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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0화 정직하지 않은 취미

민도준은 권하윤의 허리를 감싸안은 채 옆구리 살을 살살 긁으며 농담조로 말했다.

“우리 같이 도망칠까?”

하윤은 도준의 어깨를 툭 내리쳤다.

“저리 가요.”

‘도망은 무슨, 결혼도 했는데 뭔 놈의 도망이래.’

“우린 이제 경성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급할 거 뭐 있어?”

도준은 마치 무슨 장난감을 주무르듯 하윤의 어깨선을 따라 주물럭거리며 의미 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일단 어디 가서 좀 쉬자.”

……

두 번째로 방을 잡은 상황에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몰라, 하윤은 불만스러운 듯 투덜거렸다.

“경성으로 돌아가면 안 돼요?”

‘집이 있는데 돌아가지 않고 방 잡는 건 또 무슨 취미래?’

그때, 도준이 딱딱한 카드키로 하윤의 턱을 들어 올렸다.

“해원이 자기 고향이잖아. 고향에 손님이 왔으면 예의를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면 뭐, 여기에서 유명한 음식이라도 대접할까요?”

고개를 홱 돌리며 말하는 순간, 도준이 단단한 팔로 하윤의 허리를 감쌌다.

“아니야, 난 네가 더 좋아.”

“아!”

도준은 그대로 하윤을 들러 멘 채 욕실로 향했다. 곧이어 닫힌 욕실 문이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막아 버렸다.

……

두툼한 철문이 열렸다.

“11072784번 수감자, 면회요.”

유리로 분리된 공간 안, 특수 제작된 의자에 앉은 케빈 앞에는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무전기가 놓여 있었다.

면회실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케빈의 시선은 이미 유리 바깥쪽에 있는 여자를 휘감았다.

시영의 시선도 오롯이 케빈을 향해 있었다. 죄수복을 입고 있는 남자를 보는 순간, 시영의 마음은 왠지 모르게 따끔거렸다.

시영은 무전기를 가리키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잡아.”

비록 들리지 않았지만 케빈은 그래도 바로 시영의 명령에 복종했다.

수화기를 들고 경건한 듯 귓가에 갖다 대더니 마른 침을 몇 번 삼키고 나서야 입을 뗐다.

“아가씨.”

하지만 돌아오는 건 시영의 역겨운 듯한 눈초리였다.

“무슨 자격으로 나를 아가씨라고 불러? 버려진 개 따위한테 그렇게 불리니 역겨워.”

케빈은 아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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