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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7화 어디 한번 봐 봐

“민혁한테서 들었어. 그 정신병자를 직접 흥덕 마을로 데려 가겠다고 했다며?”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려고? 또 제 자유를 제한할 거예요?”

날을 잔뜩 세운 권하윤의 말투에 민도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혼자서 결론 내리고 화 내는 건 대체 뭐야?”

하윤도 자기 자신이 지금 가시를 드러내고 경계하는 고슴도치와 다를 바 없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이것도 이미 참을 만큼 참은 결과다.

그때 전화기 너머로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어 하윤을 달래려는 듯한 말투였다.

“가지 말란 말 안 했어. 가는 길에 나 보러 여기 들르는 건 어때? 나도 이제 막 혼인신고 끝낸 우리 마누라 보고 싶은데.”

도준의 다정한 호칭에 하윤의 가슴은 부끄러움도 모르는 듯 두근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윤은 그런 감정을 이내 꾹꾹 눌렀다. 본인이 참 못난 것 같았으니까. 대충 몇 마디 달랬다고 보고 싶어하는 게.

결국 서슴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

한편, 전화 건너편에서 들리는 ‘뚜뚜’ 거리는 소리에 도준은 혀를 입안에서 굴리며 애써 본인이 무시당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도준이 다시 방에 돌아왔을 때, 방 안 분위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도준이 자리에 앉자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아부하느라 바빴고, 여직원은 또 술을 들고 도준에게 다가왔다.

“민 사장님, 오늘 왜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세요? 술 좀 드세요.”

“됐습니다.”

여직원은 도준의 낯빛을 눈치채지 못하고 제 멋에 술을 따랐다.

“민 사장님이 마시지 않으면 제가 저희 대표님한테 한 소리 들을 겁니다. 그러니 제 체면을 봐서라도 마셔 주세요.”

붉은 액체가 와인잔 벽을 타고 흘러 들자 도준이 테이블 다리를 힘껏 발로 차버렸다. 그와 동시에 잔에 담겼던 액체가 찰랑거리며 넘쳐흘렀다.

“안 마신다고. 씨X 못 들었어?”

뜨거웠던 방 안 분위기는 한순간 싸늘해졌다.

하지만 도준은 그것을 무시한 채 넥타이를 손으로 풀어 헤치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테이블에 둘러 앉은 사람들은 도준의 태도에 더 이상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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