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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소원 

순간 민도준이 자기를 괴롭혔던 사람을 어떻게 처리했던지 기억났다.

하지만 그 상대가 공은채로 바뀌니 벌을 받는 사람은 오히려 하윤과 하윤의 가족으로 변했다.

‘참 잔인하네.’

하윤이 나무 그늘 아래에서 멍 때리고 있을 때 앞에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더 겹쳤다.

하지만 반응마저 무뎌진 하윤은 한참이 지나서야 사람을 발견하고 고개를 들었다.

하윤의 앞에 선 사람은 낯선 남자였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깊은 눈동자 그리고 남회색 눈동자를 갖고 있었다.

갈색 곱슬머리에 양복을 입은 남자는 마치 옛날 영화에서 걸어 나온 영국 신사 같았다.

하지만 남자의 표정은 신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시각, 남자는 눈살을 찌푸린 채 하윤을 바라보다가 하윤이 얼룩 고양이 같은 얼굴을 들자 뒤로 두 걸음 정도 물러섰다.

순간 미간이 더 움푹 파여 들어가더니 양복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넸다.

“이거 써요.”

그 눈빛은 마치 길고양이한테 먹이를 주려다가 더러워서 머뭇거리는 사람 같았다.

하윤은 이 낯선 남자가 왜 갑자기 다가와 서로를 불편하게 만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자기 모습을 정리해야 했기에 손수건을 받아 들었다.

하지만 하윤이 손수건을 잡으려는 찰나 남자가 손을 놓아버리는 바람에 손수건은 하윤의 다리 위에 어졌다.

하윤은 언짢은 듯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죠?”

평소 같았으면 절대 낯선 사람한테 이런 태도로 말하지 않았을 텐데 상대의 행동이 너무 언짢아 말투가 좋을 리 없었다.

“혹시 소원 있어요?”

남자가 또박또박 내뱉은 말에 하윤은 어리둥절했다.

“뭐라고요?”

“그쪽 소원 하나 들어줄 수 있어요.”

하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너무 황당했다.

“이봐요, 설마 당신이 제가 불러낸 램프의 요정 지니라는 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죠?”

상대방은 하윤의 비아냥거리는 말투에도 자기 말만 해댔다.

“잘 생각해 봐요. 생각나면 전화 줘요.”

남자는 말하면서 명함 하나를 꺼내 하윤과 약 세 걸음 떨어진 화단 옆에 놓고는 떠나버렸다.

남자는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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