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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10년 전

공은채의 목소리는 오롯이 하윤의 귀에 전달되었다.

난간 너머에서 서로 마주하고 있는 두 남녀는 보고 있자니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시샘이 솟아났다.

많은 일들은 직면하기 싫다고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공은채와 도준의 과거가 바로 그러하다.

층계 아래에서 두 남녀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공은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혹시 기억 나요? 도준 씨가 18살 되던 때 해원에 와서 제가 연주한 ‘기억’을 들었잖아요. 이게 하늘이 맺어준 인연 아니면 뭔데요?”

10여 년 전, 민시영은 기어코 싫다는 도준을 끌고 해원에 연주회룰 들으러 간 적이 있다.

원체 음악에 관심이 없던 도준은 시영을 콘서트 홀에 남겨 두고 저 혼자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다 마침 콘서트 홀 뒤편에 있는 연습실에서 더듬거리는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된 거다.

가뜩이나 형편없는 실력에 여자 아이의 울음소리까지 더해져 연주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하지만 흐느껴 울면서 연주는 멈추지 않는 여자애 때문에 도준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하필이면 방음이 안 되는 연습실 벽 때문에 안에 있는 여자애가 도준의 웃음 소리를 듣게 되었다.

“웃긴 뭘 웃어?”

블라인드가 쳐진 연습 실 안에서 곧장 앙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심지어 너무 울어서 짙은 콧소리가 섞여 있었다.

도준은 그 상황이 웃겨 피식 웃었다.

“누가 들으면 연주가 아니라 초상 치른다고 해도 믿겠어.”

“…….”

흐느끼는 소리는 잠깐 멈추는가 싶더니 곧이어 더 높은 소리로 울려 퍼졌고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소리마저 더 힘이 실렸다.

하지만 창가에 앉아 한참을 듣다 보니 지 모르게 듣기 좋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제야 안에 있던 여자애도 자신감을 되찾았는지 다시 말을 걸어왔다.

“아직 거기 있어?”

도준은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여자애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멧돼지는 사료를 먹지 못한다더니.”

도준은 겁도 없는 여자애 때문에 화가 나 피식 실소하더니 일부러 목소리를 깔며 겁주었다.

“지금 나 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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