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권하윤이 생각했던 대로 정다정은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설마 선배가 밖에서 만난 사람인가? 누구지?’하지만 하윤이 핸드폰을 다시 받아 든 그때, 다정이 갑자기 액정 끝을 짚으며 말했다.“이 언니 같아요.”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웬 여자의 옆모습이었다.‘이 사람은…… 공은채?’공은채는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하는 데다 사진을 찍는 것도 싫어하여 단체사진을 찍던 날 먼저 떠났었다. 때문에 엉겁결에 옆모습만 걸린 모양이다.하지만 하윤은 믿기지 않았다.“다정아, 혹시 잘못 본 거 아니야?”하윤의 질문에 다정은 갑자기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죄송해요. 저도 제대로 본 건지 모르겠어요. 그게, 그러니까…….”너무 급한 나머지 다정이가 환자라는 것조차 잊은 하윤은 그제야 아차 싶었는지 얼른 달랬다.“괜찮아. 그냥 물어보는 거니까 무서워하지 마.”한참 동안 다정을 달랜 뒤, 하윤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공은채라면 분위기가 독특한데다 평범한 생김새가 아니라 잘못 알 가능성이 극히 드문데.’‘설마 주림 선배가 정말 공은채 남자 친구였어?’‘그런데 도준 씨와 약혼한 사이 아닌가?’‘아니지. 아버지와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었나? 그런데 왜 또 주림 선배 여자친구라는 거야?’하윤은 갑자기 몰려오는 생각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이윽고 한참 뒤, 다정이 평정심을 되찾자 하윤은 다시 물었다.“너 혹시 언제 이 언니 만났어? 혹시 흥덕 마을에서 만난 거야?”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주림 오빠가 이 언니 데려온 적 있어요. 제가 이 언니한테 예쁘다고 하니까 아주머니도 기뻐하며 저한테 사탕을 줬거든요. 이 언니가 자기 미래 며느리라면서.”하윤은 들으면 들을 수록 이 모든 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그러면 이 언니와 대화는 해본 적 있어?”“네, 엄청 친절했어요.”‘친절하다고?’하윤의 기억에 공은채는 언제나 무뚝뚝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고 있어 절대 친절이라는 단어와 매치가 되지 않았다.그러던 그때, 고은지가 했던 말이 갑자기 뇌리를
민도준의 대답 대신 들려오는 요란한 배경소리에 권하윤의 심장은 점점 더 빨리 뛰었다.“안돼요?”“돼.”도준은 가볍게 대답했다.“그것 때문에 돌아간 거잖아.”하지만 그 말투에 쉽게 눈치챌 수 없는 다른 뜻이 담겨 있다는 걸 안 하윤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도준은 해원에서 그녀가 엉망으로 만든 상황을 수습하고 있는데, 그런 도준은 한마디도 관심하지 않았으니.한 사람을 사랑하면 그 사람에게 늘 빚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진짜로 빚진 하윤은 오죽할까?그제야 하윤은 조심스럽게 설명을 늘어 놓았다.“아니에요. 저는 도준 씨가 저 때문에 또 위험해질까 봐 집에서 기다리려고 돌아온 거예요.”하윤의 변명에 낮게 깔린 웃음 소리가 들리더니, 도준은 또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하윤에게 장난치기 시작했다.“응. 착하네.”모든 감정이 도준의 행동에 달려 있는 하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주동적으로 의견을 냈다.“그러면 도준 씨가 돌아오면 같이 만나러 가요.”“응? 이렇게 말 잘 듣는다고?”“도준 씨가 밖에서 고생하는데, 제가 또 사고 치면 안 되죠.”하윤이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말은 잘해. 됐어, 나 바쁘니까 혼자 놀고 있어. 이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네.”도준이 더 이상 아까 일을 문제삼지 않자 하윤은 얼른 대답했다.이윽고 도준이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도준 씨, 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았을 텐데 담배 적게 피우고 술은 마시지 마요. 싸움 나면 절대 직접 나서지 말고요.”하윤의 말에 도준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아주 다 컸네? 이제는 나한테 잔소리도 다 하고?”“안 돼요?”“돼.”도준은 목소리를 내리 깔며 말을 이었다.“나중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가르쳐 줄게.”“…….”도준의 희롱에 전화를 끊은 뒤에도 하윤의 뜨거운 얼굴은 좀처럼 식지 않았다.하지만 문 밖에서 들려오는 연주 소리에 이내 걱정에 잠겼다.‘공은채에 관한 걸 도준 씨한테 물어봐도 될까?’도준은 하윤의 앞에서
