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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도준을 차단하다

병실 문을 닫고 손에 있는 쪽지를 다급하게 펼쳐 보려고 돌아선 순간, 등 뒤에서 기다리던 한민혁과 그대로 맞닥뜨리고 말았다.

민혁은 한참 동안 기다렸는지 하윤을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하며 손에 들려 있던 핸드폰을 건넸다.

“도준 형 전화예요.”

민도준의 이름을 듣는 순간, 물에 빠진 듯 숨이 막혀 하윤은 손에 든 쪽지를 꽉 움켜 쥐었다.

“싫어요.”

짤막한 한 마디를 남긴 채 돌아서는 하윤을 보며 민혁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이내 정신을 차린 듯 전화 건너편에 상황 설명을 하며 하윤의 뒤를 따랐다.

“도준 형, 하윤 씨가 받기 싫대.”

“나도 귀 안 멀었어.”

전화 건너편에서 나지막한 남자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래, 나도 알지. 아니면 내가 좀 설득해 볼까?”

“필요 없어.”

“뚜뚜뚜…….”

뚝 끊긴 전화와 어느새 사라진 하윤이 떠난 방향을 번갈아 보던 민혁은 지친 마음을 달래며 이내 달리기 시작했다.

“좀만 기다려요!”

한편, 하윤은 겨우 따돌린 한민혁이 따라붙을까 봐 건네받은 쪽지를 얼른 펼쳐 보았다.

그 위에는 단지 ‘일기’라는 두 글자만 적혀 있었다.

그걸 보니 주민수가 저한테 딸 번호를 넘겨준 게 증언을 들으라는 뜻이 아니라 주림의 일기를 받으라는 뜻인 걸 깨닳았다.

마침내 진전이 생기자 며칠 동안 답답했던 하윤은 마침내 숨통이 트였다.

‘그런데 어떻게 사람들 몰래 그 일기를 손에 넣지?’

……

돌아가는 길에 민혁은 조잘조잘 한참 동안 얘기했다. 냉전 상태인 하윤과 도준의 관계회복을 위해 도움을 주려는 의지가 다분했다.

하지만 민혁이 아무리 입이 마르도록 조잘대도 하윤은 좀처럼 마음을 풀지 않았다.

결국 민혁은 비굴하게 사정했다.

“정 안 되면 도준 형 차단만 풀면 안 돼요? 그것만이라도 좋을 것 같은데.”

그날 이후로 하윤은 도준의 연락처를 차단했다.

그건 짜증을 내는 것도, 관심을 갈구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혼자만 어릿광대처럼 도준에게 끌려 다니기 싫어서였다.

차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며 하윤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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