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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장벽

권하윤은 확신을 할 수 없어 다시 한번 확인했다.

“뭐라고요?”

“복수 하라고.”

싱긋 웃으며 내뱉은 도준의 말에 하윤은 오히려 할 말을 잃었다.

그때 도준이 하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시간을 줘. 내가 공은채 심장을 다른 거로 바꾸어 줄 때까지.”

말이 간단하지 거부 반응이 심한 심장 수술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무엇보다 수술 전에 이식 상대를 찾고 약도 먹으며 수술 준비를 해야 하는데 공은채가 순순히 협조할 리가 없었다.

하윤의 걱정에 도준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공을 꽤 들이긴 해야지.”

이윽고 하윤의 코를 살짝 잡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자기 달래는 것과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도준의 태도에 하윤은 그의 진심을 알아내려고 빤히 훑었다.

그러자 도준은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선심 쓰듯 얼굴을 하윤 앞으로 바짝 들이 밀었다.

하지만 도준의 속내를 그렇게 쉽게 읽어낼 수 있다면 하윤도 그간 그렇게 고생하지는 않았을 거다.

오히려 궁금증만 남긴 하윤은 의아한 듯 되물었다.

“심장을 다시 바꾸면 공은채가 죽어도 괜찮아요?”

도준은 여상스럽게 웃으며 손으로 하윤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자기야, 내가 신경 쓰는 건 오직 자기뿐이야. 그러니까 화 풀어, 응?”

왠지 모르게 하윤은 가슴이 저렸다.

그건 자기 때문인지 도준 때문인지 하윤도 알 수 없었다.

솔직히 하윤이 도준이라도 자기 가족의 유일한 흔적을 지우겠다는 요구에 쉽게 승낙하지 못했을 거다.

만약 공은채가 협조를 해서 도준 어머니의 심장을 빼낸다 할지라도, 그건 하윤이 직접 도준 어머니의 유일한 혈통을 망가뜨리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하윤과 도준이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는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기 가족이 죽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어 답답할 노릇이었다.

도준은 그런 하윤의 속내를 파헤치기라도 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

‘또 미안해하네.’

동의하지 않으면 늑대 새끼처럼 당장이라도 도준의 살점을 물어 뜯을 것처럼 달려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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