케빈은 감옥에 7,8 년 정도 갇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딱히 그렇다 할 반응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 것처럼 후련한 표정으로 민도준을 바라봤다.“담배 좀 줄 수 있습니까?”눈썹을 치켜 올리며 담뱃갑을 꺼낸 도준이 검지로 담뱃갑 변두리를 툭툭 치자 케빈이 손을 내밀어 튀어나온 담배를 받았다. 수갑을 찬 불편한 손 때문에 두 손을 내민 채로 말이다.케빈은 오랫동안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는지 불을 붙이는 동작에서마저 어색함이 느껴졌다.매캐한 연기가 폐부로 흘러 들었고 알싸한 느낌이 목구멍을 간지럽혔다.익숙한 냄새에 허벅지 안쪽에 있는 오래 된 담배 땜빵 자국이 찌근거렸다.그 순간 케빈의 기억은 그가 처음 담배를 배운 날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날 케빈은 민시영과 함께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햇살 같이 밝게 빛나던 아가씨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케빈 역시 등골이 부러졌었다.그날, 흡연실에서 누군가 케빈에게 담배를 건네주었다. 그 역시 불치병에 걸린 가족이 있어 슬퍼하는 줄 알고 위로하면서 말이다.“자, 한 대 피워요. 그러면 좀 괜찮아질 거예요.”시영이 담배 냄새를 싫어하여 전에 담배에는 손도 댄 적 없었는데, 그날 이후로 케빈은 허구한 날 담배로 기분을 달랬다.그러던 어느 날, 시영이 그 사실을 알고 케빈을 무릎 꿇게 하더니 손에 잡히는 물건을 미친 듯이 케빈에게 던지며 욕을 퍼부었다.이마에서 뜨거운 피가 흘러내려 눈앞이 흐릿했지만 케빈은 왠지 모르게 후련했다. 심지어 시영이 주는 고통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그건 시영이 그 일을 당하고 처음으로 이성을 잃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 시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여전히 가족들과 웃으며 얘기하고 파티에 참석하고 수업을 했다.모든 울분을 토해낸 시영은 땅바닥에 널브러진 파편을 밟으며 케빈에게 걸어가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일어나서 키스해줘.”케빈은 움직이지 않았다. 본인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하지만 시영이 발길질했다.“왜? 이제는 너도 내가 싫어
늦은 밤.권하윤은 잠이 들지 않아 침대 위에서 뒤척이다가 수시로 핸드폰을 확인했다.그렇게 11시까지 그 동작을 반복하다가 끝내 폭발한 하윤은 핸드폰을 이불 안으로 던져 버리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전화하겠다고 했으면서, 그렇게 많이 보낸 문자에 답장도 안하고. 전화 와도 내가 대꾸하나 봐라.’그러던 그때, 밖에서 문소리가 들렸다. 머리까지 이불을 덮고 있던 하윤은 당연히 자기가 환청을 들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불을 걷어낸 순간, 문틈 사이로 빛이 흘러 들어오는 게 보였다.‘집에 누가 있어!’‘누가 들어왔나 봐!’하윤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움켜쥔 채 허리를 굽히고 문틈 사이로 밖을 관찰했다.그 순간, 커다란 힘이 침실 문을 확 열어 젖혔다.“아!”너무 놀란 나머지 하윤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 치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살려달라고 소리치려던 찰나,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그만 소리쳐. 나야.”그제야 정신을 가다듬은 하윤은 문밖에서 흘러 드는 빛으로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장난기 섞인 익숙한 얼굴을 확인하자, 하윤은 화가 난 듯 남자의 가슴을 내리쳤다.“오면 온다 왜 말을 안 해요? 놀랐잖아요.”도준은 피하지도 않고 하윤에게 맞아주면서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서프라이즈 해주려고 그랬지.”본인은 도준을 때리느라 손이 아픈데 도준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자 하윤은 구시렁댔다.“나빠 죽겠어.”“싫어? 그럼 나 간다?”도준이 당장이라도 떠날 것처럼 굴자 하윤은 얼른 도준의 목을 끌어안았다.“안 돼요. 못 가요.”고개를 젖힌 채 만류하는 모습은 바로 입맞추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웠다. 이에 도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하윤의 이마를 콩 내리쳤다.“그래, 안 갈게. 그러면 어디 한번 나 붙잡아 봐.”하윤은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끝내 도준에게 입을 맞추었다.분명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여전히 그리움에 병이 난 것 같았다.어느새 하윤의 등은 벽에 밀쳐졌고 허리를 끊어 안은 힘은
