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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8화 삐지다

전화를 끊은 조관성이 고개를 돌렸을 때, 민도준은 이제 막 지옥문을 나선 저승사자처럼 또 뭐가 불만인지 표정을 잔뜩 구기고 있었다.

그 모습에 조관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도준과 손을 잡은 것을 또 다시 후회했다. 이로써 벌써 101번째 후회하는 거다.

“추형탁 쪽 일은 이미 대충 끝난 것 같고, 공씨 집안은 아직 껍데기가 남았는데, 앞으로 어쩔 생각입니까?”

황혼 무렵, 불그스름한 햇빛이 남자의 눈에서 번뜩이는 날카로운 빛을 덜어주었다.

“해원에서는 조 국장님이 실세인데, 제가 낄 자리가 어디 있습니까? 게다가 해원과 경성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데, 제가 먹고 싶어도 어디 먹을 수야 있어야죠.”

조관성은 도준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민 사장님 식욕이 뛰어나다는 걸 제가 어디 하루이틀 안 줄 압니까? 이제 와서 겸손한 척하다니.”

도준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뭐, 먹으려면 먹을 수는 있지만 또 싸움을 해야 하는 게 번거로워서요.”

“민 사장님도 번거로운 걸 꺼릴 때가 다 있네요?”

조관성이 의외라는 듯 말하자 도준이 피식 웃었다.

“힘이 남아 나질 않아서요. 집안 문제 때문에 자리를 오래 비울 수도 없고.”

“…….”

할 말을 잃어 잠깐 동안 침묵을 지키던 조관성은 도준을 꿰뚫어 보려는 듯 위아래로 훑었다.

솔직히 도준의 성격이라면 당연히 공씨 가문을 손에 넣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양보를 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공씨 집안 일은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판 새로 깔 타이밍에 재벌가가 또 끼어들어 권세를 휘두르는 건 원하지 않거든요. 민 사장님이 나서서 그들을 눌러준다면 걱정도 줄어들 테고.”

도준은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다.

조관성이 차에서 내리자 도준은 다시 핸드폰을 꺼내 들고 잠시 고민하다가 다이얼을 눌렀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의 번호는 또 차단 당해버렸다.

‘쯧, 또 삐졌네.’

……

경성.

도준과 전화 통화를 하고 난 뒤 아무리 해도 시원치 않던 하윤의 마음은 도준의 연락처를 차단하고 나서야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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