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끝 연애 시작

이혼 끝 연애 시작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1-20
에:  김의연  완성
언어: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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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26 평가. 26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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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을 지속된 이진과 윤이건의 계약 결혼. 결혼생활 동안 윤이건은 자기 아내가 못생기고 나약한 여자라는 것밖에 아는 것이 없었다. “사인해, 우리 이혼하자!” 무뚝뚝하게 말한 남자의 대답에 아무 미련 없이 “그래요.”를 대답하던 이진. 사인을 하는 순간 모든 게 끝난 듯 입꼬리를 씩 올리는데…….한순간의 판단으로 아내와 이혼한 윤이건에게 열린 고생길, 그는 과연 아내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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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3년의 혼약

“이진 씨, 계약 기간 만료됐습니다. 도련님께서 이혼 서류에 사인하라고 하셨습니다.”윤씨 가문 저택, 이진은 세상만사 귀찮다는 듯 거실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었다.높이 상투처럼 틀어 질끈 맨 머리, 흐릿한 눈동자, 가무잡잡한데다 누렇기까지 한 피부에 좁쌀처럼게 나있는 주근깨, 젊은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중년 여성의 모습을 하고서 말이다.그리고 옆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이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집사가 건네온 서류를 펼쳐보았다.“3년이란 시간이 참 빠르네요.”집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뭐라도 말해야 이진이 사인을 하려나 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솔직히 이진이 이대로 떠난다는 게 조금 아쉽기는 했다. 물론 외모와 신분이 자기 집 도련님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마음씨만은 곱다고 여겨왔으니.그런데 웬걸. 자금만치3년이라는 세월 동안 윤씨 가문 사모님으로 지낸 사람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혼 서류에 사인하는 게 아니겠는가?“지난 3년간 감사했습니다.”사인을 마친 서류와 펜을 집사에게 넘긴 뒤 이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남편 윤이건과 3년을 함께 지내왔지만 부부의 정이라 할 것도 없었다. 신혼 첫날밤에도 두 사람은 그저 멀뚱멀뚱 앉아 꼬박 밤을 새웠으니 말이다.그 뒤로 두 사람은 한 지붕 아래 다른 방에서 각각 생활을 했고 서로 마주쳐도 겨우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만 나눴을 뿐 그게 끝이었다. 물론 지난 3년간 남편이라는 사람과 얼굴도 한번 제대로 서로 마주치지 않고 지냈다지만 집사는 언제나 그녀를 살갑게 대해줬다.“너무 내외하시네요. 짐은 제가 다 싸두었으니 한번 확인해 보세요. 만약…….”“괜찮아요.”집사는 순간 멈칫 하면 이진을 바라보았다.오늘 이진이 평소보다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고분고분하며 고개도 쳐들지 않았는데 지금 모습은 아예 다른 사람처럼 행동했다.괜찮다는 듯 손을 저으며 눈을 마주치는 것도 모자라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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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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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서형
질질끌지않고 빨리 완결해서좋음
2024-06-14 22:49:0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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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sm420
여주가 당당한게 좋아요~~
2024-04-11 13: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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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
굿 17화까지 재밌네요. 충전후 ㄱ ㄱ
2024-03-06 08:09:4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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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히힛혜
유연서 또 이진한테무슨짓 할려고!!
2023-12-08 12: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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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희
재미있어요 계속 쪽쭉 읽어져요
2023-10-21 13:59:2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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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영
재미는 있어요 하지만 너무 빨리 끝나 속상합니다
2023-09-19 17: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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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
여자의 반전과 이후의 전남편의 후회가 좋네요
2023-09-15 06:54:3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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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
너무 재미있어요 ^^
2023-09-13 20:46:1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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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히힛혜
에고 또다시 윤이건한테 실망감도컸고 다시 제자리 걸음..
2023-09-12 01:54:4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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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min Lee
다른 책에 비해 문장이 다듬어진 편입니다. 여자가 메인인 것도 이채롭고 재미있어요
2023-09-09 14:41:2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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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후
점점 흥미롭고 여주가 넘 많은재주가 있넹 ㅎㅎ
2023-09-06 08:37:2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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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현 (내안에나)
진짜사랑을 깨닫는글
2023-09-05 1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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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성
재미있게 잘 읽어보면서 후편을 기다려 봅니다
2023-09-03 20:35:2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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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너무재미게 보고있어요
2023-08-31 23:13:4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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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진
너무 재밌게 잘보고 있습니다.
2023-08-18 09: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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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챕터

