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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보여 줘

민도준이 전화를 끊겠다고 하자 권하윤은 곧바로 불만을 내비쳤다.

“이제 고작 몇 마디 말했는데 전화를 끊으려고요? 어쩜 저는 하나도 생각하지 않아요?”

발끈하는 하윤의 모습에 도준은 피식 웃었다.

“급할 거 뭐 있어? 전화 끊고 영상 통화로 얼굴 보자는 뜻이었는데.”

도준의 말에 소리를 지르며 화 내던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방긋 웃었다.

“그래요? 그럼 잠깐만 기다려요.”

전화를 끊은 하윤은 얼른 코랄벨벳 가운을 벗어 던지고 끈 나시 슬립 원피스로 갈아 입은 뒤 립스틱까지 발랐다.

하지만 그렇게 한참 동안 준비를 마친 뒤에야 어떤 플랫폼으로 영상 통화를 할 건지 의문이 들었다.

도준은 지금껏 채팅 어플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걸 문자로 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윤이 깊은 고민에 잠겨 있을 때 카톡 어플에서 알람 소리가 들렸다.

친구 추가 요청이었는데 요청을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도준이었다.

맴 처음에는 도준이 자기 때문에 일부러 계정까지 만든 줄 알고 기뻐하던 하윤은 도준의 계정을 살피던 중 오래 전 만들어진 계정이라는 걸 발견하고 이내 풀이 죽었다.

‘하! 오래 저부터 사용하고 있었던 거야?’

하윤은 투덜거리며 도준의 프로필 사진을 클릭했다. 하지만 뭐 볼 게 있나 확인해 보려 했지만 아무 내용도 없었다.

‘응? 설마 나만 차단해서 올린 건 아니겠지?’

하윤이 한창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영상 통화가 걸려왔다.

하윤은 화가 났지만 도준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수신 버튼을 힘주어 내리쳤다.

예쁘게 단장한 하윤을 본 순간, 도준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뭐야? 혼자 집에서 뭐 한 거야?”

하윤은 방금 도준과 영상 통화를 한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단장하던 자기의 모습이 떠올라 콧방귀를 뀌더니 벨벳 가운을 낚아 채 자기를 꽁꽁 싸맸다.

“안 보여줄 거예요.”

도준은 핸드폰을 낮은 곳에 놓고 눈을 내리 깐 채 화면을 응시했다. 하지만 시선이 하윤의 목덜미에 닿은 순간,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보기만 하고 닿을 수 없자, 오히려 더 탐스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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