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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0화 감싸다

하지만 하필이면 한차례 공연 당시, 석지환은 사고로 음악 인생을 망쳤을 뿐만 아니라 한쪽 팔도 잃게 되었다.

이성호는 그때 그 일 때문에 잠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걱정에 시달렸었다. 결국 퇴원한 석지환이 오히려 이성호를 달래러 찾아온 적이 있다.

게다가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후배들 앞에서 미소 지으며 아무렇지 않게 ‘됐어, 다들 그만 울어. 나 가업 이으러 돌아가는 거야’라고 말하던 석지환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교실에 흘러 든 빛이 석지환에게 드리워 긴 그림자를 드리웠을 때, 석지환은 싱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었다.

‘남은 시간 동안 우리가 어디에 떨어져 있든, 우리의 미래는 창창할 거야.’

……

기억이 뚝 끊긴 순간, 하윤은 일기장을 다시 들여다보며 황당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설마 그때 석지환 선배의 사고가…….’

곧이어 본 일기장의 내용은 하윤의 그런 생각을 증명했다.

극한의 분노를 쏟아낸 뒤, 주림의 일기에는 회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

‘내가 정말 그런 짓을 했다니.’

‘내가 정말 마쳤나?’

‘그 여자애는 분명 석지환이 경상만 입을 거랬는데, 왜 이렇게 됐지?’

하윤은 볼수록 충격적인 내용에 얼른 인터넷으로 그때 아버지의 콘서트를 검색해 봤다.

그랬더니 역시나, 석지환이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게스트로 무대에 올라 연주할 기회는 결국 주림이 차지했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고 숨이 가빠왔다. 늘 동경해오던 사람이 하윤도 모르는 사이에 더럽혀졌다는 걸 아는 건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하윤은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

‘지금은 이런 일로 슬퍼할 때가 아니야.’

‘고작 평범한 학생이었던 주림 선배가 어떻게 그런 일을 벌였지?’

일기에 계속 언급되었던 ‘그 여자애’가 나선 거면 모를까.

‘게다가 주림의 성격에 갑자기 변한 게 아마 공은채와 사귀고 난 뒤었으니…….’

하윤은 자기의 생각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러니까 공은채는 주림 선배를 좋아했던 게 아니라 조종하려는 거였어.’

‘대체 목적이 뭐지?’

하윤은 얼른 일기장을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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