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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원하는 미래

말을 이어가려던 주민수는 갑자기 권하윤의 뒤를 바라보았고 하윤이 돌아보니 민도준이 들어오고 있었다.

“왜 그래? 기다리느라 지루해진 건가?”

문에 기대어 있는 도준은 병상 위의 민수를 훑어보며 미소 지었다.

“그냥, 밖이 추워서 따뜻한데 있고 싶어서 들어왔어요.”

그렇게 말하며, 도준은 대수롭지 않게 하윤의 옆에 앉았고 도준이 자리에 앉자, 하윤은 다시 민수에게 물었다.

“방금 무슨 말씀하셨나요?”

민수는 고개를 저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너무 얇게 입었어.”

하윤은 민수의 걱정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는 더 따뜻하게 입을게요.”

민수는 자신의 뜻을 내비치며 말했다.

“너희 같은 젊은 아가씨들은 다 예뻐 보이려고 옷을 얇게 입지.”

‘너희라니? 주림의 어머니가 젊었을 때를 말하는 건가, 아니면…….’

하윤이 물으려는 찰나, 도준이 입을 열었다.

“그만하고, 어르신 편히 쉬게 해드리자, 가자.”

민수의 지친 얼굴을 바라보며 하윤은 도준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고 일어나며 작별 인사를 했다.

“할아버지, 푹 쉬세요. 다음에 다시 뵐게요.”

병원을 떠나면서, 하윤은 바로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도준에게 쇼핑을 같이 하자고 하고 싶었지만, 그가 귀찮아할까 봐 걱정됐다.

조수석에 앉아, 하윤은 자신의 옷을 만지며 도준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할아버지 말이 맞아요, 오늘 정말 춥네.”

도준은 하윤을 흘긋 보고는 입을 열었다.

“춥다고? 그럼 일찍 집에 가자, 집이 따뜻해.”

자신이 생각한 대로 대답하지 않자 하윤은 말문이 막혔고 더 티가 나게 신호를 보내며 자신의 옷자락을 잡았다.

“나 정말 오랫동안 쇼핑 안 해서 도준 씨가 신선한 면을 못 봐서 질려하고 그래서 나 버림받으면 어떡해. 에효, 살기 참 팍팍하다.”

도준은 하윤의 계속되는 애처로운 목소리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니까 내가 쇼핑하러 안 데려가면 나쁜 놈 되는 거야?”

하윤은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도준의 어깨에 기대며 졸랐다.

“가요,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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