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윤은 마음이 복잡하면서 쇼핑을 하러 나섰지만, 전혀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반면 민도준은 하윤을 위해 옷부터 액세서리까지 열심히 골랐고 물건들은 집으로 보내고, 밥을 먹으러 갔다.그들이 간 식당은 평범해 보였지만, 오직 둘만이 손님으로 있었고 하윤은 자리에 앉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여기에 무슨 특별한 게 있나요?”도준은 담배를 피우며 웃었다. “먹어보면 알 거야.”음식이 나오자, 하윤은 해원의 요리들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심지어 도준이 한번 불평했던 달콤한 수프도 있었는데 원래 식욕이 없던 하윤도 한 입 먹고 놀랐다. “여기 사장님이 해원 사람인가 봐요?”도준은 콧소리로 대답했다.“음.”도준은 음식에 큰 관심이 없었고 그저 하윤이 다람쥐처럼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윤이 테이블 위의 케이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도준은 그녀의 손등을 툭 치며 말했다. “손 씻었어?”이에 하윤은 편안해진 어투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더러워도 병 걸리지 않아요.”도준은 하윤의 손을 잡아 수건으로 닦으며 농담했다. “식탐이 이리 많을 줄 몰랐네.”둘은 식사를 즐겼고, 도준은 하윤의 모습을 보며 몇 입을 더 먹었고 두 사람이 식당을 나설 때는 이미 어두워졌다. 밤이 되자 기온이 떨어졌고, 실내외의 온도 차이 때문에 하윤은 춥다고 느꼈다. “너무 추워요.”도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코트 단추를 채워.”하윤이 입은 코트는 도준이 고른 것이었고, 분홍색 바탕에 하얀색 니트 드레스가 조화를 이뤘지만 단추를 채우기를 거부했다. “이 코트는 단추를 채우면 예쁘지 않아요.”도준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단추를 채우고, 목도리로 목을 꽁꽁 묶어주자 하윤은 얼굴의 절반을 가린 목도리에서 겨우 고개를 내밀며 불평했다. “당신이 내 스타일 다 망쳤어.”도준은 하윤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코를 꼬집었다. “꾸미는 거야.”하윤은 도준의 손을 뿌리치며 말하자 도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당신은 감각이 없어요.”“맞아, 옷에 대해선 모
물속에서 권하윤의 몸은 마치 백옥처럼 보였고, 민도준이 지난밤에 남긴 흔적들이 따뜻한 물에 의해 더욱 붉게 보였다. 하윤의 부드러운 피부 위에 아름답게 흩어져 있었다.도준의 검은 눈동자가 수증기에 의해 더욱 반짝였고, 하윤을 바라보는 눈빛은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도준의 긴 손가락이 하윤의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고, 그녀의 포동포동한 귓불을 톡 쳤다.“응, 진지한 일은 끝났으니까 이제 좀 더 재밌는 일을 하자.”욕실 안은 따뜻한 바람으로 가득 차서 하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고 본능적으로 가슴을 가렸다. “나, 나는 이미 씻었어요.”도준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고, 그의 긴 손가락이 물속으로 들어가며 물결을 일으켰다. “아직 뜨거워. 낭비하지 말고 나랑 같이 있자.”도망치려던 하윤은 도준에게 끌려 그의 뜨거운 체온과 뜨거운 물에 녹아버렸다. 하윤의 귓가에는 도준의 익살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조심해, 물이 너무 많으면 내 붕대가 젖을 수 있어.”“…….”도준이 물에서 나오자, 욕조 안의 물은 거의 절반이나 남아 있었다. 다행히 욕조의 배수시설이 좋아 넘치지도 않고 온도도 적당했다.하윤은 욕실에서 너무 오래 있어 그런지 산소 부족을 느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도준에 의해 침대로 이동해 바로 잠들었다.도준의 상처를 확인하는 것은 둘째 치고 머리카락도 도준이 말려줬다. 도준이 드라이어를 끄고 침대에 누운 하윤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도준은 하윤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착하네.”다음 날하윤은 침대에서 놀라 깨어났다.‘내가 누구지, 여기가 어디지, 무엇을 놓쳤지?' 하윤은 머리를 탁 치며 생각했다. ‘정말, 사랑이 위험한 건 맞아. 욕망에 빠지면 사람을 망친다니까. 잠깐, 도준 씨는 어디 있지?’하윤은 화장을 마치고 잠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도준 씨? 유정인 아주머니?”집은 텅 비어 있었고 하윤은 의아해하며 생각했다. ‘도준 씨 어디 갔을까? 왜 나한테 아
