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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화 우스운 꼴을 보다

원래 주인이라는 말에 권하윤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케빈 씨가 정말 민재혁 쪽 사람이었어요?”

“네.”

민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재혁네 식구의 야심은 늘 하늘을 찔렀다. 심지어 여자라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희박한 시영도, 그녀의 아버지가 회사에서 세력이 있다는 이유로 경계 대상에 올렸으니 말이다.

때문에 시영이 경호원을 필요로 할 때 기회를 틈 타 자기 쪽 사람인 케빈을 붙였던 거다.

하윤은 방금 알게 된 사실에 말을 잃었다.

“그러니까, 케빈 씨는 처음부터 목적을 가지고 언니한테 접근했다는 뜻인가요?”

“네.”

시영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민씨 집안 식구들이 아무리 서로 견제한다 해도 저와 나이가 비슷한 어린 아이까지 견제할 필요는 없었을 거예요. 그러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민용재가 대단하다는 거죠.”

게다가 케빈은 어찌나 시영의 마음에 들게 행동했는지 시영의 곁에 붙여진 첫날부터 믿음을 얻었다.

말수가 적었지만 시영이 필요할 때 언제나 제때에 나타났으니까.

심지어 바삐 보내는 시영의 아버지보다, 매일 고객 대접하느라 자리를 비우는 시영의 어머니보다 케빈이 시영의 곁에 더 많이 있어 주었다.

그래서 시영도 케빈에게 의지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 사이, 케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앳된 목소리로 ‘케빈 오빠, 저 배고파요.’, ‘케빈 오빠 저 혼자 자기 무서워요.’라며 조잘대던 어린 아이는 풋풋한 소녀로 자라났다.

‘케빈, 이 옷 예뻐?’

‘케빈, 나 립스틱 없어졌어.’

‘케빈 이 지퍼 좀 올려 줘’

하지만 새초롬하던 소녀의 말투가 끝내 처절한 비명으로 변해 버렸다.

‘케빈, 살려줘…….’

‘살려줘…….’

시영은 잊고 싶은 기억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눈을 질끈 감더니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한 번 배신한 사람인데 도준 오빠라고 배신 못할까요? 그래도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으니까 알고 싶어요. 그래서 대신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는 거고요.”

집념 가득한 시영의 모습은 답을 찾으려고 애쓰던 자기 자신과 겹쳐 보여서일까? 하윤은 결국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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