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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우리 아직 이혼 안 했어

Penulis: 김의연
last update Terakhir Diperbarui: 2024-10-29 19:42:56
마지막 한 마디를 이진은 이를 악문 채 한 글자 한 글자 피를 토해내듯 토해냈다.

“이…… 불효막심한 년!”

이기태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언제나 고분고분하던 큰딸이 이런 배신을 할 거라고는 또 이렇게 미쳐 날 뀔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이진은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과찬이시네요. 남은 시간 동안 노후 문제나 천천히 생각하시는 게 어때요?”

“너! 너!”

불효막심한 딸의 태도에 화가 날 대로 난 이기태는 끝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다가가 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진의 뺨을 내려치기 전에 누군가에 의해 손목이 붙잡혔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이진의 계모 백윤정이었다.

“이진아, 우리 한 식구잖니.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네 아버지가 지난 몇 년간 너를 얼마나 그리워했다고. 혹시 아줌마 때문에 그러는 거면 아버지 오해하지 마.”

이기태를 부축하며 사정하는 백윤정의 모습은 얼마나 처연한지 사람들의 동정을 자아냈다.

“그래요. 이진 대표님 같은 식구끼리 홧김에라도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러게요. 그런데 이 대표님은 어쩜 이렇게 복도 많으신지. 따님이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줘서 대견하겠어요.”

불쌍한 척하는 백윤정의 연기가 잘 먹혀 들었는지 그녀를 도와 말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그때, 입구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확인해 보니 방금 끌려나간 이영이 다시 나타난 거였다.

‘경호원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이진은 보기 드물게 얼굴에 인상을 썼다.

하지만 이영은 어느새 무대 아래까지 달려왔다.

“아빠, 괜찮아요?”

이기태를 잠시 걱정하던 그녀는 고개를 홱 들어 이진을 째려봤다.

“나를 쫓아내고 술을 뿌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하다 하다 연세가 있으신 아빠한테까지 그렇게 악독하게 굴어야 해? 아빠가 널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날 키웠다고?’

이진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상황이 우습고 같잖았다. 한 집식구가 모여 그녀와 대치하는 모습이 참 가관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저 사람이 나를 키워줬다고? 언제? 설마 내 어머니가 돌아가신 일주일 뒤 너와 저 여자를 데리고 집에 들어온 걸 말하는 거야? 그건 널 키워주기 시작한 날이겠지.”

지금껏 약한 모습 한번 보이지 않던 이진은 끝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애써 슬픔을 참고 있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게다가 충격적인 사실까지 알게 되자 사람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이 씨 가문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간 이기태는 두려울 것 없이 행동해 왔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닌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 GN 대표가 이진 대표 어머님이셨죠. 그때가 GN 그룹 전성기였는데 얼마 안 돼서 그런 일이…….”

“누가 아니래요. 그때 이진 대표도 어렸을 텐데…… 쯧쯧.”

말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이기태를 겨냥하는 듯한 말투에 그는 맞지도 않은 뺨이 얼얼해졌다.

사람들의 대화에 이진의 눈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때 그 일만 생각하면…….’

“이 대표님, 이래도 저한테서 아빠 소리 들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엄마가 나 키우려고 벌어 놓은 돈으로 내연녀와 그 딸을 기른 지난날의 행동에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나 보죠? 그 돈은 제 엄마가 피땀으로 번 돈이에요!”

이진은 고개를 들어 숨을 크게 들이켰다. 더 이상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

그리고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표정으로 돌아서더니 무대 아래에 온 사람들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오늘 인수합병 파티는 여기서 끝마치겠습니다. GN 그룹을 인수하는 계획도 변동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진…….”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이기태는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픽 하고 쓰러졌다.

하지만 이진이 자리를 떠나려던 그때, 손 하나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누구…….”

언짢았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보니 윤이건이 마치 따져 묻기라도 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 바로 그녀의 전남편 윤이건.

“내 아내가 AMC 대표였다는 걸 모르고 있었네?”

남자의 말에 이진은 두 눈을 희번덕거렸다.

예전 모습을 하고 있었다면 멀리 도망쳤을 사람이 지금은 오히려 가까이 붙어오다니 어이없었다.

“나한테 설명이 필요한 거 아닌가?”

“이봐요. 윤 대표님, 몇 시간 전 우리 이혼한 거 잊었어요? 자중하세요.”

“자중?”

한평생 누군가에게 이 두 글자를 듣게 될 줄 몰랐던 윤이건은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혹시 자중이란 단어를 모르시나? 우리 이혼했다고. 남들 앞에서 이러는 거 보지 안 좋아요. 남녀가 유별하기도 하고.”

