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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9화 일기

“일기요?”

놀란 듯한 주영애의 표정에 권하윤은 바짝 긴장했다.

“혹시 없어요?”

“아니요.”

주영애는 싱긋 웃어 보였다.

“우리 애가 남한테 일기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 게 의외라서요. 그 일기를 엄청 소중하게 여겨 누구도 손 못 대게 했거든요.”

하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미소 지었다.

“맞아요. 선배의 성격이 불 같은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만약 누군가 본인 일기를 훔쳐봤다는 걸 알면 당장이라도 화 낼 거예요.”

“그러게요. 그 애가 그런 면에서 고집이 좀 세야 말이죠.”

주영애는 지금의 주림을 떠올리며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머니, 너무 상심해 하지 마세요.”

나지막한 위로에 주영애는 그제야 다정의 존재를 눈치챘다.

“어머, 다정이구나. 그간 어디 갔었어?”

익숙한 사람을 보자 다정도 전보다 긴장을 풀었는지 주영애한테 하윤이 자기를 어떻게 구해냈는지, 또 그간 어떻게 보살펴 주었는지 빠짐없이 설명하면서 하윤을 마치 신처럼 찬양했다.

그 모습에 주영애는 질투하는 척 투덜거렸다.

“그럼 이제는 이 아줌마보다 언니가 더 좋다는 거야?”

“아니에요. 저 아주머니도 좋고 언니도 좋아요.”

다급히 설명하는 다정의 모습에 주영애가 피식 웃었다.

“착하네.”

……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눈 뒤, 다정은 주영애를 도와 반죽을 빚기 시작했고, 하윤은 주영애가 건네준 일기를 갖고 방으로 들어갔다.

일기장 앞에 적힌 내용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매일 자기가 받은 영감 아니면 학교에서 겪은 일뿐이었다.

심지어 대충 쓴 날도 있었고, 며칠 건너 쓰기도 했다.

먼저 확인한 두 권에서 모두 특별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하윤은 마지막으로 세번째 일기장을 꺼내들었다.

세번째 일기장에는 앞서 두 권에서 보지 못했던 ‘그 여자애’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었다.

심지어 내용도 먼저 봤던 두 권과는 사뭇 달랐다.

시작 즈음, 일기 속에서 ‘그 여자애’는 주림을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묘사되었다. 주림의 음악에 대한 꿈도 알고, 하루빨리 성공하고 싶어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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