여전히 공포에 질려 하는 정다정을 보는 순간 권하윤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다정에게 있어 성인 남성에게 대항하는 건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정은 하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끝내 용기를 낸 거다.게다가 아까 도준이 때린 것은 아니냐고 물은 것도 예전에 장옥분이 맞고 살던 트라우마 때문일 거다.매일 어머니가 맞는 걸 봐왔으니 하윤도 똑 같은 일을 당한 거다.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팠지만 하윤은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걱정하지 마. 언니 남편은 언니한테 엄청 잘해줘. 때린 적도 없고. 일찍 자고 내일 아침 같이 식사하자.”다정은 도준과 하윤의 방을 힐끔거리더니 이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방에 다시 돌아가야 해요?”“응. 왜 그래? 잠이 안 와?”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다시 저었다.그러고는 하윤이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할 때,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등 뒤로 가져갔다.“언니, 아까 꽃병 깨뜨려서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제가 너무 바보 같았어요.”잇따라 일어난 하윤이 얼른 다정을 달랬다.“괜찮아, 내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구해주려던 거잖아. 언니 감동받았어.”하윤은 말하면서 다정을 방으로 끌고 가 침대에 눕히고 이불까지 덮어주었다.“잘 자고 일어나면 내일 모든 일이 잘 될 거야.”스탠드 램프만 켠 침실 안, 다정이 이불을 덮어주는 모습은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다정은 엄마가 그리워 눈물이 앞을 가렸다.“언니…….”다정이 이제 막 말하려던 찰나, 밖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뭘 그렇게 꾸물거려? 얼른 와.”도준이 다정을 잡으러 방까지 들어올까 봐 하윤은 서둘러 다정에게 작별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 때문에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다정의 모습을 눈치채지 못했다.……하윤이 방에 돌아왔을 때, 도준은 침대에 기대 있었다. 팔에 두른 붕대는 남자의 겉모습에 영향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색다른 매력을 더했다.이불을 허리까지 덮은 채 훤히 드러낸 복근과 스탠드 등 불
남자의 넓은 등에 가려진 불빛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하윤의 가느다란 몸을 완전히 뒤덮었다.뜨거운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숨결보다 더 뜨거운 남자의 시선이 드리우자 하윤의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하지만 도준이 놀라기라도 할까 봐 두려운 것처럼 숨소리를 가늘게 내며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였다.“할 수 있는 건 저도 더 생각해 봐야겠는데요.”그런데 하윤의 발은 뻔뻔한 그녀의 태도와 달리 자꾸만 들썩이며 도준의 다리를 툭툭 건드렸다.“아니면 제가 더 주물러 드릴까요? 저 요즘 밥도 많이 먹어 힘이 남아 돌거든요.”하윤의 교활한 웃음에 마음이 간질간질해난 도준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살짝 웃고는 앞으로 쑥 내미는 하윤의 손을 잡아 그 위에 입을 맞췄다.“그래? 그럼 이제 손 아프다고 하지 않겠네?”손등에 느껴지는 뜨거운 숨결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하윤은 손을 뒤로 뺐다.“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제가 말한 행위는 지극히 건전한 거거든요!”“그래?”그때 도준이 하윤의 목덜미에 숨결을 내뱉으며 말했다.“그러면 우선 할 일부터 하고 이따가 주물러.”“…….”창밖의 달빛이 바닥에 흩뿌려져 카펜 위를 밝게 비추었고 강하게 불던 밤바람은 동이 틀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잠잠해졌다.샤워를 마친 뒤, 침대에 누운 하윤은 몸에 힘이 빠져 몸을 뒤척이는 것조차 귀찮았다.하윤의 그런 모습이 재밌었는지 도준은 피식 웃으며 하윤의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고는 손등으로 그녀의 얼굴을 톡톡 쳤다.“어깨 주물러 준다며? 번복하는 거야?”“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 일어나지 못하겠어요.”아니나 다를까 한 손에 다 잡힐 듯 가는 허리에 커다란 손자국이 나 울긋불긋한 키스마크와 뒤엉켜 있었다.그때, 하윤이 눈물 머금은 듯한 촉촉한 눈으로 도준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흥, 마음 아파하지도 않고 주물러주지도 않고.”이제 갓 정사가 끝난 뒤라 불만 섞인 말투에 애교가 흘러 넘쳐 도준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그래, 돌봐줄게.”자기 체온보다 훨씬 뜨거운 손이