“혼인 신고?!”“혼인 신고? 나랑 혼인 신고를 한다고요?!”민도준은 멍한 표정의 권하윤을 슬쩍 봤다. “이미 세 번이나 물어봤어. 어때, 동사무소 가기 전에 귀 좀 검사받을까?”하윤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지 반복해서 확인했다. “혼인신고 맞죠? 운전 면허증이나 신체검사, 의료 보험 이런 거 아니고?”운전석에 앉은 도준의 말투는 태연했다. “동사무소에서 그런 업무도 하나?”대답을 듣고도 하윤은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왜 하필 오늘이에요, 어제나 내일은 아니고?”도준은 차를 돌리는 척했다. “오늘이 싫은 거야? 그럼 다음에 하자.”“아니, 안 돼요…….”“안 된다면 조용히 해. 한참 동안 시끄럽게 하고, 목 안 아파?”이 모든 게 진짜라는 걸 확인한 후에야 하윤은 진정했고, 놀란 마음도 서서히 가라앉았다.하윤은 의자에 기대며 창밖을 바라봤지만, 눈앞에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추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에 도준은 거만하고 대하기 어려웠고, 하윤은 도준의 동생의 약혼녀로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만날 일이 없던 두 사람이, 이제 함께 혼인 신고를 하러 가고 있다니, 생각만 해도 믿기 어려웠다.조수석에서 하윤의 표정은 놀람에서 혼란스럽다가 슬퍼져 결국 눈물을 흘렸다. 도준은 하윤의 표정이 얼마나 빨리 표정이 바뀌는지 보다가, 마지막에는 울기까지 하자 웃음이 나왔다. “나랑 혼인 신고하는 게 그렇게 싫어?”하윤은 손을 흔들며 울었다.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말고 나 좀 울게 해줘요.”도준은 계속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가만히 내버려뒀다. 결국 동사무소에 도착했을 때 하윤의 눈이 빨갛게 되었는데 마치 억지로 데려온 것처럼 보였다.복도를 지나며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들을 쳐다봤고, 하윤은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도준은 하윤의 눈물을 대충 닦아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자기야, 계속 울면 사람들이 널 납치한 줄 알 거야.”하윤은 서럽게 훌쩍였다.“나도 안 울고 싶은데 눈물이 그냥 흘러
[공은채가 아마 죽지 않았을 거야.]주변의 소음이 순식간에 멀어지고, 귀에서는 날카롭고 윙윙거리는 소리가 연속해서 들려왔다. 그때 하윤은 화장실 문 앞에 서 있었고, 한 걸음만 더 나가면 하윤이 꿈꾸던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과거의 추억들이 물 밀려오듯 하윤을 덮쳤고 화장실의 물소리와 건조기 소리는 족쇄라도 된 듯 하윤을 붙잡고 한 발짝도 내디디지 못하게 했다.결국 하윤은 돌아서 제일 안쪽 칸으로 들어가 고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너……, 문자에서 말한 건 무슨 뜻이야?”은지의 목소리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하윤을 찌르듯 했다. “그 교수 학생들을 매수한 메이드, 그 여자는 은채의 유모야. 은채가 죽었다는 소식이 퍼진 뒤, 공씨 집안을 떠나 무덤을 지키러 갔어. 나 공씨 집안에 있었을 때 한 번도 본 적이 없어.”하윤은 무언가를 느꼈지만, 점점 심해지는 관자놀이 통증 때문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하윤의 목소리는 매우 건조했다.“그럼 왜 내가 그 여자를 따라갔을 때 공씨 집안에 간 거지?”은지는 잠시 침묵한 후 말했다. “누군가 네가 그 여자가 공씨 집안에 들어가는 걸 보는 걸 원했을 테니까”“…….”그 뒤의 일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 후로 하윤은 범인이 공씨 집안 출신이라고 생각했고, 그로 인해 공씨 집안의 갈등에 휘말렸으며, 아무런 관계없던 민도준까지 끌어들이게 되었다.하윤은 마음을 정리하며 말했다. “그래서 네 말은, 공은채가 죽지 않았고, 이 모든 걸 뒤에서 조종하며 나를 이용해 도준 씨를 끌어들이려고 했다는 거야?”은지는 하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 “너 생각해 봐, 도준 씨 같은 사람이 그 뒤에 숨은 이유를 모를 것 같아?”하윤은 잠시 멈칫하자 은지는 계속 말했다.“공씨 집안의 몰락은 우연이 아니야, 오랜 계획 끝에 이루어진 것이지. 많은 사람, 많은 증거들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야.”그렇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어떻게 공씨 집안을 이 지경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 뒤에 누군가가 계속 밀어붙
