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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영원히 회복되지 않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든 그 일만 떠올리면 권하윤은 심장이 욱신거렸다.

그 사람은 하윤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자 하윤을 가장 아껴주던 아버지니까.

하윤이 어릴 때부터 가장 존경하던 사람이니까.

민재혁은 눈시울이 붉어진 하윤을 보자 눈에서 계략이 번뜩였다.

“그 집안에 딸 하나가 있는데 피치못할 사정으로 떨어져 지내 가족이 서로 만나지도 못한다던데…….”

“그만!”

하윤은 싸늘한 눈빛으로 민재혁을 쏘아봤다.

“무슨 뜻이에요? 도준 씨를 상대하지 못하겠으니 이젠 저를 공격하겠다는 건가요? 아무리 패했다고 해도 너무 구차하게 구는 거 아닌가?”

하윤의 말이 마침 민재혁의 아픈 곳을 찔렀는지 민재혁의 표정은 더욱 음침해졌다.

하윤은 일부러 이렇게 말한 거다. 민재혁한테 끌려 다니고 싶지 않아서 민재혁 스스로 참지 못하고 자기 목적을 토해내게 만들 심산이었다.

민재혁의 흔들리는 표정을 보자 하윤은 말을 보탰다.

“도준 씨와의 대결에서 진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도준 씨는 처음부터 후계자의 자질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라 언제나 빛나는데 누구는 시궁창에서 모략이나 꾸미는 신세였으니.”

“어릴 때부터 도준 씨를 많이 질투했었죠?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대결에서 졌으면서 불만을 품고 버둥대면 버둥댈 수록 비참한데. 지금이라도 도준 씨한테 무릎 꿇고 빌면 아마 도준 씨도 너무 심하게 하진 않을 거예요.”

민재혁의 표정은 여전히 냉정해 보였지만 한껏 쳐진 눈꼬리에서 지금 그의 속이 평온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는 이시윤 씨도 마찬가지 아닌가?”

민재혁은 한 걸음 한 걸음 하윤에게 다가갔다. 그 사이 나무 그늘이 그의 얼굴에서 계속 움직여댔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한테 아첨하고 빌붙는 꼴이라니 나한테 그런 말 할 처지가 아닐텐데?”

“…….”

오늘의 날씨는 무척 개였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고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다.

멀리서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고 분명 장례식이지만 새로운 사람이 가문을 계승하게 되어서인지 오히려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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