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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민낯

휴게실.

도준은 차가운 하윤의 손을 잡은 채 따뜻한 물을 건넸다.

“자, 입 벌려.”

부들부들 떨리던 몸은 뜨거운 물을 몇 모금 넘기자 그제야 사르르 녹았고, 호흡도 제 속도를 되찾았다.

“아까는 지환 오빠 앞에서 왜 사실대로 밝히지 않았어요?”

하윤은 여전히 떨리는 손끝으로 도준의 팔을 꽉 잡았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내가 말한다고 석지환이 믿을까?”

도준의 반문에 하윤은 말문이 막혔다.

‘하긴, 그렇게 오래 알고 지낸 내 말도 안 믿는데 도준 씨 말을 믿을 리가 없지.’

“그런데 공은채는 도준 씨를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왜 지환 오빠랑 사귀는 거죠?”

도준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자기 하나 케어 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공은채가 죽든 살든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 착하지? 공은채 상대할 방법도 생각해 뒀잖아. 언젠가 죽을 사람 때문에 화낼 필요가 뭐 있어?”

겨우 정신을 가다듬은 하윤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제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만나면 아무리 차분한 사람이라도 냉정함을 유지할 수 없을 거다.

아빠가 투신한 것도, 오빠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모두 공은채랑 관련이 있을 게 뻔했다.

그 뿐만 아니라 공은채가 했던 몇 마디 말은 자꾸만 하윤의 마음을 후벼 파 의심이 솟구쳤다.

‘나를 의심하면 도준 씨도 의심한다는 거야?’

전에 봤던 사진을 떠올려 보면 아버지가 투신하기 전 도준을 만난 게 확실하다.

도준을 보자 수많은 말이 떠올랐지만 하윤은 이를 악물며 한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물어보지 못할 상황은 아니었다. 다만 그 물음을 던지는 순간 두 사람의 감정이 상할 게 뻔했다.

도준은 하윤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손을 들어 하윤의 볼을 감쌌다.

“날 믿지 못한다면 당장이라도 공은채를 죽여줄 수 있어. 그 심장도 필요 없어.”

도준의 눈에는 장난기 하나 섞여 이지 않았다. 마치 하윤이 고개만 끄덕이면 당장이라도 그녀가 원하는 대로 아버지와 오빠의 복수를 해줄 것처럼.

하지만…….

아버지의 피아노를 손에 넣고 나니 하윤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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