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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몸이 달아올라 잠을 이루지 못하다

민도준에게 시달릴 마음의 준비까지 끝낸 권하윤은 도준이 저를 쉽게 놓아주자 오히려 어리둥절했다.

이윽고 시선을 점점 아래로 내리더니 감전이라도 된 듯 고개를 돌리며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그, 그냥 자겠다고요?”

도준은 남은 베개와 옷을 소파 위에 던져 버리고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

“안 그러면? 혹시 뭐 할 거라도 있어?”

하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도준이 하윤을 침대 옆에 앉히더니 하윤의 이마에 쪽 입을 맞추었다.

“자기 한번 달래는 거 충분히 힘들어, 두 번은 귀찮아.”

하윤은 당장 반박하고 싶었지만 뭐라 반박할지 몰라 마지못해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이 곳에서 하룻밤 묵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해 잠옷을 챙겨오지 못한 바람에 호텔 가운 차림으로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었다.

고개를 돌려 확인해 봤더니 도준은 이미 잠든 모양이었다.

끝내 참다 못한 하윤은 자기 옷으로 갈아 입으려고 어둠 속에서 더듬대며 창가 옆 소파로 다가갔다.

커튼을 연 하윤은 달빛을 빌어 손쉽게 본인의 청바지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청바지로 갈아 입으니 오히려 더 불편했다.

그러던 그때, 하윤의 시선은 마침 도준이 입고 왔던 검은 티셔츠에 멈췄다.

‘어, 먼저 이걸 입고 있다가 내일 돌려주면 되겠네.’

하윤은 얼른 가운을 풀어헤치고 가는 팔을 소매에서 꺼냈다.

그 시각, 어두컴컴한 방 안에 유일하게 흘러 든 달빛은 마침 여자의 몸에 떨어졌다.

가운이 바닥에 떨어진 순간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 마침 허리 라인 위로 떨어졌다.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으로 몸을 가린 여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색기가 넘쳐 흘렀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 채 옷의 정면을 찾느라 여념이 없는 하윤은 당연히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맹수 같은 눈빛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대충 정면을 찾고는 이내 옷을 몸에 걸치자 돌돌 말렸던 옷자락을 살짝 내렸다. 그 순간 헐렁한 옷과 가는 허리가 대비되어 한 손에 잡힐 듯한 허리가 더 잘록해 보였다.

옷을 껴입고 긴 머리카락을 빼낸 하윤은 얼른 허리를 숙여 가운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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