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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경매

차 안이라 그런지 하윤은 잠을 설쳤다.

게다가 아버지의 피아노를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에 자꾸만 가족과 있었던 일들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의자에 앉아 피아노 연주 숙제를 검사 받던 모습, 오빠가 곁에서 박자를 세어주던 모습, 심지어 오빠와 함께 어머니한테 사랑 노래를 연주하는 아버지를 훔쳐보던 모습도 보였다.

기억속의 사람은 이제 더 이상 돌아오지 못한다. 하지만 그 피아노를 찾으면 하윤뿐만 아니라 엄마와 오빠도 기뻐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차가 흔들려 눈을 떠보니 어느새 경매장에 도착했다.

이번 경매에 나오는 피아노는 이성호가 사용하던 피아노 외에도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던 피아노도 있다.

예전이라면 이성호의 추문 때문에 피아노는 당연히 이성호의 이름으로 소개되지 않을 거다. 심지어 누구의 피아노도 아닌 그저 평범한 피아노로 소개될 가능성이 다분했다.

하지만 하윤이 우여곡절 끝에 이성호의 누명을 벗겨 준 데다, 뉴스의 파급력 때문에 이성호의 억울함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뜩이나 유명한 음악가인 데다, 억울함을 쓴 서사까지 붙었으니 업계 사람만 알던 이성호의 이름은 단숨에 널리 알려졌다. 이성호에 관한 뉴스를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만큼.

그 때문인지 이성호가 사용하던 피아노는 포스터 맨 중앙에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포스터를 본 하윤은 잔뜩 흥분한 채 도준의 손을 잡아 끌었다.

“이거예요. 우리 아빠가 사용하던 피아노!”

하지만 이내 걱정이 앞섰다.

“포스터 맨 중앙에 소개했으면 가격은 당연히 엄청나겠죠?”

도준은 하윤의 등을 밀며 농담조로 말했다.

“자기가 돈 흥청망청 쓴 게 어디 한두 번이야? 왜 갑자기 돈 걱정하고 그래?”

“제가 언제 돈을 흥청망청 썼다고 그래요? 저 엄청 절약했거든요!”

초대장에 적힌 대로 자리를 찾다 보니 일찌감치 저를 기다리고 있던 태준이 눈에 들어왔다.

하윤은 잠깐 멈칫했지만 도준의 팔짱을 풀지는 않았다.

당황한 듯 반응하면 오히려 의심만 살 뿐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도준을 보고도 태준은 예상했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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