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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6화 저리 가요, 도준 씨 싫어요

민도준은 몸을 숙인 채 권하윤의 목에서 나는 향을 들이켰다. 하윤 특유의 체향이 술향기에 섞여 조금은 특별한 단내가 나는 듯했다.

마치 술에 담근 과일사탕처럼 저도 모르게 취해 버리는 그런 향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하윤을 데리고 목욕하러 가려던 생각은, 갑자기 드는 생각에 의해 대체되었다.

‘밤새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생고생을 했는데, 대가를 받아내지 않으면 좀 억울하겠는데?’

심하게 취해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하윤을 도준은 얼른 욕조에 눕혔다.

얼음처럼 차가운 욕조 벽에 살이 닿은 탓에 하윤은 당황한 듯 손을 허우적대며 이것저것 만졌다. 그러던 와중 하필이면 수도꼭지를 잘못 다쳐 미처 온도를 조절하지도 못한 물이 그대로 쏟아져 내렸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온도에 하윤은 낮은 비명과 함께 몽롱한 눈을 떴다.

그 순간, 욕조 벽을 짚고 있는 남자의 울끈불끈한 팔 근육이 눈에 들어왔다.

그 팔을 따라 올라가 보니 이내 하윤을 이렇게 만든 원흉의 얼굴이 보였다.

하윤은 미간을 약간 찌푸린 채 도준이 왜 여기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 듯 바라보았다.

깊은 생각에 잠긴 나머지, 물에 젖은 자기 잠옷을 본 순간 갑자기 변해버린 남자의 눈빛은 눈치채지도 못했다.

오히려 취기 어린 눈으로 어눌하게 중얼거렸다.

“꿈이 왜 이렇게 리얼하지?”

방금까지만 해도 시영과 술을 마셨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이 곳에 나타나지 말하야 할 남자가 나타났다는 건, 꿈이 아니고서야 말이 안 됐다.

“쏴!”

그때, 욕조에 흘러 드는 따뜻한 물이 하윤의 추위를 이내 쫓아냈다.

흠뻑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었고 긴 머리가 그대로 드리워 끝부분이 젖어 들었다.

도준은 하윤이 사레가 들릴까 봐 일부러 물을 많이 담지는 않았다. 고작 반쯤 채워진 물 속에서 하윤은 흐리멍덩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누드 톤 슬립 원피스는 물에 흠뻑 젖어 하윤의 몸매 라인을 그대로 드러냈다.

온풍기를 켠 욕실이 금세 더워졌다.

심지어 등쪽에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난로가 꼭 붙어 있어 더 더워났다.

하윤은 뜨거운 열기를 쫓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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