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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1화 일어나기 어렵다

검은 천에 팔이 묶인 채 시선까지 가려져 하윤의 눈에는 그저 희미한 실루엣만 보였다.

벗어나려고 마구 버둥대도 보았지만 오히려 남자의 악랄한 웃음만 불러올 뿐이었다.

“착하지? 이러는 게 예뻐.”

화가 난 하윤이 다리를 올려 도준을 차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남자의 손에 잡혀 꼼짝할 수가 없게 되었다. 심지어 도준은 커다란 손으로 꽉 잡은 하윤의 다리를 쓱 쓸어 올렸다.

“그러고 보니 우리 혼인 신고하고 나서 합방도 안 했네?”

“누가 도준 씨랑……, 읍…….”

입을 가린 손바닥 사이로 하윤의 항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작게 말해. 목 아껴뒀다 이따가 소리 내.”

“…….”

하윤의 가슴에 떨어졌던 달빛은 결국 남자의 손에 부서졌다 남자가 원하는 모양대로 다시 빚어졌다.

다시 샤워를 하고 난 뒤 하윤은 소원대로 편한 옷을 입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 피곤한 나머지 하윤은 그것도 모른 채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곤히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

도준이 깨어 났을 때, 하윤은 그의 품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도준의 커다란 옷 때문에 넥 라인이 비뚤어져 어깨를 훤히 드러낸 모습으로 말이다. 그 모습은 마치 어른의 옷을 훔쳐 입은 어린아이처럼 우스꽝스러웠다.

도준에게 안겨 다시 침대에 누운 하윤은 열원이 갑자기 멀어지자 추운 듯 몸을 움츠린 채 머리를 베개 밑으로 파고들려고 했다.

도준은 그런 하윤의 머리를 다시 베개 위에 올려 놓은 뒤, 하윤의 얼굴을 몇 번이고 문질렀다.

그 힘이 컸는지 하윤의 잘 다듬어진 눈썹이 잔뜩 찌푸려졌다. 딱 봐도 단잠을 방해받아 불쾌한 모습이었다.

결국 도준의 방해에 하윤은 흐릿한 눈을 비비며 깨어나더니 자리에 앉아 있는 도준을 보고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벌써 가요? 옷 돌려 줄게요.”

하윤이 움직이려는 찰나, 도준은 하윤의 손을 잡아 다시 이불 속으로 집어넣었다.

“됐어. 이 옷 입고 있는 게 예뻐. 그대로 입고 있어.”

하윤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이해되지 않는 듯한 표정을 드러내자 도준은 피식 웃었다.

“내 앞에서 옷 마구 벗으면 나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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