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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돌보기 어렵다

문이 열리자 한민혁은 목을 빼 들고 안을 슬쩍 보고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었다.

“다 잔 거 맞지? 시작해도 돼?”

조심스러운 한민혁의 모습에 민도준은 사정없이 그에게 발길질했다.

“제대로 말해.”

‘내가 뭐 어쨌다고? 발각될까 봐 조심하는 거잖아.’

민혁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억울한 듯 구시렁댔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른 도준의 붕대를 갈아주었다.

물에 축축해진 붕대를 풀고 새로 준비한 붕대를 가지려고 몸을 돌린 순간, 멀쩡한 팔을 보자 민혁은 순간 멍해졌다.

“어, 붕대를 감아야 하는 팔이 어느 쪽이더라?”

“…….”

잠시 뒤, 있지도 않은 도준의 상처를 붕대로 감은 민혁은 떠나면서 다시 한번 침실을 흘깃거렸다.

“형, 대체 언제까지 속일 거야?”

“왜? 불만 있어?”

날카로운 도준의 눈빛에 민혁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그냥…….”

이윽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하윤 씨가 억지 부리는 사람도 아닌데, 언젠가 알게 될 일, 다른 사람한테서 듣기 전에 형이 먼저 말하는 게 어때?”

진심 어린 민혁의 조언에 도준은 또 담배 한 개를 입에 물더니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냥 가라.”

도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 챈 민혁은 얼른 목을 움츠린 채 도망쳐 버렸다.

그로부터 얼마 뒤, 도준은 희뿌연 연기를 연기를 내뿜는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끄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방 문이 닫히는 순간, 비스듬히 열려 있는 객실의 문틈 사이로 다정이 맨발바람으로 서서 문손잡이를 꼭 잡고 있었다.

……

다음날.

괴롭힘을 참지 못하고 끝내 눈을 뜬 하윤은 야릇한 도준의 동작에 몸이 달아올랐다.

“뭐 하는 거예요? 왜 사람 자게도 못해요?”

그때 등 뒤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도준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잇따라 들렸다.

“누가 자지 말래? 하윤 씨는 잠 자고, 난 하윤 씨랑 자고, 서로 방해되는 것도 아니잖아.”

하윤의 반항은 도준의 막무가내 앞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시각, 문 밖에서 유정인을 도와 아침상을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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