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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익숙한 연주

경매사의 말에 하윤은 호기심이 생겼다.

‘설마 이걸 경매에 내놓은 사람이 아버지와 아는 사람인가?’

그때 경매사가 하윤을 무대 위로 안내했다.

“무대 위로 올라오시죠.”

물론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쳤지만 전문적으로 친 것도 아닌 데다 대부분 시간은 춤에 할애한 탓에 오랜만에 다시 연주하려니 하윤은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피아노를 다시 가져가기 위해 창피함을 무릎 쓰고서라도 연주를 끝마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윤은 깊은 숨을 들이 켜더니 건반 위에 천천히 손을 올려 놓았다.

피아노가 낯설어 허둥댈 거라고 생각했지만 연주를 시작한 순간 몸은 이미 생각을 거치지 않고 움직였다.

심지어 귓가에 아버지의 잔소리가 맴도는 것 같았다.

“리듬이 안 맞아. 다시!”

“틀렸잖아, 이 부분 다시 연습해.”

“이제야 연주 같네, 몇 번 더 연습해.”

그때면 어린 하윤은 늘 볼멘 소리로 투덜거렸다.

“맞다면서 왜 또 연습하라는 거예요?”

“지금은 맞아도 무대에서 틀리면 어떡할 건데? 맞게 연주한다고 되는 건 아니야. 몸이 기억할 정도로 익숙해져야 해. 얼른 연습해. 연습 끝내지 않으면 오빠랑 놀 생각 꿈도 꾸지 마.”

“아! 오빠, 살려줘!”

……

세월이 녹아 든 건반을 누를 때마다 잔잔한 멜로디가 들릴 뿐만 아니라 하윤이 피아노를 연습하던 추억이 보이는 듯했다.

무대 아래의 사람들은 하윤의 연주에 모두 소리를 죽였다.

실력으로 따지면 하윤의 연주는 그다지 출중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정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다.

머리카락이 귀 옆으로 흘러내려 하윤의 얼굴을 가렸지만 미간에 드러난 비통함은 점점 짙어졌다. 아니, 그건 아마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하윤의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설레었다.

맨 앞줄에 앉아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하윤의 모습을 보는 순간, 도준의 머릿속에 옛 추억이 흘러 들었다.

그 순간, 이게 하윤의 연주를 처음 듣는 게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대 아래에서 쏟아진 박수 소리가 도준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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