눈물을 흘리며 혼잣말을 하던 권하윤의 모습은 너무 처연했다. 화장실에서 나온 어느 여자가 깜짝 놀라며 하윤에게 다가와 위로했는데 그 사람은 하윤이 이혼하러 온 줄 알았다.“동생, 이렇게 젊고 예쁜데 뭔들 못 이겨내요. 언니 말 들어, 남자들은 다 똑같아. 자신에게 의지하는 게 최고야, 울지 마.”그 여자의 작은 위로에 하윤은 현실로 돌아왔고 건네받은 휴지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맞아요, 당신 말이 맞아.”화장실을 나와 다시 동사무소로 들어서자, 하윤은 사람들 속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민도준을 바로 알아봤다. 하윤의 구두 발걸음 소리가 울리며 하윤은 한 걸음씩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앞으로 돌아갔다.하윤은 타이밍을 딱 맞춰서 도착했는데 도착하자마자 앞에 있던 커플의 차례가 왔고 다음은 하윤과 도준의 차례였다.도준이 하윤을 쓱 훑어보더니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화장실 갔다 와서 영혼이 빠진 것 같다?”하윤은 도준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 상처 좀 보여줘요.”“여기서 말고, 집에 가서 보자고.”“아니요, 지금 당장 보고 싶어요.”도준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조금 짜증이 났다. “집에 가서 보여준다니까.”“지금 당장 보여달라고요.”하윤은 고집스럽게 도준에게 손을 뻗었지만,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도준은 하윤을 바라보며 약간 의심스럽다는 눈빛을 보냈다. “누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그러자 하윤이 되물었다. “당신 나한테 알리고 싶지 않은 게 있어요?”도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려는 찰나, 창구 직원이 소리쳤다. “다음 분.”다음 차례는 도준과 하윤이었기에 도준은 인내심을 발휘하며 말했다. “먼저 절차 밟고, 그다음에 얘기하자.”“아니, 먼저 당신 상처를 보여줘요.”도준은 화가 나는 것을 강한 인내심을 발휘하며 분노가 섞인 말투로 말했다.“좋아, 보여줄게.”도준은 외투를 벗어 던지고, 붕대를 거칠게 찢자 보이는 팔에 난 상처를 보고 하윤의 얼굴이 굳어졌다. 길이가 손바닥만 한
마침 햇살이 따스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권하윤은 미래에 대한 환상이 가득했다. 하지만 꿈에서 현실로 돌아온 순간 하윤은 그때 가졌던 마음을 잃었다.펜을 내려놓으려고 할 때 하윤의 시선은 자신의 가슴에 달린 꽃 브로치에 갔는데 그것은 꽃다발을 안고 있는 게 번거롭지만 지니고 싶기는 해서 꽃 하나를 꺾어 진주 브로치에 같이 달았던 것이었다.시선이 브로치에 갔을 때 장미 브로치는 마치 하윤을 조용히 올려다보며 꽃다발을 받았을 때의 기쁨을 상기시켰다. 눈을 내리깔고 그저 민도준은 여태까지 이랬었고 겉은 차갑지만 속은 따뜻한 츤데레 스타일이라고 스스로 세뇌를 했다.‘이 모든 게 거짓이라면, 도대체 뭐가 진짜일까?’‘한 번만 걸어볼까?’도준의 마음에는 자신만 있다는 걸 걸고, 그 모든 것이 단지 추측일 뿐이라는 것에 하윤은 배팅했다.몇 초 후.도준은 하윤이 천천히 펜을 들고 이름을 쓰는 걸 보며, 찡그렸던 표정이 풀렸고 이내 입꼬리가 올라갔다.……동사무소에서 서류를 들고 나오며, 하윤은 마치 구름을 밟는 것처럼 안정감이 없었다.도준이 하윤의 손에서 서류를 빼앗아 보았고, 하윤이 바라보자 입꼬리를 올렸다. “너 덤벙거려서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 내가 보관하고 있을게.”하윤은 도준의 제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그저 도준의 찢어진 상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운전할게요, 병원 가서 다시 붕대 감아요.”병원으로 가는 길에, 하윤은 조수석에서 느껴지는 압박감 있는 시선을 무시하려고 애썼지만, 무시할 수가 없어 결국 고개를 돌렸다. “왜 날 쳐다보는 거예요?”도준은 등받이에 기대며 태연하게 말했다. “네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하윤은 지금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고 여전히 피가 흐르는 상처를 바라보며 말했다.“곧 도착할 거니까, 좀 눌러서 지혈하고 있어요.”개인 병원도준이 상처를 치료할 때, 하윤은 들어가지 않고 복도에서 혼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려고 애썼다.‘만약