제1화 3년의 혼약

“이진 씨, 계약 기간 만료됐습니다. 도련님께서 이혼 서류에 사인하라고 하셨습니다.”윤씨 가문 저택, 이진은 세상만사 귀찮다는 듯 거실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었다.높이 상투처럼 틀어 질끈 맨 머리, 흐릿한 눈동자, 가무잡잡한데다 누렇기까지 한 피부에 좁쌀처럼게 나있는 주근깨, 젊은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중년 여성의 모습을 하고서 말이다.그리고 옆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이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집사가 건네온 서류를 펼쳐보았다.“3년이란 시간이 참 빠르네요.”집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뭐라도 말해야 이진이 사인을 하려나 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솔직히 이진이 이대로 떠난다는 게 조금 아쉽기는 했다. 물론 외모와 신분이 자기 집 도련님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마음씨만은 곱다고 여겨왔으니.그런데 웬걸. 자금만치3년이라는 세월 동안 윤씨 가문 사모님으로 지낸 사람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혼 서류에 사인하는 게 아니겠는가?“지난 3년간 감사했습니다.”사인을 마친 서류와 펜을 집사에게 넘긴 뒤 이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남편 윤이건과 3년을 함께 지내왔지만 부부의 정이라 할 것도 없었다. 신혼 첫날밤에도 두 사람은 그저 멀뚱멀뚱 앉아 꼬박 밤을 새웠으니 말이다.그 뒤로 두 사람은 한 지붕 아래 다른 방에서 각각 생활을 했고 서로 마주쳐도 겨우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만 나눴을 뿐 그게 끝이었다. 물론 지난 3년간 남편이라는 사람과 얼굴도 한번 제대로 서로 마주치지 않고 지냈다지만 집사는 언제나 그녀를 살갑게 대해줬다.“너무 내외하시네요. 짐은 제가 다 싸두었으니 한번 확인해 보세요. 만약…….”“괜찮아요.”집사는 순간 멈칫 하면 이진을 바라보았다.오늘 이진이 평소보다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고분고분하며 고개도 쳐들지 않았는데 지금 모습은 아예 다른 사람처럼 행동했다.괜찮다는 듯 손을 저으며 눈을 마주치는 것도 모자라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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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 여자 재밌네

A 시의 번화한 거리에 위치한 팰리스 호텔.케빈은 호텔 문 앞에 차를 세우고는 옆에 줄지어 선 차량을 흘깃 스쳐봤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을 줄이야.”“사람이 적으면 재미없잖아.”낮게 중얼거리는 케빈의 말에 이진은 눈을 천천히 뜨면서 의자에서 몸을 뗐다. 곧이어 뻐근한 목을 몇 번 움직이고 차 문을 열고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호텔 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붐볐다. 저마다 제각각인 표정을 한 사람들은 대충 자리를 차지하고 착석한듯했다. 오히려 구매자 측 주인공인 이진이 맨 마지막에 현장에 도착했다.호텔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그녀는 천천히 화장실 문을 나서 파티장으로 향했다. 종아리까지 드리운 긴 드레스는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더욱 부각시켰고 전문가 손길을 거치지 않은 머리는 그저 자연스럽게 풀어진 채로 어깨 위에 드리웠다.입가에 피어난 미소 덕에 그렇게 차가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장미에 가시처럼 거리감이 느껴졌다.그리고 그 시각 홀에 앉아 있는 또 다른 남자가 사람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YS 그룹 윤이건이었다.한창 다른 회사 대표와 서로 얘기를 주고받던 그때, 주위에서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순간 사람들이 감탄하는 주인공에게 눈빛이 고정되었다.‘저 사람이 나랑 조금 전에 이혼한 이진이라고?’물론 용모와 몸매가 바뀌었지만 윤이건은 상대가 이진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겉모습은 그렇다 쳐도 완전히 달라진 여자의 분위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결혼생활 3년 동안 눈빛 한번 제대로 맞추지 못하던 여자였는데 눈앞의 여자는 턱을 살짝 쳐들고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은연중에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그동안 외모도 성격도 숨겨왔던 거야? 이게 진짜 모습이고?’머릿속에서 고개를 쳐든 그녀 생각에 윤이건은 눈썹을 치켜뜨더니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재밌네.’윤이건의 눈빛을 눈치채지 못한 이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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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MC 대표

