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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주정뱅이를 손보다

민시영은 잔에 든 술을 마시고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모든 게 지루해서요…….”

짤막한 말과 함께 시영의 기억은 오후로 되돌아 갔다.

송민우의 프러포즈는 웅장하고 낭만적이었다.

송민우의 반지를 받아 주며 환호 속에서 그와 포옹도 했다.

심지어 저녁에는 송민우 친구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기까지 했다.

그러던 그때, 시영의 사촌이 술에 취해서 농담을 건넸다

“캬, 역시 민우 씨는 배포가 남다르네요.”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이 말 한마디는 바다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아무런 파문도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시영만은 그 말을 정확히 들어 버렸다.

명성을 신경 쓰는 사람인지 물으면, 시영의 답은 당연히 ‘노’다.

명성은 시영에게 있어서 프로젝트가 채택되기보다 의미 없었다.

솔직히 사촌의 도발에 얼어붙은 분위기는 대충 말 몇 마디면 이내 반전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방금 결혼을 약속했기에 굳이 제가 나서서 분위기를 풀 필요가 없었다.

때문에 시영은 그저 송민우를 빤히 바라봤다.

송민우 역시 시영을 바라보며 여전히 온화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말을 건넸다.

“술 취해서 꺼낸 말이니 신경 쓰지 마요.”

……

기쁜 장면이 눈 앞에서 막을 내리자, 시영은 얼른 슬픈 얼굴을 한 하윤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솔직히 저와 송민우가 결혼에 골인한다면 분명 순수한 의도는 아닐 거예요. 그런데…….”

송민우는 오늘 벌어진 상황을 그저 묵인했다.

어쩌면 송민우는 마음 속으로 시영을 받아들이고 결혼을 약속한 것만으로도 이미 시영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틀린 말도 아니다. 시영도 제 주제를 모를 만큼 바보가 아니니까.

하지만 이제 막 결혼을 약속했으면서 자기 약혼자를 모욕하는 말을 그저 묵인하는 건 안 되지.

시영이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지만, 같은 여자로서 하윤은 시영의 심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그 사람하고 결혼할 거예요?”

시영은 잔에 가득 든 술을 들고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해야죠. 저랑 송민우는 처음부터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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