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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화 와이프 달래기

마침 햇살이 따스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권하윤은 미래에 대한 환상이 가득했다. 하지만 꿈에서 현실로 돌아온 순간 하윤은 그때 가졌던 마음을 잃었다.

펜을 내려놓으려고 할 때 하윤의 시선은 자신의 가슴에 달린 꽃 브로치에 갔는데 그것은 꽃다발을 안고 있는 게 번거롭지만 지니고 싶기는 해서 꽃 하나를 꺾어 진주 브로치에 같이 달았던 것이었다.

시선이 브로치에 갔을 때 장미 브로치는 마치 하윤을 조용히 올려다보며 꽃다발을 받았을 때의 기쁨을 상기시켰다.

눈을 내리깔고 그저 민도준은 여태까지 이랬었고 겉은 차갑지만 속은 따뜻한 츤데레 스타일이라고 스스로 세뇌를 했다.

‘이 모든 게 거짓이라면, 도대체 뭐가 진짜일까?’

‘한 번만 걸어볼까?’

도준의 마음에는 자신만 있다는 걸 걸고, 그 모든 것이 단지 추측일 뿐이라는 것에 하윤은 배팅했다.

몇 초 후.

도준은 하윤이 천천히 펜을 들고 이름을 쓰는 걸 보며, 찡그렸던 표정이 풀렸고 이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

동사무소에서 서류를 들고 나오며, 하윤은 마치 구름을 밟는 것처럼 안정감이 없었다.

도준이 하윤의 손에서 서류를 빼앗아 보았고, 하윤이 바라보자 입꼬리를 올렸다.

“너 덤벙거려서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 내가 보관하고 있을게.”

하윤은 도준의 제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그저 도준의 찢어진 상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운전할게요, 병원 가서 다시 붕대 감아요.”

병원으로 가는 길에, 하윤은 조수석에서 느껴지는 압박감 있는 시선을 무시하려고 애썼지만, 무시할 수가 없어 결국 고개를 돌렸다.

“왜 날 쳐다보는 거예요?”

도준은 등받이에 기대며 태연하게 말했다.

“네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하윤은 지금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고 여전히 피가 흐르는 상처를 바라보며 말했다.

“곧 도착할 거니까, 좀 눌러서 지혈하고 있어요.”

개인 병원

도준이 상처를 치료할 때, 하윤은 들어가지 않고 복도에서 혼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려고 애썼다.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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