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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7화 날 바라봐 줘

다음날.

숙취로 인해 무거운 머리를 겨우 쳐드는 순간, 누군가 하윤의 볼을 만졌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일어나.”

‘이 목소리는…….’

그제야 어젯밤의 기억이 되살아난 하윤은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도준을 보자 순간 멍해졌다.

“도, 도준 씨가 왜 여기 있어요?”

도준은 손등으로 하윤의 볼을 만졌다.

“내가 아니면 어젯밤 술 주정은 누가 받아줬겠어?”

하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리고 어제의 기억을 한참 동안 더듬었다. 그제야 갑자기 무언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오늘 실험 훈련 있는 날 아니에요? 도준 씨가 여기 오면 해원 쪽은 어떡해요?”

도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 시계를 힐끗 쳐다보더니 여유롭게 대답했다.

“아직 4시간 남았어. 정리하고 나와, 같이 가자.”

“저도 같이요?”

멍하니 있는 하윤의 모습에 도준은 얼른 이불을 걷으며 재촉했다.

“더 꾸물대면 정말 늦어. 얼른 준비해.”

비몽사몽 세수를 마치고 나니 그제야 정신이 온전히 돌아왔다.

‘어젯밤 일이 꿈이 아니었어? 도준 씨가 정말 돌아왔던 거야?’

하윤은 입에 칫솔을 물고 얼버무리며 말했다.

“제가 같이 가도 돼요?”

도준은 화장실 문에 기대어 입가에 거품을 문 하윤을 보며 싱긋 웃었다.

“내가 걱정되는 거 아니었어? 그래서 보여주려는 거야.”

확실히 지난번의 일 때문에 실험 훈련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답답해 나는 건 맞았다. 이런 불안함은 도준이 아무리 약속하고 장담해도 가라앉지 않았다.

그런데 도준을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다니,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게다가 전용기를 타면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다.

차에서 내린 하윤은 곧바로 전용기가 세워진 쪽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그때, 도준이 갑자기 하윤의 팔을 붙잡았다.

시간이 너무 촉박한 탓에 하윤은 안달이 났다.

“왜 그래요?”

도준은 하윤더러 얼른 하늘을 보라는 듯 고개를 젖혔다.

“눈 와.”

눈꽃이 한 송이 한 송이 하윤의 얼굴에 떨어졌다.

이건 경성에서 맞이하는 첫눈이다. 아직 섣달이 채 되지 않은 터라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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