이진은 샴페인 잔을 든 손에 힘을 주더니 눈을 예쁘게 깜박거렸다.“무슨 뜻이야?”“무슨 뜻이긴, 언니가 이제 윤씨 가문과 아무 사이도 아닌데 윤씨 가문의 이름으로 이런 파티에 참석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이 말이지.”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A 시에서 한가락 한다 하는 대단한 인물들이다.그들은 윤씨와 이씨 두 가문이 3년 전 깜짝 결혼을 발표할 때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혼도 결혼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급작스러울 줄이야. 아무런 소리 소문 없이 이렇게 끝날 줄이야.솔직히 이영의 말이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헛소문이겠거니 의심만 했었다 그런데 방금 전 한 마디로 인해 이혼은 사실이 되었다.“이씨 가문 둘째 아가씨 말도 맞죠. 이미 이혼했으면서 윤씨 가문의 이름을 등에 업고 나타나다니.”“3년 동안 긁어낸 것 가지고는 아직 부족한가 보죠. 지난 3년을 한번 돌아봐요. 이씨 가문 사업이 얼마나 잘 됐나…….”주위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에 이진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오히려 이영이 깨고소해하는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날 뿐이었다.그리고 그 시각 그곳과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윤이건은 입을 꾹 다문 채 어두운 눈으로 이진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듣지 못한 게 아니다. 그저 3년간 자신을 감쪽같이 속여온 여자가 대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왜? 내가 틀린 말 했어?”이진에게서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이영은 자기가 상대의 아픈 곳을 찔렀다고 생각했는지 우쭐했다.“아니면, 아직도 윤 대표님과 이혼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거야? 설마 목숨이라도…….”이영은 팔짱을 낀 채 점점 신나서 떠들어댔다.이진의 예쁘장한 얼굴을 보고 그녀가 윤이건과 부부였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마음 한구석에 겹겹이 쌓아두었던 분노와 시기가 끝내 폭발한 거다.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샴페인의 그녀의 얼굴에 뿌려졌다. 순간 떠들썩하던 홀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이진은 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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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내 목적이 뭘 것 같아?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갓 파티장에 도착한 이기태와 백윤정은 무대 위의 사람을 확인한 순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이영도 자신의 우스운 꼴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저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있을 뿐 이제는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축축하게 젖은 끈적한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어 초라하고 우스웠다.이 모든 걸 윤이건은 묵묵히 지켜봤다. 샴페인 잔을 든 손에서 슬쩍슬쩍 퍼런 핏줄이 불룩 튀어나왔고 눈은 가늘어졌다.‘이진, 대체 내가 모르는 비밀이 얼마나 있는 거야?’그래도 3년간 함께 지내온 전처인데 그녀에 대해 아는 게 이렇게 없으리라 생각지도 못했다.무대 위에서 턱을 살짝 쳐들고 있는 여자를 보고 있자니 윤이건은 눈썹이 일그러졌다.“안녕하세요. 다시 한번 소개하죠. 저는 AMC 대표 이진입니다. 오늘 AMC와 GN 그룹의 인수합병 파티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무대 위에서 얘기하고 있는 이진의 표정과 자태는 무척 적절했다. 충격에 굳어버린 이 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입가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그녀는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이진의 말이 들려오자 파티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제서야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그들은 베일에 싸여 있는 회사의 대표가 이 씨 가문 큰딸이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자기 집 회사를 인수하다니 대체 뭐 하자는 건지.아니나 다를까 백윤정이 이기태의 팔을 잡아당기며 무대 쪽으로 걸어갔다.일그러진 얼굴 때문에 짙게 바른 파운데이션이 주름 사이에 끼어 있었다. 표정을 보니 그녀가 얼마나 화났을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도 있었다.“이진, 대체 뭐 하자는 거야? 네가 윤 대표랑 이혼하고 기분이 안 좋은 건 알겠는데. 인수 합병이 애들 소꿉장난인 줄 알아?”이진은 무대 아래에 서 있는 자신의 계모, 백윤정을 빤히 쳐다봤다.오늘날의 GN그룹은 이진의 친어머니가 직접 설립한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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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우리 아직 이혼 안 했어

