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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고단수

하윤은 눈빛이 흔들려 차마 도준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그거야 공태준이 저 보려고 일부러 그런 거겠죠.”

“알면서 따라가려교?”

하윤은 이내 고래를 푹 떨구었다. 하윤도 그게 공태준이 내건 미끼라는 걸 안다. 하지만 알면서 걸려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야 연기한다는 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게 실감이 들었다.

연기는 연기일 뿐 감정까지 흔들릴 것 없다고 자신했건만,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게 공태준이든 공은채든 쉬운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고작 아침식사 하는 그 잠깐 사이에도 이렇게 되었는데 태준을 따라가면 어떤 일이 기다릴지 아무도 몰랐다.

한참 생각하던 하윤은 그제야 타협했다.

“그럼 안 갈게요.”

이윽고 고개를 쳐들고 도준을 바라봤다.

“그 피아노 꼭 사와야 해요?”

“알았어, 착하네.”

도준은 그제야 만족한 듯 대답했다.

물론 도준의 확답을 받아냈지만 직접 볼 수 없다는 사실에 하윤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심지어 방에 돌아온 뒤, 어디 가겠냐고 묻는 도준의 물음에도 기운이 나지 않았다.

“다 돼요. 도준 씨가 정해요.”

잔뜩 풀이 죽어 소파에 앉아 있는 하윤의 모습에 도준은 이내 손을 뻗어 하윤의 고개를 쳐들었다.

“왜? 아직도 삐졌어?”

“아니요.”

하윤은 도준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제 얼굴을 도준의 몸에 비볐다.

“저 생각해서 그런 거잖아요. 제가 쉽게 휘둘리는 것도 모자라 쓸데없는 생각을 자주 하니까. 제가 더 성숙했다면 보냈을 수도 있겠죠.”

제 자리에 우뚝 선채 저한테 기댄 하윤을 보고 있던 도준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손을 뻗어 하윤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왜 갑자기 이해심이 깊어졌지?”

하윤은 고개를 들어 도준의 몸에 제 턱을 얹은 채 도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사랑하니까요. 도준 씨가 기분 나쁜 건 원치 않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도준의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솔직히 하윤이 아무리 애교 부리고 제 비위를 맞추려 애써도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하윤의 이런 모습을 보니 왠지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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