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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혹시 질투해요?

도준의 시선은 하윤의 미간에서부터 점점 아래로 떨어졌다.

“그럼 그 증거는 어디서 찾으려고?”

“증거는…….”

하파터면 일기에 관한 말을 꺼내려던 하윤은 이내 말머리를 돌렸다.

“공은채가 한 짓이라면 증거는 무조건 남을 거예요.”

하윤이 말하는 사이, 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소파에 기대 하윤을 놀리는 듯 바라볼 뿐.

그 눈빛에 하윤은 제 발이 저려 도준을 밀어냈다.

“배고파요. 먹을 것 좀 가져다줘요.”

“아래층에 있잖아. 직접 내려가서 먹으면 될 텐데, 왜 나를 부려먹어?”

하윤은 발끝으로 도준을 툭툭 건드렸다.

“꼴 보기 싫은 사람 때문에 내려가기 싫어요. 저는 마음 좀 추슬러야겠으니 얼른 다녀와요.”

도준은 하윤의 이마를 쿡 찔렀다.

“원하는 게 참 많네.”

도준이 떠난 방안은 마치 새장처럼 하윤의 숨통을 조여왔다.

이에 하윤은 창문을 열어 갑갑한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

해원의 기온이 갑자기 내려간 이유 때문인지 창문을 연 순간 싸늘한 냉기가 밀물처럼 방 안에 흘러 들었다.

내려가는 계단에 막아선 여자는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낀 채 아래로 내려오는 남자를 빤히 바라봤다.

말없이 저를 향해 걸어오는 남자 때문에 압박감이 더해졌을 법도 한데, 공은채는 물러나지도 않은 채 손에 쥔 가는 담배를 흔들었다.

“불 좀 빌려줄 수 있어요?”

“얼마든지.”

“도준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피어오르는 불길은 여자의 담배 뿐만 아니라 손가락까지 함께 태웠다.

불길이 살갗을 스치는 순간 타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씁!”

공은채는 순식간에 볼록 튀어 오른 제 손의 물집을 보며 불만조로 투덜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저 여자예요. 이건 너무 잔인한 거 아니에요?”

도준은 느긋하게 라이터를 거두었다.

“제가 지른 불에 제가 타 죽는다는 말 못 들어봤어?”

공은채는 계단 윗쪽을 흘겨봤다.

“본인 와이프가 삐진 걸 지금 저한테 푸는 거예요?”

이윽고 말을 꺼내며 도준의 반응을 살폈다.

그 누구라도 원수가 뻔뻔하게 제 앞에 알짱거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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