마지막 한 마디를 이진은 이를 악문 채 한 글자 한 글자 피를 토해내듯 토해냈다.“이…… 불효막심한 년!”이기태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언제나 고분고분하던 큰딸이 이런 배신을 할 거라고는 또 이렇게 미쳐 날 뀔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하지만 그 모습을 본 이진은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과찬이시네요. 남은 시간 동안 노후 문제나 천천히 생각하시는 게 어때요?”“너! 너!”불효막심한 딸의 태도에 화가 날 대로 난 이기태는 끝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다가가 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진의 뺨을 내려치기 전에 누군가에 의해 손목이 붙잡혔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이진의 계모 백윤정이었다.“이진아, 우리 한 식구잖니.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네 아버지가 지난 몇 년간 너를 얼마나 그리워했다고. 혹시 아줌마 때문에 그러는 거면 아버지 오해하지 마.”이기태를 부축하며 사정하는 백윤정의 모습은 얼마나 처연한지 사람들의 동정을 자아냈다.“그래요. 이진 대표님 같은 식구끼리 홧김에라도 그런 말 하지 마세요.”“그러게요. 그런데 이 대표님은 어쩜 이렇게 복도 많으신지. 따님이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줘서 대견하겠어요.”불쌍한 척하는 백윤정의 연기가 잘 먹혀 들었는지 그녀를 도와 말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그때, 입구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어 확인해 보니 방금 끌려나간 이영이 다시 나타난 거였다.‘경호원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이진은 보기 드물게 얼굴에 인상을 썼다.하지만 이영은 어느새 무대 아래까지 달려왔다.“아빠, 괜찮아요?”이기태를 잠시 걱정하던 그녀는 고개를 홱 들어 이진을 째려봤다.“나를 쫓아내고 술을 뿌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하다 하다 연세가 있으신 아빠한테까지 그렇게 악독하게 굴어야 해? 아빠가 널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하셨는데!”‘날 키웠다고?’이진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상황이 우습고 같잖았다. 한 집식구가 모여 그녀와 대치하는 모습이 참 가관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저 사람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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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관계자 외엔 모두 나가주세요

그 시각.“유연서요?”차에 오른 이진은 마침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더니 귀에 익은 이름을 듣는 순간 입꼬리를 씩 올렸다.만약 그녀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유연서는 윤이건이 사랑하는 상대다. 그녀와 결혼한 지난 몇 년간 윤이건이 매일이다시피 병원에 찾아갔던 그의 빛과도 같은 존재.그런데 그 유연서가 자기가 맡을 환자가 됐다니 세상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방금 전 아직 이혼 서류에 사인하지 않았다고 말하던 윤이건의 말이 생각나 이진은 몸을 떨었다.‘윤이건의 옛사랑을 구해주라고?’손가락으로 턱을 톡톡 두드리던 이진은 뭔가 좋은 수라도 생각난 듯 눈을 반짝였다. 상대에게 이혼을 요구할 좋은 수가 떠오른 것이다.그리고 무심결에 백미러로 그녀의 모습을 본 케빈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보스가 이렇게 웃는다는 건 누군가 재수 없을 거란 예고인데 그 불쌍한 상대가 누구일지 궁금했다.그 시각 병원.빠른 걸음으로 유연서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 도착한 윤이건은 지금껏 본 적 없는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건 오빠, 왔어?”침대에 누워있던 유연서는 윤이건을 보는 순간 가슴속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거렸다.그리고 순간 뭔가 생각난 듯 입술을 꽉 깨물며 팔을 들어 올렸다. 넓은 환자복이 쭉 흘러내리며 드러난 팔에는 흉측한 화상 자국이 보였다.“움직이지 마.”그 모습에 윤이건은 가슴이 아팠는지 다급히 다가오며 수척한 유연서를 위해 이불을 덮어주었다.눈에 드리운 차가움도 그 화상 자국을 보는 순간 미안함으로 뒤바뀌었다.그때 유연서가 그를 구해주려고 나서지만 않았어도 이런 흉측한 상처가 나지는 않았을 텐데.“의사 선생님이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 너 아직 몸이 약한데 이렇게 갑자기 움직이면 안 돼…….”나직한 소리와 걱정 가득한 눈빛에 윤이건이 아직도 미안해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자 유연서는 그제야 윤이건 몰래 입꼬리를 씩 올렸다.“다른 사람이라면 내가 이러지도 않아…… 오빠라서 이러는 거지…….”윤이건이 병문안 온 이 기회에 더 가까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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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마음속에 일어난 잔잔한 물결