민도준은 애정을 담아 권하윤의 귓불을 살짝 문지르며 말했다. “어떻게, 내 피가 충분히 흐르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또 보고 싶은 거야?”“아니, 내가 묻고 싶은 건…….” 하윤은 도준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당신의 상처, 새로 생긴 거예요? 아니면 예전에 생긴 거예요?”하윤이 말을 뱉자 순간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조용했고 고요했다. 방금까지도 농담조로 말하던 도준의 웃던 얼굴은 서서히 굳어졌고 하윤의 얼굴을 잡고 있던 도준의 손이 내려와 목을 감싸면서 주도권을 다시 잡았다.“자기야, 요즘 이상한데 재미 붙인거야? 굳이 이런 얘기를 꺼내서 기분이 상해야 해?” 도준의 말이 맞았다. 도준이 같은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거라면 하윤은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에 고마워해야 했고 더 물으면 서로에게 상처 주는 꼴밖에 나지 않았다.하윤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당신이 원하는 건 순종적이고 말 잘 듣는 인형 같은 거죠? 그 무엇도 알 필요 없고 그저 당신이 하라는 대로 말하는 대로 듣고 있으면 된다는 거죠?”도준은 날카롭게 반응하는 하윤에 다소 짜증스럽다는 듯 말했다. “그렇게 말한 적 없어.”“그럼 무슨 뜻인데요? 그냥 내가 순진하고 속이기 쉬운 강아지처럼 필요하면 시키고 완성하면 보상으로 사료 같은 거 던져주고 그런 존재인가요?”억눌렀던 감정이 터져 나오며 복도에서 하윤의 분노가 담긴 목소리가 울렸다. “그럼 왜! 왜 나한테 아무 일도 없었다고, 왜 처음부터 당신 실종되었을 때 누구랑 같이 있었다는 걸 안 알려주는 건데요!”하윤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 마지막에는 흐느낌으로 바뀌었다.도준은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진료실의 문이 열렸다.방을 잘못 찾아온 의사는 빠르게 문을 문을 쾅! 하고 닫으며 마음속으로‘나를 보지 마라, 나를 보지 마라’ 라고 되뇌었다.도준은 하윤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울지 마, 집에 가서 얘기하자.”……문이 닫히는 소리에 유정인 아주머니가 부엌에서 나왔다. “사장님, 사모님,
“됐어.” 민도준은 쉽게 권하윤의 팔을 붙잡았다. “우리 벌써 결혼했잖아, 그런 것들이 뭐가 중요해? 넌 그냥 네가 내 와이프라는 것만 알면 돼.”도준의 회피하는 태도에 하윤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혼인신고를 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야? 나에게 족쇄를 채워서 떠나지 못하게 하려고?”도준의 눈빛은 어두워졌고, 그의 무심한 목소리가 하윤을 뒤통수를 때리는 듯했다. “이게 네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나?”하윤은 순간 멈칫하며, 눈에 차오른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하윤이 원했던 것? 그렇다, 하윤은 도준을 사랑했고, 그와 영원히 함께하길 원했다. 은채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어도, 도준이 자신을 단지 체스판의 나이트라고 여긴다 해도, 하윤은 여전히 도준과 결혼하길 원했다. 이미 스스로를 속박한 하윤이 어떻게 도준에게 따질 수 있단 말인가?도준은 하윤의 눈물에 순간 마음이 흔들렸고, 눈물을 닦아주려 손을 뻗었지만, 하윤은 반사적으로 도준을 피했다. 하윤은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맞아, 당신이 말한 게 맞아요. 나는 당신을 졸졸 따라다니며 결혼하고 싶어 했어요. 고고한 도준 씨가 나 같은 사람하고 결혼해 줬으니, 내가 불만이 있을 이유가 없지.”도준은 약간 짜증이 나서 말했다.“나는 그런 적 없어. 왜 굳이 그런 일로 모든 걸 부정하려고 해?”“나도 그런 생각 하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고 싶지도 않고요!”자신의 멘붕을 표출할 길이 없는 하윤은 등을 돌리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잠시 후, 떨고 있는 하윤의 등이 도준에 의해 뒤에서 감싸졌다. “내가 잘못했어, 울지 마.”하윤은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았고, 떨고 있던 그녀의 몸은 서서히 진정되었다. 결국, 하윤은 손을 내리고 눈물로 얼룩진 눈으로 도준을 바라보며 거의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탁이야, 제발, 말해줘. 공은채 살아있어? 당신이 사라졌을 때, 은채랑 같이 있었어요?”도준은 하윤이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