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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돌아올 줄 도 아네?

야생미 넘치는 민도준의 모습은 위험하고도 섹시한 아름다움을 띠고 있어 권하윤은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멍하니 스크린을 바라봤다.

화면 맞은편에 있던 도준은 하윤의 몽환적인 표정을 보고 잠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착하지, 숨소리 좀 들려줘.”

하윤은 수치심이 극에 달했다.

“안 돼요, 다정이 아직 거실에 있어요.”

“우리 집은 방음이 잘 돼서 괜찮아, 말 들어.”

결국 도준의 재촉에 못 이겨 이불을 머리위로 뒤집어썼다.

화면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호흡이 서로 뒤엉키며 안개가 되어 휴대폰을 감싸며 피어올랐다.

마침 이불 속에 있던 하윤이 숨막혀 죽을 것 같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 노크 소리는 아주 작아 마치 뼈마디로 문짝을 문지르는 것 같았다.

“언니, 자요?”

하윤이 이불을 들추려 하자 수화기에서 남자의 경고가 들려왔다.

“가지 마.”

“다…… 끝난 거 아니에요?”

하윤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한 번 보고 올게요, 금방이면 돼요.”

말을 마친 하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머리에 있는 가운을 가지고 땅에 발을 붙였다.

하지만 밖에서 들리던 노크 소리는 어느새 멈췄다.

다정이 방으로 돌아갔을 거라고 생각하며 문을 열었더니 그녀는 여전히 벽에 기대어 있었다. 이에 놀란 하윤이 얼른 물었다.

“다정아, 무슨 일이야?”

다정은 서글프게 울며 말했다

“미안해요 언니, 일부러 잠자는 거 방해하려던 거 아니에요, 엄마가 꿈에 나왔는데, 꿈에서 돌아가셨어요……, 언니 우리 엄마가, 엄마가…….”

다정의 모습에서 하윤은 오래전 아버지가 돌아간 뒤 밤낮으로 악몽에 시달렸던 자기 모습이 보였다.

꿈에 아버지가 피투성이가 된 채 흩어져 아무리 붙여보려고 해도 붙일 수 없었다.

다정의 모습이 자신의 과거의 모습이 겹쳐 보이자 하윤은 이내 쪼그려 앉아 다정의 어깨를 두드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너의 엄마는 지금 건강해, 내가 곧 엄마한테 데려다 줄게, 알겠지?”

다정은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언니.”

“괜찮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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