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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역이용

그제야 모든 걸 알아차린 하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럼 공은채가 그곳에 있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까는 왜 말하지 않았아요?”

하윤은 자리에 우뚝 서서 의자에 기대 앉은 남자를 빤히 내려봤다.

그때 도준이 앉은 자세로 손을 뻗어 하윤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때 알려주면 놀라서 도망칠 수도 있잖아.”

도준이 제 편을 들어주자 하윤은 마지못해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오히려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꼴이 된다는 건 알죠?”

‘따박따박 따지는 모습이 혼자 끙끙 앓던 아까 보다는 훨씬 낫네.’

도준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눈꺼풀을 들었다.

“공은채가 이러는 이유가 뭔지 알아?”

“뭐긴 뭐예요? 제가 눈치껏 두 사람 사이에서 빠져 주라는 거겠죠.”

순간 피식, 하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눈치 있는 것 같으니 그렇게 해.”

“뭐요?”

도준은 긴 손을 뻗어 하윤을 제 품에 꼭 끌어안았다.

“농담이야. 아까워서 어떻게 그래? 내 말은…….”

도준은 하윤의 귓가에 대고 계획을 속삭였다.

한참 뒤, 하윤은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게 먹힌다고요? 공은채가 믿을까요?”

도준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공은채는 똑똑한 사람이야. 그런데 똑똑한 사람의 제일 큰 약점이 제가 똑똑한 줄 아는 거거든.”

도준의 태연한 말투에 하윤은 왠지 마음이 쓰라렸다.

“네, 뭐, 결혼도 할 뻔했으니 당연히 공은채에 대해 잘 알겠죠.”

도준은 재밌다는 듯 피식 웃으며 하윤을 안은 팔에 힘을 더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는 걸로 따지면 공은채보다는 자기를 더 많이 알지.”

한 명은 앉아 있고 한 명은 서 있는 자세라 도준의 매혹적인 얼굴은 마침 하윤의 가슴에 닿았다.

뜨거운 숨결이 옷감을 뚫고 전해져 가슴이 데일 것만 같아 하윤은 참지 못하고 뒷걸음 쳤다. 하지만 도준이 하윤의 등을 꾹 눌러 저한테 더 바싹 붙였다.

“나 안쪽도 더 알아가고 싶은데? 응?”

이윽고 하윤의 치맛자락을 들어 하윤의 입가에 가져갔다.

“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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