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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1화 과거의 기억

하윤은 도준의 말이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예요? 뭐가 10년 만에 본다는 거예요? 제가 공은채도 아니고, 도준 씨랑 10년 전에 만났을 리 없잖아요.”

도준은 여전히 어리둥절해하는 하윤을 보자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

“연주하면서 울던 게 누군데?”

“피아노 배우면서 우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에요?”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던 하윤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 이상하다? 제가 연주현서 울었던 건 어떻게 알았어요?”

도준은 소파에 나른하게 기대 앉아 하윤의 얼굴을 훑어 내렸다.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은 사람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자기가 연주할 때 우는 울보라는 것만 아는 줄 알아? 겁쟁이인 것도 아는데? 잠깐 놀렸다고 뒤꽁무치 치는.”

하윤은 점점 멍해졌다.

“무슨 말이에요? 겁쟁이라니요? 지금 일부러 화제를 전환하는 거 맞죠? 미리 말해두는 데, 이번 일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얼른 말해요. 공은채와 10년 전에 어디에서 만났는지!”

“해원의 강남 콘서트홀. 홀 안이 너무 시끄러워 밖에서 산책하다가 마침 웬 꼬맹이가 초상 난 사람처럼 울며 연주하는 걸 들었거든.”

‘남 콘서드홀? 초상?’

‘왜 이렇게 익숙하지?’

하윤은 자꾸만 기시감이 들었다.

그때 도준이 깊은 생각에 빠진 하윤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초상 난 것 같다니까 그렇게 말하지 말라면서 반나절 연습하더라고.”

그제야 하윤의 기억도 예전으로 돌아갔다. 그때 그해, 주 숙제에 불합격이라는 성적을 받은 하윤은 아버지에게 끌려 연습실로 갔었다.

분명 오빠와 동물원에 가기로 약속한 날 연습 때문에 갈수 없게 되자 하윤은 연습할수록 더 심하게 울어 댔다.

그렇게 한창 슬피 울고 있는데 창밖에서 행인의 비아냥소리가 들려왔다.

상대의 말투는 해원 본토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이제 갓 소년미를 벗은 남자의 목소리에는 약간 오만함이 섞여 있었다.

“누가 들으면 연주가 아니라 초상 치른다고 해도 믿겠어.”

심지어 비웃음도 가득 묻어 있었다.

가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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