병원 관계자들은 이진의 성격을 모두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다가가기 쉬운 성격이 매번 일에 열중할 때면 차갑게 변하곤 했으니.유연서가 뭐라도 말을 꺼내 분위기를 호전시키려던 그때 이진의 축객령을 받은 윤이건은 눈을 번뜩이더니 이내 몸을 돌려 나갔다.곧이어 수술 예약 시간에 맞춰 유연서는 수술실로 옮겨졌다.그 뒤를 따라 들어간 이진은 아무런 잡생각도 하지 않았다. 수술 과정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었다. 매번 봐도 놀라운 실력에 이번에도 어시와 간호사들은 모두 감탄을 자아냈다.그리고 그 시각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는 틈에 윤이건은 다른 간호사들에게 이진에 관해 캐묻고 있었다. 복잡 미묘한 감정 때문에 결국 참지 못했다.“평소 병원에 오시지 않으세요. 하지만 해결하지 못하는 건만 있으면 언제나 제일 먼저 달려와서 해결하십니다.”윤이건의 잘생긴 얼굴을 본 간호사들은 한마디라도 더 해보려는 듯 아주 상세하게 설명했다.하지만 이진을 입에 올리는 순간 오히려 더 기뻐하는 눈치였다. 마치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라도 하는 듯 눈이 반짝였다.“맞아요. 의술이 뛰어난 건 두말할 것도 없고 평소에도 저희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요. 저희하고 다 친해요.”몇몇 간호사들은 윤이건의 물음에 대답하는 듯싶더니 저들끼리 신나서 대화했다.그리고 그 시각 윤이건은 수술실 앞에 쓰인 글을 빤히 쳐다봤다.[집도의: 이안.]순간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두 사람이 결혼한 3년 동안 그는 이진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고 공기처럼 대했다.하지만 고작 하루 사이에 그 상대가 외모와 성격 심지어는 신분까지 완전히 바뀐 사람으로 나타났다.‘대체 나한테 얼마나 더 숨기고 있었던 거야?’수술은 장장 5시간 동안 지속됐다. 수술실 불이 켜진지 한참이 지나서야 수술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그리고 수술실 안에서 나온 이진은 마스크와 일회용 수술복을 벗은 뒤 지친 얼굴을 드러냈다.순간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하면서 앞으로 다가간 윤이건은 지금 자기가 느끼는 감정이 뭔지조차 몰랐다.“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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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설마 사람 헷갈렸나?

윤이건의 표정을 보아하니 오늘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엘리베이터도 타지 못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5시간 동안 이어진 수술 때문에 이진은 설명할 힘조차 없어 귀찮은 듯 옷을 위로 들어 허리에 난 큰 화상 자국을 훤히 드러냈다.“윤 대표님, 제 의술을 의심하지 마세요. 뜨거운 물에 데인 것과 불에 탄 화상은 엄연히 다릅니다. 제가 그걸 헷갈릴 가능성은 더욱 없고요.”충격을 받은 윤이건의 표정을 무시한 채 이진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이제 아시겠어요? 대비가 선명하죠? 이거야말로 불에 탄 화상이에요. 유연서 씨 상처는 뜨거운 물에 데인 거고요.”이진은 말하면서 허리에 나 있는 화상 자국을 가리켰다.“이 화상은 언제 생긴 거지?”윤이건의 뇌리에 갑자기 뭔가 언뜻 스쳐 지났다.“어릴 적에 생긴 상처예요. 윤 대표님이 제 어린 시절에 흥미를 가질 줄은 몰랐네요.”생각하고 나니 웃음이 났다. 눈앞의 남자와 부부로 지냈는데 그 앞에서 살을 드러내는 것이 오늘이 처음이라는 게.그 시각 윤이건은 이진의 얼굴을 보고 있던 눈빛을 그녀의 허리 쪽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그 흉터를 보는 순간 눈을 떼지 못했다.그는 입을 꾹 다문 채로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의술의 의자도 모르는 그가 봐도 두 상처가 다르다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유연서의 흉터가 불에 탄 화상이 아니라니. 그날의 불길 속에서 들려오던 고통 섞인 절규가 아직도 명확한데, 그때 맡았던 옷 타는 냄새와 피부가 타는 냄새가 아직도 명확해 마음이 미어질 듯 아픈데. 그때의 여자애를 설마 착각했었나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방금 전 봤던 유연서의 모습과 지금 눈앞에 있는 이진의 모습을 보자 이상한 무언가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왔다.이 일을 어떻게 헷갈릴 수 있을까? 어떻게 사람을 착각할 수 있을까? 그는 반드시 그때의 일을 다시 알아봐야 했다. 그때 목숨을 바쳐 자기를 구해주던 여자애가 누구인지.이진은 윤이건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아무런 흔들림도 없었다.“설명 끝났으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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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자기야 혹시 부끄러워?

