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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6화 계략

그 사람은 다름 아닌 공은채였다.

공은채는 고은지와 똑 같은 옷을 입은 채 걸어오더니 의자를 꺼내 자리에 앉았다.

“고마워, 오빠.”

“너 이러는 거 너무 위험해.”

저를 빤히 바라보는 공태준의 시선에도 공은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치맛자락을 정리했다.

“그 덕분에 오빠도 꿈에 그리던 사람 봤잖아요.”

“네가 이러는 게 별 소용이 없다는 뜻이야.”

미세하게 흔들리는 태준의 눈빛에 공은채가 피식 웃었다.

“그건 오빠가 여자를 몰라서 그래요. 여자는 예민하고 의심 많은 동물이에요. 제 연적이자 원수가 나타난 걸 보고도 도준 씨와 다투지 않을 것 같아요?”

“윤이 씨가 본 건 고은지잖아, 네가 아니라.”

공은채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지.”

……

“시영 언니는 벌써 갔어요?”

텅 빈 룸을 보자 하윤이 고개를 돌려 도준을 바라봤다.

“응. 경성에 돌아가야 하거든.”

“아, 그럼 우리도 이만 가요.”

방금 전 일을 겪어서인지 바깥의 아름다운 경치에도 좀처럼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하윤은 우울하기만 했다.

하지만 갓 두 걸음 정도 떼었을 때, 긴 손가락이 하윤의 이마를 꾹 밀었다.

“왜? 사람을 못 찾은 것도 나한테 화내는 거야?”

공은채의 존재는 마치 머리 위에 매달린 칼과 같다. 때문에 하윤의 몸과 마음은 공은채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공은채가 차라리 제 앞에 나타나기를 바랐다. 더 이상 공은채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기는 싫으니까.

오늘 그 모든 걸 결판 낼 수 있나 했더니 하필이면 모두 오해였다니 하윤은 김이 빠졌다.

기뻐할 힘도 화낼 힘도 없어 그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잘못 봤어요. 죄송해요.”

하윤은 굴복한 듯했지만 이렇게 기운 없는 모습은 오히려 아까처럼 발톱을 드러내고 화를 낼 때 보다 더 거슬렸다.

도준은 발꿈치로 문을 닫아버렸다.

그 모습에 하윤은 의아한 듯 고개를 들었다.

“안 가요?”

하지만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어깨가 잡힌 채로 도준의 다리 위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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