되려고 다짐했던 사람이었다.심지어 옛 군왕을 초월하여 천하의 제일이 되려고 마음마저 먹었었다.역사에 오래오래 남을 위대한 인물이 되고 싶었다.그래서 그는 20여 년 영지호의 아버지 호지영이 반란을 일으킨 후부터 모든 권리를 앗아오려고 노력해 왔다.그리고 그는 마침내 해냈다.그러나 웅대한 포부를 펼치지도 전에 이 세상에는 결코 넘어설 수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그 사람들은 포리처럼 독한 독술을 지니고 있어 홀로의 힘으로 한 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다.또한 황보다 더 강한 무자가 있어 한 주먹으로 산을 무너뜨릴 수도 바다를 갈라놓을 수도 있다.이것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신화전설과 별 차이가 없다.이러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꽉 차자 그는 상이라고 엎고 싶었다.하지만 용국의 모든 국민으로도 그들을 당해낼 수 없다.아무리 영명하고 신무적이여도 정력을 다해 용국을 다스리려 제일 강국으로 만들려고 하려고 해도 결국은 무용지물이다.그래서 그는 망연자실하기 시작했다.자신이 한 그 모든 것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나뿐인 딸까지 잃어버리고 말이다.비록 후회막심하지만, 그는 절대 내색하지 않을 것이다.한 나라의 주인으로 반드시 체면을 세워야 한다.“차 대기 시켜.”용천범은 일어나서 담담하게 말했다.“직접 보러 가야겠어.”“그건 안 됩니다.”천용 군신은 그들을 만나러 가겠다고 하는 국주의 소리를 듣고 아연실색했다.그 사람들의 실력은 말로 설명할 수
진은 고막이 떨리고 머리에서 윙윙거리는 것만 느꼈다.눈, 코, 입, 귀에서 모두 선혈이 흘러나왔다.넋이 나간 채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영지호는 그에 비해 더욱 심각한 편이다.실력이 가장 약한 그인지라 오장육부에 균열이 생겼다.그는 눈앞이 캄캄해졌는데, 경솔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그리고 어쩌면 이대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용천범과 천용 군신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천용 군신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맞은편에 피를 토하고 있는 다섯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심지어 감히 고개를 들어 하늘도 보지 못했다.‘누구지?’‘어디 있는 거지?’‘국주님마저 나으리라고 부르는 그의 존재는 뭐지?’‘설마 그날 황성 상공에서 싸운 사람 중 한 명인가?’‘용국 국민인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인가?’‘왜 용국을 돕고 있는 거지?’천용 군신은 이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곧 모든 생각을 뒤로 한 채 기쁨과 깊은 황공함만 남았다.“꺼져!”라고 외친 사람은 여전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흩날리는 눈보라 속에서 칼날처럼 차갑지만 매우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돌아가서 군천열에게 전해! 용국의 용맥은 수월부에서 접수했으니, 앞으로 천열문 그 누구도 용국에 발을 들여놓아서는 아니된다! 만약 이 말을 어기 시에는 천열문의 역사도 이로 종을 치게 될 것이야!”수월부 이 세 글자에 용천범도 천용 군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하지만 두 사람과 달리 천열문 다섯 사람과 영지호는 놀라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수월부 나으리가 이곳에 잊을 줄은 몰랐습니다! 소인이 잘못했으니 부디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나으리의 말씀에 명심하고 따르겠습니다!”진은 떨리는 소리로 말을 마치고 깊이 절을 하고는 몸을 돌려 갔다.처음에 이곳에 도착했을 때, 살계를 펼치겠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이다. 한편, 영지호는 그냥 누워서 잠시 쉬고 싶었다.하지만 눕는 순간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황성 동문 아래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천용 군신의 입을 통해 서현우의 귀로 전해졌다.천용 군신과의 통화를 마친 서현우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천열문에서 온 사람들의 실력은 황 보다 차원이 더 높을 것이다.그러나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나으리”라는 존재는 단지 “꺼져”라는 두 글자로 그들로 하여금 피를 내뿜게 하였다.‘그럼, 그 사람의 실력은 또 얼마나 강할 것인가?’‘입도경 이겠지?’서현우는 처마 밑에 서서 가랑비가 내리는 바깥을 보며 옷을 바짝 조였다.과학 기술의 발전은 이미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이 세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게 했다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이제야 세상이 닿지 않는 곳에 신마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생각해보면, 민간 전설의 신화 귀담은 오래 전부터 이어내려 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사고는 용맥에 이르렀다.모든 사람들의 인식에서 이른바 룡맥이란 사실 산맥의 추세가 용처럼 기운이 있다는 뜻이 있지만 허무맹랑하다.전반적으로 말하면 용맥은 명당을 대표할 뿐이다.‘용맥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고?’