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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6화 조종당하다

권하윤이 가방을 챙겨 떠나려는 순간, 무거운 힘이 어깨를 짓누르더니 그녀를 차 문으로 밀쳤다. 이윽고 남자의 건장한 몸이 하윤을 바싹 내리 눌렀다.

도준의 큰 키 때문에 그 밑에 깔린 하윤의 몸뚱어리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아래로 하는 순간, 도준의 다리를 차는 가느다란 여자의 다리가 보일 뿐.

하지만 하윤의 힘이 강하면 얼마나 강할까? 온 힘을 다해 버둥대 봤지만 도준의 눈에는 그게 오히려 새끼 고양이가 사람을 긁은 것에 불과하지 않았다. 심지어 하윤이 화를 내면 내는 대로 도준은 다 받아들이기만 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자 도준은 하윤에게 더 바싹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

“내 말 들어. 나 이미 흥분했으니까 더 건드리지 마.”

그제야 뭔가 눈치챈 하윤은 더 이상 버둥대지 않았다.

도준은 웃으며 하윤의 귀에 입을 맞췄다.

“그 정신병자를 신경 쓰는 거 아니었어? 나랑 여기 단둘이 남겨 두고 떠나도 괜찮겠어? 그리고, 공은채 목숨을 원한다며? 남아서 나랑 계획을 세워야지. 안 그래?”

장난스러운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하윤의 몸부림을 점점 무력화시켰다.

도준의 말이 맞았다. 하윤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화가 난다고 훌쩍 떠나버릴 수 없었다.

하윤이 조용해진 모습을 보자 도준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하윤의 머리를 토닥였다.

“착하네.”

……

조관성과 약속을 잡은 곳은 마을의 한 생선요리 식당이었다.

낮에 조관성 곁에 따라붙었던 간부들이 없는 걸 봐서 도준과 단둘이 약속한 식사 자리인 듯싶었다.

도준이 하윤을 데려온 걸 보자 조관성은 의외라는 듯 도준을 힐끗거렸다.

이에 도준이 턱을 까딱이며 하윤에게 조관성을 소개했다.

“조 국장, 전에 본 적 있지?”

두 사람의 악수가 끝나자 조관성이 의미심장하게 말을 꺼냈다.

“술 좀 마시려 했더니, 그걸 내 빼려고 사모님까지 데려온 겁니까?”

도준은 하윤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뭐 어쩌겠습니까? 제가 집사람한테 잡혀 살거든요.”

두 사람의 분위기를 살피던 하윤은 이 식사 자리가 단지 술을 마시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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