이진은 윤이건에게 더 이상 말 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그녀가 향한 곳은 윤씨 가문 별장이었다.오늘 아침 너무 기쁜 나머지 집을 나서기 전 짐도 열어보지 않은 터라 떨어트린 물건이라도 있나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이진이 돌아오자 집사는 환한 표정으로 그녀를 맞았다. 하지만 그녀가 짐을 가지러 왔다는 걸 알자 곧바로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작은 사모님, 저희 도련님과는 정말…….”“김 집사님, 그렇게 얘기하셔도 소용없어요.”이진은 집사에게 싱긋 웃고는 2층 객실로 향했다.그래도 3년간 살았던 공간이라서 그런지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이 고작 짧은 한순간 사라질 감정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그런데 그녀가 남은 물건을 정리하려던 그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 가는데?”체념한 듯 몸을 돌린 그녀 눈에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윤이건이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문에 기대어 그녀를 보고 있었다.“평소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시던 분이 이 시간에 집에 나타날 줄은 몰랐네요.”이진의 냉소를 무시한 채 윤이건은 아까 전에 했던 얘기를 계속했다.“지금 우리의 혼인 관계가 끝난 게 아니기에 나갈 수 없어.”그 말에 이진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하루 사이에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윤이건이 낯설기까지 했다.“그리고 객실 짐이 모두 빠진 걸 확인했을 테니 오늘은 침실에서 자.”윤이건의 담담한 표정을 보자 이진은 어이없는 듯 풉- 웃음을 터뜨렸고 이내 손에 든 물건들을 빈 침대 위에 던져버렸다.3년을 참았는데 겨우 3개월을 못 참을까!하지만 그날 밤, 침실 침대에 누워있던 이진은 윤이건이 욕실에서 걸어 나오는 걸 보는 순간 자기 결정을 후회했다.젖은 머리에서 떨어진 물방울은 남자의 근육을 따라 천천히 흘러 내리다가 허리에 두른 타월 사이로 스며들며 사라졌다.“옷, 옷 좀 입어요.”무심하게 머리를 털던 윤이건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멈칫하더니 이진의 눈길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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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맛이 느껴져

“작은 사모님…….”2층에서 내려오는 사이 메이드들을 지나칠 때마다 이진은 꼭 이 호칭을 한 번씩 들었다. 발로 생각을 해도 그들이 누구 명령을 따랐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아무 잘못도 없는 메이드들한테 화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그저 주방에서 달걀 프라이를 하면서 그 달걀을 윤이건이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미쳤어! 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쳤어.”“왜? 어제 안고만 자서 실망했나?”그때 등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진은 화들짝 놀라 펄쩍 뛰었다. 그 바람에 하마터면 프라이팬에 있는 달걀프라이를 떨굴 뻔했다.“이봐요! 좀 그렇게 갑자기 사람 뒤에 나타나지 않으면 안 돼요?”몸을 돌리자 눈앞에 보이는 윤이건의 얼굴에 이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분명 둘 다 원했던 이혼이었는데 그 당사자가 하루 이틀 미루며 이혼서류에 사인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매번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이상한 행동을 해대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자기야 섭섭하네. 내가 뒤에 있는 게 나빠 아니면 자기가 나 없는 틈에 내 흉을 보는 게 더 나빠?”윤이건은 이진을 빤히 쳐다봤다.널찍한 잠옷 차림에 대충 묶어 맨 머리 그리고 화장기 하나 없는 뽀얗고 맑은 피부.그는 이진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껏 이렇게 맑고 깨끗한 사람도 본 적 없었다.게다가 그녀가 턱을 쳐들고 앙큼하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방금 다 들었잖아요. 그러면 뒤에서 흉본 게 아니죠.”‘음, 성격도 까칠하네.’윤이건의 행동에 짜증이 난 이진은 홱 몸을 돌렸다. 하지만 무의식 적으로 달걀 프라이 하나를 더 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결국 두 사람의 아침이 준비됐다.식탁에 앉은 윤이건은 화가 난 듯 샌드위치를 사각사각 써는 이진을 보자 피식 웃었다.그리고 포크와 칼로 천천히 샌드위치 모퉁이를 베어 입에 넣었다.하지만 약 2초 정도 흐른 뒤 갑자기 멈칫 동작을 멈췄다.“왜요? 입에 넣고 나서야 제가 독이라도 탔을까 겁나세요?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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