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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감히 미워하다

집에 도착한 권하윤이 전자 오르간 포장지를 뜯는 순간, 정다정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 모습에서 다정이 얼마나 전자 오르간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저 멀찍이 서서 바라보기만 할 뿐 손도 대지 않았다.

그때 하윤이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다정아, 와서 쳐봐.”

다정이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손을 대지 못하자 하윤이 농담조로 말했다.

“이거 너 주려고 산 건데, 네가 치지 않으면 옷 거치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어.”

자기를 주려고 샀다는 말에 다정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틈에 하윤은 얼른 다정의 손을 끌어당겨 전자 오르간 위에 올려 놓았다.

“자, 얼른 쳐 봐.”

그제야 다정은 조심스럽게 건반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여전히 건반을 누르지는 않고 그 위만 맴돌았다.

다정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하윤도 더 이상 방해하지 않았다.

이제 막 자리를 비켜주려던 찰나, 핸드폰이 울리자 하윤은 얼른 방으로 들어가 작은 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도준 씨.”

“뭐 잘못한 거 있어? 왜 그렇게 말해?”

방문을 닫고 나서야 하윤은 원래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다정이 밖에 있거든요. 혼자만의 공간을 주려고요. 있잖아요. 의사 선생님이…….”

하윤은 오늘 있은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도준에게 말했다.

도준이 당연히 이른 작은 일은 신경 쓰지 않을 걸 알면서도 말한 거지만, 하윤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도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따가 내가 사람 보내서 다정이 데려 갈게. 다른 사람이 돌봐 주는 게 좋겠어.”

“안 돼요. 마음의 상처가 있는 애를 억지로 데려갔다가 악화라고 되면 어떡해요?”

곧바로 거절하는 하윤의 말에 도준이 인내심을 잃었다.

“악화되면 그것도 본인 팔자야. 지금 자기한테 너무 의존한다며? 그 상황에 만약 자기가 실수로 자극이라도 주면 애가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겠어.”

오늘 정신과 의사도 똑 같은 말을 한 적 있다. 한 사람이 모든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쏟아붓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잘못하면 미친 짓까지 벌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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