‘용맥을 어떻게 바치지?’‘어떻게 얻지?’‘아니면 우리가 알고 있는 용맥이 아닌가?’“멋지다! 세상아...... .”서현우는 중얼거리며 손바닥을 들어 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그는 문을 닫고 비바람을 모두 문밖으로 막았다.“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용국은 천열문에서 온 사람들이 놀라 도망간 이후 안정을 되찾은 듯했다.현대화 도시에서는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허망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사람도 있다.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추위는 여전하다.집집마다 붉은 등롱을 높이 걸려있다.불꽃놀이가 번화한 도시를 찬란하게 빛내고 있다.폭죽 소리가 연기와 화기를 한아름에 안겨왔다.거리 도처에 새해의 기쁨이 넘쳐흐르고 있다.다들 설을 쇠려고 한자리에 모였다.이번 해는 결코 시끌벅적한 편은 아니지만 썰렁하지도 않다.다만 사람이 좀 적어지고
진 어르신의 장례는 장례식장에서 거행되었다.온 사람이 많지 않아 썰렁하기 그지없었다.진개해와 조순자는 상주 옷을 입고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진개산은 나타나지 않았다.진요기는 얼굴이 망가져 줄곧 회복할수 없어 금용 황씨 가문의 버림받은 후 종적을 감추었다.진개군도 진백소도 나타나지 않았다.진개국과 진원은 요양원에 누워 스스로 생활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자연히 올 수 없었다.장례식이 끝난 후, 진 어르신은 한 줌의 재가 되어버렸다.유골항아리는 가장 좋은 공동묘지에 묻혔다.새 비석은 무수한 옛 비석 속에 우뚝 솟아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전반적으로 말하자면, 진 어르신은 무병으로 돌아가신 셈이니 슬픈 일 만은 아니다.그래서 진아름은 너무 슬퍼할 필요도 없었고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그녀는 또 바쁜 연구에 정신을 몰두했다.솔이를 위해서...... 서현우를 위해서...... .그녀는 생물학이라는 길이 남편과 딸에게 새로운 생명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믿는다.보란 듯이 성과도 뛰어나고 말이다.생물학은 방대한 명제로서 모든 연구는 각 업종에 응용될 수 있다.그게 재앙일 수도 있고 복일 수도 있는데, 관건은 운용하는 사람이 도덕적 마지노선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서현우는 진아름에 대해 여전히 믿음이 강하다.그리고 그도 가만히 있지 않고 귀신 기담이 담긴 책을 많이 찾아 보았다.소일 거리라고 생각해도 좋다.“수라”에 대한 모든 정보도 찾고 있었다.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그래서 서현우는 아예 책을 접어 버렸다.그는 뇌창을 천남성으로 보냈다.호정식 무관도 가능한 한 빨리 완전히 장악해야 한다.최윤정쪽도 아주 순조로웠다.영양액의 대리권을 얻데 되어 도륜상맹을 위해 큰 공을 세웠기에 이미 천남성에서 금용총부로 전근되였다.홍성의 정보망도 이미 중영, 천남성, 천양성, 천부성을 향해 번졌다.남주 4개 성은 곧 하나로 연결될 것이라고 믿는다.다행히도 서현우는 지금 한가한 사람이라고 이런 배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비록 큰
‘정말로 윤하가 여기까지 왔네...... .’눈앞에 묘계 특유의 복식을 입고 바람이 불자 방울이 낭랑하게 울리는 소녀를 보면서 서현우는 저도 모르게 묘계 땅에 있었던 그 짧디짧은 2~3일의 시간이 떠올랐다.근데 이 요정 같은 소녀가 왜 갑자기 묘계 땅을 떠나 밖으로 나온 걸까?“현우 오빠.”윤하는 서현우를 만나자마자 떨리던 마음과 두려움이 사라졌다.그러나 희끗해진 서현우의 머리카락을 보고 가슴이 또 다시 미어졌다.“윤하야, 먼저 들어가자. 춥지?”“홍성, 윤하라고 하는데, 내 생명의 은인이야. 네가 먼저 대신 좀 돌봐주고 있어. 그리고 당분간 지낼 방도 준비해줘.”“네!”홍성은 윤하가 서현우의 은인이라는 말을 듣고, 즉시 이 순수한 소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빙그레 웃으며 앞으로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홍성이라고 하는데, 괜찮으시면 저 보고 언니라고 해도 돼요. 먼저방으로 안내해드릴게요.”윤하는 서현우를 바라보았다.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윤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고마워요, 언니. 당분간 신세 좀 질게요.”“언니라고 했으니, 내가 말 놓을게.”“네.”홍성은 윤하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서현우는 임진을 바라보며 말했다.“들어가서 차라도 한 잔 하시죠.”임진은 고개를 저었다.“저도 그러고 싶은데, 그럴만한 팔자가 아닌가 봅니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예요!”“요즘 중영에 별일 없죠?”“네...... 사소한 일만 있고 큰 일은 없어요.”그 후 두 사람은 각자 침묵했다.“아버지 일은...... 자랑스러워할 겁니다.”서현우가 먼저 어색함을 깼다.임진은 태연하게 웃었다.“위로 올라가고 싶지 않아요? 그 실력이라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요.”임진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냥 순찰총국 있을 래요. 중영 시민들을 위해 움직이는게 좋아요.”“그럼, 그만 가볼게요. 앞으로 제가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달려와서 신세 져도 되죠? 들어가서 쉬세요.”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