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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4화 가만두지 않겠어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권하윤은 문자를 보고 어리둥절했다.

‘갖고 싶은 거?’

아무리 봐도 영문을 알 수 없는 한마디에 하윤은 어안이 벙벙해 얼른 답장을 작성했다.

[혹시 다른 사람한테 보낼 거 저한테 잘못 보낸 거예요?]

[나 다른 사람의 소원 같은 거 들어줄 정도로 한가하지 않아.]

‘분명 도준 씨 말투 맞는데?’

‘그럼 정말 나한테 물어본 건가?’

하윤은 잠깐 동안 생각해 보다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자 대뜸 대답했다.

[딱히 갖고 싶은 게 없어요.]

[없으면 천천히 생각해, 생각 날 때까지.]

하윤은 도준이 또 무슨 병이 도졌다고 생각해 더 이상 상대도 하지 않았다.

강원에 있는 며칠 동안, 하윤의 주위는 늘 떠들썩했는데 경성에 돌아오니 순간 썰렁해졌다.

그도 그럴 게, 며칠 전에는 집에 그나마 다정이가 있었는데 지금은 혼자 남았으니 그렇게 느껴질만도 했다.

다정이가 집에 돌아온 후 겪은 일을 들은 유정인은 한참 동안 흐느껴 울다가 문뜩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참, 이건 제가 전에 다정이의 베개 밑에서 발견한 건데, 그동안 보관하고 있었어요.”

유정인이 건넨 종이를 받아 보니, 그 위에 다정이가 그린 그림이 있었다.

연필로 간단히 스케치한 그림이었는데 어찌나 열심히 그렸는지 곳곳에 지우개 흔적이 남아 있었고, 심지어 여기저기 많이 구겨지기까지 했다.

그림에 담긴 자신의 옆모습을 본 순간, 하윤은 눈시울이 약간 뜨거워졌다.

모퉁이에 남겨진 글자체는 앳되고 미숙했다.

[다정.]

……

이틀 동안 혼자 답답한 나날을 보내던 끝에, 사흘째 되던 날 저녁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

“시영 언니? 왜, 왜 그래요?”

인상 속에서 늘 흐트러짐 없던 민시영은 양볼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심지어 하윤의 말에 손을 휘휘 저으며 술 냄새를 풍기기까지 했다.

“많이 놀랐죠?”

하윤은 시영을 부축해 앉히더니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술은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눈에 취기가 가득한 시영은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오히려 일이라면 좋은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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