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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너 때문에 

민도준의 짙은 눈동자가 권하윤의 몸을 한번 훑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화를 할 때가 아니라서 할 수 없이 손을 들ㄹ어 하윤의 머리를 눌렀다.

“착하게 굴어.”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온기는 검은 머리카락 너머에 전해지지 못하고 그저 표면에 맴돌다가 사라졌다.

하윤은 검은 옷을 입은 도준이 사람들 앞에서 향을 손에 들고 제사를 지내는 걸 멀리서 바라봤다.

희뿌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 방향이 마치 민씨 가문의 앞으로의 방향을 명시하는 것 같았다.

그 뒤는 하윤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영혼을 가식적인 웃음 뒤에 묶어 둔 채 사람들을 배웅했다.

도준은 역시나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하윤이 아무리 곁에 있어도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는 뜨거운 시선은 막을 수 없었다.

한때 하유도 그 중 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피곤하기만 해 화장실에 가겠다는 핑계를 대며 인파를 벗어났다.

“쏴-”

물줄기가 손을 훑고는 번쩍이는 세면대에 떨어지더니 이내 하수구로 흘러 들었다.

수도꼭지를 잠근 하윤은 고개를 들어 거울에 비친 영혼 없는 듯한 여인을 바라봤다.

‘울면 안 돼.’

‘추태를 부려서는 안 돼.’

‘도준 씨가 나중에 말해준다고 했잖아.’

‘이제 몇 시간 밖에 안 남았으니 기다릴 수 있어.’

하윤은 애써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표정이 너무 어색해보이지 않는 걸 확인한 뒤에야 화장실을 나섰다.

하지만 화장실을 나서자마자 의외의 인물을 발견했다.

“장 집사님?”

장 집사는 몸을 돌려 하윤을 바라봤다.

민상철이 세상을 떠서인지 원래 정정하던 장 집사는 하루아침에 늙은 것 같아 보였다. 나무 껍질 같은 피부가 푹 꺼진 눈을 덮고 있어 더 그런 모양이다. 그는 하윤을 보자마자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시윤 씨, 혹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하윤은 장 집사가 사적으로 자기를 찾아온 것에 대해 의문이 들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장 집사는 이 묘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적어도 하윤 보다는. 그는 곧바로 하윤을 데리고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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