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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화 익숙한 실루엣

해원은 겨울인데도 여전히 화창했다.

따스한 햇볕 아래,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떠드는 학생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보였다.

가뜩이나 눈에 띄는 민도준이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으니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여자는 분명 화를 내고 있지만 그 토라진 모습이 오히려 여자에게 더 생기를 입혀주었다.

그 모습을 보던 일부 학생들은 저들끼리 소곤거리며 도준과 하윤의 방향을 가리켰다.

한 순간에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자 하윤은 더 이상 이 곳에 있기도 뭐해 곧바로 도준을 끌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아까는 고개를 숙이고 걷느라 보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이 거리의 적지 않은 가게 주인이 바뀌었고 젊은 층들이 즐기는 핫플레이스로 된 듯했다.

때마침 알록달록한 건물을 지날 때, 여자애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예전이라면 하윤도 사람들 중 한 명이었을 거다. 예쁜 각도를 찾아 사진을 찍고 오빠가 잘 찍지 못했다고 화를 내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처럼 근심걱정 없이 살던 때도 아니고, 사진을 몇 번 찍든 인내심 있게 곁에 있어주던 오빠도 없다.

도준의 손을 잡은 채 걸어가고 있을 때, 도준이 갑자기 하윤의 어깨를 잡으며 자기 쪽으로 돌렸다.

“저기 서 봐. 사진 찍어 줄게.”

손에 핸드폰을 들고 여자친구에게 사진을 찍어주는 남학생과 도준을 번갈아 본 하윤은 아무리 봐도 느껴지는 위화감에 이내 거절했다.

“됐어요.”

하지만 하윤이 움직이는 순간 도준이 그녀의 어깨를 눌렀다.

“거기서 움직이지 마.”

뒤로 두 걸은 정도 물러 선 도준은 손에 분명 핸드폰을 들고 있었지만 왠지 큰 칼을 들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났다.

게다가 옆에 모두 젊은 남자들이 있으니 왠지 사자가 양무리에 숨어든 것 같은 기시감이 들기도 했다.

하윤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도준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 모습을 사진에 남겼다.

도준이 사진을 다 찍자 궁금했던 하윤은 얼른 손을 내밀었다.

“어디 봐 봐요.”

도준은 손을 높게 들며 핸드폰을 가지려는 하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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