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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페어플레이

만약 모든 걸 사실대로 털어 놓자면 주림의 할아버지 집에 갔을 때 도준 몰래 핸드폰 번호를 받고 또 도준 몰래 주림의 어머니와 연락한 사실도 당연히 말해야 한다.

주림이 도준의 눈과 귀를 피해 제 정신이 온전한 것을 숨기는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게 뻔한데, 주림과 주민수 모두 도준의 개인 병원에 있는 지금 배신을 때리면 사람도 아니게 된다.

게다가…….

정다정은 일전에 도준이 흥덕 마을에 공은채를 데리러 가는 걸 본 적이 있다고 했으니 공은채가 무슨 짓을 했는지 도준이 알 거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뇌리를 파고드는 생각에 하윤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

“혹시 전에 흥덕 마을에 간 적 있어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도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뭘 알고 싶은 건데? 내가 석지환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게 알고 싶은 거야?”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라…….”

“그럼 무슨 뜻인데?”

도준은 해명하려는 하윤의 말을 자르며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억지로 젖힌 머리 때문에 하윤의 목은 팽팽하게 당겨진 채 가장 약한 부위를 드러냈다.

“설마 자기가 누구의 아내인지, 누구를 위해 생각해야 하는지 가르쳐야 하는 거야? 여기 오는 걸 동의한 것도 피아노 때문이지 이 사람 저 사람 동정하라고 그런 게 아니야.”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 까치발 드느라 애쓰는 데다 호흡까지 곤란해지자 괴롭기 그지없었다. 그러다 도준이 손을 놓자, 비틀거리며 겨우 자세를 잡았다.

하윤은 도준의 손을 뿌리치며 두 걸음 뒤로 물러나 도준과 거리를 유지했다.

“저는 뭐 감정도 있으면 안 돼요? 가족이나 친구가 있으면 안 돼요?”

도준은 하윤을 빤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래서 뭐 하나는 건데? 결혼은 나랑 하고 다른 놈들과 불장난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그런 적 없어요!”

하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환 오빠는 제 친 오빠나 다름없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요?”

“공태준은 친구로 생각하고 석지환은 오빠. 그리고 또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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