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씨, 계약 기간 만료됐습니다. 도련님께서 이혼 서류에 사인하라고 하셨습니다.”윤씨 가문 저택, 이진은 세상만사 귀찮다는 듯 거실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었다.높이 상투처럼 틀어 질끈 맨 머리, 흐릿한 눈동자, 가무잡잡한데다 누렇기까지 한 피부에 좁쌀처럼게 나있는 주근깨, 젊은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중년 여성의 모습을 하고서 말이다.그리고 옆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이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집사가 건네온 서류를 펼쳐보았다.“3년이란 시간이 참 빠르네요.”집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뭐라도 말해야 이진이 사인을 하려나 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솔직히 이진이 이대로 떠난다는 게 조금 아쉽기는 했다. 물론 외모와 신분이 자기 집 도련님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마음씨만은 곱다고 여겨왔으니.그런데 웬걸. 자금만치3년이라는 세월 동안 윤씨 가문 사모님으로 지낸 사람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혼 서류에 사인하는 게 아니겠는가?“지난 3년간 감사했습니다.”사인을 마친 서류와 펜을 집사에게 넘긴 뒤 이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남편 윤이건과 3년을 함께 지내왔지만 부부의 정이라 할 것도 없었다. 신혼 첫날밤에도 두 사람은 그저 멀뚱멀뚱 앉아 꼬박 밤을 새웠으니 말이다.그 뒤로 두 사람은 한 지붕 아래 다른 방에서 각각 생활을 했고 서로 마주쳐도 겨우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만 나눴을 뿐 그게 끝이었다. 물론 지난 3년간 남편이라는 사람과 얼굴도 한번 제대로 서로 마주치지 않고 지냈다지만 집사는 언제나 그녀를 살갑게 대해줬다.“너무 내외하시네요. 짐은 제가 다 싸두었으니 한번 확인해 보세요. 만약…….”“괜찮아요.”집사는 순간 멈칫 하면 이진을 바라보았다.오늘 이진이 평소보다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고분고분하며 고개도 쳐들지 않았는데 지금 모습은 아예 다른 사람처럼 행동했다.괜찮다는 듯 손을 저으며 눈을 마주치는 것도 모자라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며
Last Updated : 2023-07-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