“이진 씨가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우리 아직 이혼 안 했어. 내가 아직 사인 안 했거든.”

이진이 멈칫하는 반응을 보자 윤이건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그러니 우리 아직 부부야. 자중이란 단어는 쓸 필요 없는 것 같은데.”

‘아직도 부부라고?’

이진은 의아한 듯 윤이건을 바라봤다.

‘이혼 서류에 아직 사인 안 했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깊은 숨을 들이켠 이진은 어렵사리 미소를 쥐어 짜냈다. 당장 뭐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지금 윤이건과 모순을 자아내 봤자 그녀만 손해였기에 상대가 사인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회사 대표님이시니 사무가 다망한 건 저도 알아요. 그런데 아무리 바빠도 시간 내서 꼭 사인하세요.”

이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윤이건의 눈앞에는 그녀가 방금 전 무대 위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또다시 아른거렸다. 곧이어 얼마 전까지 위장했던 또 다른 가짜 모습도 뇌리를 스쳤다.

‘대체 어떤 게 진짜 모습인 거야?’

가늘게 접힌 눈 사이로 날카로운 빛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윤이건은 입꼬리를 천천히 내렸다.

하지만 입을 열어 다시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할 때, 비서가 그에게 다가왔다.

“대표님,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입니다.”

그 말에 윤이건은 놀란 듯 멈칫하더니 이미 떠나간 이진의 뒷모습을 보고는 결국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저는 유연서 씨의 주치의입니다. 지난번 말씀드렸던 의사와 소식이 닿았습니다.”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의사의 목소리와 말투에는 공손함이 담겨 있었다.

“혹시 전에 말했던 그 명의‘이안’이라는 의사를 말하는 건가요? 연서 상황은 어떻죠?”

“네, 맞습니다. 이안 님과 소식이 닿았습니다. 유연서 씨는 아직 큰 문제는 없지만 수술은 빨리 진행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의사의 말에 윤이건의 눈에는 안도와 친절이 묻어났다.

그리고 곧바로 긴 다리를 뻗으며 파티장 밖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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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끝 연애 시작   제13화 너 이름이 뭐야?

    처음 받아보는 대접이라 새로워서 그런지 윤이건은 이진한테 더욱 이끌렸다.그는 입을 꾹 다문 채 손을 뻗어 이진의 얼굴을 살짝 만졌다. 순간 온기가 그의 손에 느껴졌다.지난번 병원에서 이진 허리에 있는 흉터를 보는 순간 그는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그리고 일부러 물에 데인 화상과 불에 탄 화상에 대해 알아봤다. 물론 이진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 사실이 그에게 있어서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그가 한참 동안 기억 속에 빠져 있을 때, 이진이 잠꼬대를 하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에 놓인 손을 꽉 붙잡았다.그 감촉에 윤이건의 눈은 한층 어두워졌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복잡한 심정을 애써 숨겼다. 이혼서류에 사인을 하고 난 뒤 180도로 변해 있는 이 여자를 깊은 눈으로 바라봤다.“대체 나한테 뭘 더 숨기고 있는 거야?”이진한테 잡힌 손을 천천히 빼낸 그는 이진의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정리해 주고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요즘 들어 그는 종종 어릴 적 겪었던 그 화재 현장을 꿈에서 본다.코를 자극하는 매캐한 냄새와 활활 타오르며 일렁거리는 불길 속에서 그는 여기서 죽는구나 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그 순간 그보다도 더 마른 어린 여자애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손을 잡고 화재 현장에서 몸을 피했다. 그러던 그때 눈앞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불길이 세게 번졌고 귓가에 귓가에서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아!”윤이건은 그때 어린아이가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을지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얼마간 지난 뒤 두 사람은 겨우 불길 속에서 도망쳐 나왔다.그때의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서 어둑어둑했지만 윤이건은 여자애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한다.연기 때문에 군데군데 검게 그을리긴 했지만 여자애는 여전히 예뻤다.“너 이름이 뭐야…….”갈라지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물었지만 그는 아쉽게도 여자아이의 대답을 듣기 전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이미 병원에 누워 있었고 그 여자아이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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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끝 연애 시작   제658화 아들 딸 쌍둥이를 얻다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 이혼 끝 연애 시작   제657화 청혼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 이혼 끝 연애 시작   제656화 사랑꾼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 이혼 끝 연애 시작   제655화 그게 무슨 실연이야?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 이혼 끝 연애 시작   제654화 다크호스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 이혼 끝 연애 시작   제653화 이진의 스타일이 아니다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 이혼 끝 연애 시작   제652화 자격 미달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 이혼 끝 연애 시작   제651화 예술은 생활에서 비롯되다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 이혼 끝 연애 시작   제650화 그럴 가치가 있다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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