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26화 지난 일

케빈은 감옥에 7,8 년 정도 갇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딱히 그렇다 할 반응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 것처럼 후련한 표정으로 민도준을 바라봤다.

“담배 좀 줄 수 있습니까?”

눈썹을 치켜 올리며 담뱃갑을 꺼낸 도준이 검지로 담뱃갑 변두리를 툭툭 치자 케빈이 손을 내밀어 튀어나온 담배를 받았다. 수갑을 찬 불편한 손 때문에 두 손을 내민 채로 말이다.

케빈은 오랫동안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는지 불을 붙이는 동작에서마저 어색함이 느껴졌다.

매캐한 연기가 폐부로 흘러 들었고 알싸한 느낌이 목구멍을 간지럽혔다.

익숙한 냄새에 허벅지 안쪽에 있는 오래 된 담배 땜빵 자국이 찌근거렸다.

그 순간 케빈의 기억은 그가 처음 담배를 배운 날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날 케빈은 민시영과 함께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햇살 같이 밝게 빛나던 아가씨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케빈 역시 등골이 부러졌었다.

그날, 흡연실에서 누군가 케빈에게 담배를 건네주었다. 그 역시 불치병에 걸린 가족이 있어 슬퍼하는 줄 알고 위로하면서 말이다.

“자, 한 대 피워요. 그러면 좀 괜찮아질 거예요.”

시영이 담배 냄새를 싫어하여 전에 담배에는 손도 댄 적 없었는데, 그날 이후로 케빈은 허구한 날 담배로 기분을 달랬다.

그러던 어느 날, 시영이 그 사실을 알고 케빈을 무릎 꿇게 하더니 손에 잡히는 물건을 미친 듯이 케빈에게 던지며 욕을 퍼부었다.

이마에서 뜨거운 피가 흘러내려 눈앞이 흐릿했지만 케빈은 왠지 모르게 후련했다. 심지어 시영이 주는 고통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그건 시영이 그 일을 당하고 처음으로 이성을 잃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 시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여전히 가족들과 웃으며 얘기하고 파티에 참석하고 수업을 했다.

모든 울분을 토해낸 시영은 땅바닥에 널브러진 파편을 밟으며 케빈에게 걸어가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

“일어나서 키스해줘.”

케빈은 움직이지 않았다. 본인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시영이 발길질했다.

“왜? 이제는 너도 내가 싫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