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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여자친구가 있어

‘이건 아빠가 만들었던 동요잖아?’

이 곡은 인지도가 높은 곡이 아니다. 더욱이 교재 어느 곳에도 실린 적 없다.

‘그런데 다정이가 예전에 피아노를 배운 적도 없는데, 어떻게 이 곡을 알지?’

권하윤이 문을 열고 방에서 나오자 정다정이 건반 위에 있던 손을 얼른 내렸다.

다정이 놀라기라도 할까 봐 하윤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잘 치네. 계속 연주할 수 있어?”

격려를 받은 다정은 조심스럽게 손을 건반 위에 다시 올려 놓았다.

체계적인 학습을 거치지 않아서인지 실력은 당연히 전문적인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더듬더듬 멜로디만 따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 하윤은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이건 아빠가 만든 버전이 아니라 주림 선배가 리메이크 한 버전이잖아.’

주림은 처음 이 동요를 듣는 순간 트레몰로 기법을 사용하여 이성호에게 꾸중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단순한 멜로디 때문에 창작의 여지가 많아 주림은 자주 다른 버전으로 리메이크해 연주하곤 했다.

다정이 연주를 끝내자 하윤은 다정의 옆에 앉아 수다를 떠는 투로 다정하게 물었다.

“이 동요 누가 가르쳐줬어?”

“주림 오빠요…….”

분명 예상했던 대답이었지만 하윤은 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주림, 장옥분, 흥덕 마을…….’

‘아, 주민수 할아버지의 딸이 있는 곳이 아마 흥덕 마을이라고 했지?’

그제야 모든 퍼즐이 하나 둘 들어맞았다.

“네가 말했던 이웃집 아주머니가 주림 오빠였어?”

“주림 오빠 어머니예요.”

다정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런 거였어?’

다정과 대화하는 도중, 하윤은 주림의 어머니가 주영애라는 여자이고, 흥덕 마을에서 분식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건 주민수가 말했던 것과 딱 들어 맞았다. 주림은 아버지 없이 어머니 주영애의 손에서 어렵게 자랐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올라가던 때쯤, 주영애가 마을에서 분식집을 차리면서 형편이 좋아졌다.

‘나와 다정이 인연도 보통 인연은 아니네.’

하윤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이 노래 언니도 아는데, 내가 뒤에 부분 가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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