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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저를 뭘로 본 거예요?

욕실의 물소리는 도준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빨리 멈췄다.

솔직히 하윤이 샤워를 핑계로 안에서 시간을 끌다가 한참 뒤에야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나오다니 실로 놀라웠다.

‘뭐 그래도 많이 착해졌네.’

그렇게 생각하니 순간 결혼한 것도 꽤 좋은 것 같았다.

도준이 한창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욕실 문이 열리면서 안에 몰려 있던 습한 물안개도 함께 흘러나왔다.

목욕 타월로 몸을 감싼 채 나온 하윤을 본 순간, 도준의 목 울대는 저도 모르게 꿀렁거렸다.

하윤은 대충 말린 머리를 어깨에 드리운 채 침대를 쓱 훑어보더니 도준의 가슴을 훑었다.

침대 쪽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몸에 두른 타월이 점점 느슨해져 살짝 건드리기라도 하면 그 아래에 있는 광경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도준이 손을 벋기도 전에 하윤이 몸을 숙였다.

하윤이 무엇을 하려는 지 깨달은 도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하윤의 머리를 잡아 들어 올렸다.

“뭐 하는 거야?”

하윤은 도준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시중을 들려는 거잖아요. 제가 응당 해야 하는 거 아니었어요?”

순간 팍 식은 도준은 화가 나다 못해 웃음이 새어 나왔다.

“복수를 도와달라고 이러는 거야?”

하윤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제가 뭐라 하든 안 믿을 거잖아요.”

“하, 그래. 좋아.”

도준은 연신 좋아라는 두 글자를 중얼대더니 하윤을 삼켜버릴 듯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나는 하윤 씨를 아내로 생각하는데, 하윤 씨한테 나는 고작 거래에 불과하다 이거야?”

하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훤히 드러난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동작만으로도 이게 바로 하윤의 생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도준은 이내 입꼬리를 올렸다.

“거래라면 나도 사양할 거 없겠네.”

하윤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가슴에 찬 바람이 불어 왔다.

힘껏 잡아당긴 목욕 타월은 하윤의 새하얀 피부에 붉은 자국을 남겼고, 따끔거리는 고통도 함께 선사했다.

하윤을 누르는 힘은 마치 그녀를 침대에 박제하기라도 할 것처럼 강렬했다. 하지만 하윤은 반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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