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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마음이 약해지다

권하윤은 깜짝 놀라 다른 사람이 이 상황을 봤는지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민도준의 손이 하윤의 얼굴을 돌렸다.

“움직이지 마, 주물러줄게.”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하윤은 더 이상 버둥대지 않고 도준의 품에 파고들며 머리를 기댔다.

작고 가냘픈 몸으로 도준의 커다란 몸에 기대니 그대로 삼켜질 것만 같았다.

그때, 도준의 손바닥을 하윤의 관자놀이에 대고 느긋하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저보다 두 배는 더 큰 손아귀의 힘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아팠지만 한참 문지르자 점점 편안해져 저도 모르게 신음 소리까지 나왔다.

“편안해?”

“그냥 그래요.”

하윤은 눈도 뜨지 않은 채 대답했다.

하지만 하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준의 다른 한쪽 손이 아래로 쓱 내려갔다. 이에 놀란 하윤은 눈을 번쩍 떴지만 크게 소리내지는 못한 채 아우성쳤다.

“뭐 하는 거예요!”

“다른 손이 놀고 있을 순 없잖아. 혈액 순환이라도 도와주려고 그러지.”

“헛소리! 이렇게 혈액순을 돕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이거 민간요법이야, 걱정하지 마. 무슨 병이든 싹 다 낳게 해줄 테니까.”

장난 섞인 도준의 말은 아무리 들어도 다른 꿍꿍이가 다분했다.

하윤은 화가 난 나머지 발꿈치로 도준을 걷어찼다. 하지만 도준은 하윤의 그런 반항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제 멋대로 행동했다.

그렇게 한참 뒤, 하윤이 나른해지고 나서야 도준도 손을 거두었다.

가뜩이나 숙취가 있었는데 일찍 일어난 것도 모자라 한바탕 괴롭힘까지 당하자 하윤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도준은 그런 하윤을 제 자리에 눕히지 않고 그대로 꼭 안았다.

착륙하면서 덜컹거리는 비행기 때문에 마지못해 눈을 떴을 때, 의자는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뒤로 젖혀져 있었고 곁에 있는 도준은 잠을 보충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밤새 운전한 것도 모자라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고, 이따가 또 실험 훈련까지 해야 하네.’

충분히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하윤은 도준을 깨우는 대신 턱을 괸 채 도준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하윤의 시선은 호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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