문이 열리자 한민혁은 목을 빼 들고 안을 슬쩍 보고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었다.“다 잔 거 맞지? 시작해도 돼?”조심스러운 한민혁의 모습에 민도준은 사정없이 그에게 발길질했다.“제대로 말해.”‘내가 뭐 어쨌다고? 발각될까 봐 조심하는 거잖아.’민혁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억울한 듯 구시렁댔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른 도준의 붕대를 갈아주었다.물에 축축해진 붕대를 풀고 새로 준비한 붕대를 가지려고 몸을 돌린 순간, 멀쩡한 팔을 보자 민혁은 순간 멍해졌다.“어, 붕대를 감아야 하는 팔이 어느 쪽이더라?”“…….”잠시 뒤, 있지도 않은 도준의 상처를 붕대로 감은 민혁은 떠나면서 다시 한번 침실을 흘깃거렸다.“형, 대체 언제까지 속일 거야?”“왜? 불만 있어?”날카로운 도준의 눈빛에 민혁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럴 리가. 그냥…….”이윽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하윤 씨가 억지 부리는 사람도 아닌데, 언젠가 알게 될 일, 다른 사람한테서 듣기 전에 형이 먼저 말하는 게 어때?”진심 어린 민혁의 조언에 도준은 또 담배 한 개를 입에 물더니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그냥 가라.”도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 챈 민혁은 얼른 목을 움츠린 채 도망쳐 버렸다.그로부터 얼마 뒤, 도준은 희뿌연 연기를 연기를 내뿜는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끄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하지만 방 문이 닫히는 순간, 비스듬히 열려 있는 객실의 문틈 사이로 다정이 맨발바람으로 서서 문손잡이를 꼭 잡고 있었다.……다음날.괴롭힘을 참지 못하고 끝내 눈을 뜬 하윤은 야릇한 도준의 동작에 몸이 달아올랐다.“뭐 하는 거예요? 왜 사람 자게도 못해요?”그때 등 뒤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도준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잇따라 들렸다.“누가 자지 말래? 하윤 씨는 잠 자고, 난 하윤 씨랑 자고, 서로 방해되는 것도 아니잖아.”하윤의 반항은 도준의 막무가내 앞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시각, 문 밖에서 유정인을 도와 아침상을 준
권하윤은 이상하게 행동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머리가 아파왔다. 한 명은 위험했고 다른 한 명은 안타까웠기에, 둘 다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하윤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테이블 살 때 좀 작은 걸 산 거 같아요. 둘이 같이 앉으니 약간 좁아 보이는데 제가 그냥 가운데에 앉을게요.”말을 마친 하윤은 민도준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움츠린 채 가운데로 의자를 옮겼다. 옆에서 유정인 아주머니 아주머니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네 사람은 족히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바라보며 의문을 품었다. ‘이게…… 좁다고?’자리에 앉은 후, 불안한 하윤은 도준의 그릇에 음식을 담아주며 말했다. “도준 씨, 아직 상처가 낫지 않았으니 많이 드시고 몸보신하세요.”도준은 하윤의 불안한 얼굴을 살피며 손을 들려 다가, 맞은편에 앉은 정다정이 갑자기 기침을 시작했다. 다정은 마치 무언가에 사레가 들린 것처럼 계속 기침하자 하윤은 바로 휴지를 건네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다정이 기침을 멈추자, 하윤은 뒤에서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하윤은 몰래 테이블 아래에서 도준의 무릎을 살짝 스치며, 눈을 깜빡이며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도준은 하윤을 무시하고, 나중에 다시 따질 것을 기다렸다. 이번 식사로 하윤은 심신이 굉장히 고단했지만 평온을 유지하려 애썼다.식사 후, 다정이 방으로 돌아가자, 하윤은 바로 일어나 도준의 뒤로 갔다. 하윤은 팔을 도준의 목뒤로 두르고, 턱을 그의 어깨에 대며 말했다. “도준 씨, 왜 이렇게 조금만 드시고 어떻게 배가 부르겠어요?”도준은 낄낄 웃으며 대답했다. “화가 너무 나서 그런가 보지.”하윤은 도준이 특별히 돌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정작 자신은 다정을 챙기느라 바빴던 것을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꼈다. 하윤은 도준의 팔을 흔들며 말했다. “미안해요, 도준 씨. 당신이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는데, 화내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까웠어요.”도준은 하윤이 귀찮게 하는 손을 떼어내며 비스듬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