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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아버지의 피아노

권하윤은 경고의 눈빛을 보내는 민도준을 힐끔거리다가 옆에서 다정하게 웃고 있는 공태준을 보고는 말없이 머핀을 내려 놓았다.

심지어 도준의 압박 때문에 더 이상 먹지 못하는 게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일부러 태준에게 미안한 듯한 눈빛을 보냈다.

그게 분명 연기인 줄 알면서도 태준과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하윤의 모습을 본 순간, 도준은 말 못할 짜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뭐라 말하려는 찰나, 하윤이 제 다리를 발끝으로 툭툭 건드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눈을 들어 보니 하윤이 고개를 숙인 채 죽을 먹는 와중에 저한테 암시를 보내고 있었다.

‘이거 다 연기예요. 진짜는 도준 씨뿐이에요.’

도준은 혀로 제 볼을 꾹 밀며 애써 화를 삭였지만 결국은 하윤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다 먹었어?”

“네.”

하윤은 숟가락을 내리며 입을 닦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태준도 다 먹었다는 듯 수저를 내려 놓았다.

“오후에 피아노 경매가 있는데 이 교수님이 즐겨 사용하던 스타인웨이D274도 있어요. 관심 있으면 같이 보러 가요.”

그 말에 하윤은 곧바로 집중력을 빼앗겼다.

‘아빠가 사용하던 피아노라고?’

집이 망하면서 집에 있던 모든 물건도 경매로 팔렸던 기억이 난다. 그 중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피아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쥬얼리와는 달리 같은 모델의 피아노는 하나뿐이 아니다. 때문에 아버지가 사용하던 피아노를 찾는 건 더 어려웠다.

그런데 그 피아노에 관한 소식을 듣자 하윤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더해졌다.

“우리 아빠 피아노가 확실해?”

태준은 싱긋 웃으며 물었다.

“이 교수가 사용하던 피아노 뚜껑에 긁힌 자국이 있죠?”

“맞아.”

그건 하윤과 승우가 동생을 데리고 놀 때, 동생이 실수로 긁은 흔적이다. 그때 이성호는 무척 마음 아파하며 복구 작업을 맡겼지만 그 흔적이 완벽하게 가려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태준이 그 흔적의 위치까지 정확히 말하자 하윤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경매는 어제 어디서 해?”

“그건…….”

태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도준이 벌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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