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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버릴 수 없는 그림자

거실 안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사이, 그 앞에 반듯하게 앉아 있는 여자는 왠지 어딘가 정신이 팔려 있는 듯했다.

“시영 언니.”

하윤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민시영은 여상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윤 씨, 인사도 없이 와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저 아무 일도 없었는데요, 뭘. 그러는 언니야 말로, 회사 일로 바쁜데 어떻게 저 보러 왔어요?”

싱긋 웃으며 묻는 말에, 시영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그게…….”

언제나 자신감 넘치던 시영에게서 처음 보는 망설이는 듯한 표정에 하윤이 놀란 듯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큰 일은 아니고.”

시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을 손에 들며 눈을 내리 깔았다.

“케빈이 실형을 선고 받았대요.”

“뭐라고요?”

충격적인 사실에 하윤의 눈이 둥그레졌다.

“언제요?”

“얼마 안 돼요. 이틀 정도 됐나?”

분명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검푸른 다크서클과 흰자를 가득 메운 핏발을 보면 시영이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어진 대화에서 하윤은 케빈이 자수한 탓에 감옥에 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민재혁이 꾸민 짓을 모두 증언하고 민재혁과 추형탁이 꾸민 작당을 모두 실토한 것 때문에.

“그래도 어찌 보면 좋은 일을 한 건데. 케빈이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이 일은 아마 더 오래 끌었을 거야 할 거예요.”

‘증거?’

‘그 증거들 모두 시영 언니가 모은 거 아닌가? 왜 케빈 씨가 제출한 게 됐지?’

하윤은 잠깐 의아했지만 곧바로 어렴풋이 답을 찾았다.

하지만 언제나 눈치 빨랐던 시영은 그런 하윤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7년 형을 선고 받았대요. 사실 7년도 그리 긴 시간은 아니죠. 아마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 거예요. 내가 꼬마였을 때 케빈이 내 곁에 있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벌써 십년도 넘게 흘렀으니.”

케빈과 시영이 어릴 때부터 함께 커왔다는 건 하윤도 진작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케빈이 민용재 쪽 사람이라는 걸 들었을 때 충격이 컸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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