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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잔인함 

권하윤은 자기가 민도준을 당해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건 도준을 알게 된 그날부터 자각한 일이다.

두 사람이 엮인 그날부터 하윤에게는 이 모든 걸 끝낼 권리조차 없었다.

하윤의 몸과 마음은 모두 도준에게 지배되었고 도준은 그저 사냥꾼처럼 하윤이 점차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는 걸 지켜봤다.

이에 하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젓가락을 든 채 밥을 먹기 시작했다.

심지어 도준이 짚어주는 것대로 모두 받아먹었다.

이미 배가 불렀으면서 억지로 꾸역꾸역 삼키는 하윤을 보자 도준은 그녀의 손에서 젓가락을 뺏고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말해 봐, 뭘 알고 싶은데?”

“제 아버지의 죽음이 도준 씨와 관련 있어요?”

“꼭 관련이 있는 건 아니야.”

“말장난 하지 마요! 제 아버지를 해치는 일을 한 적이 있어요?”

도준은 그 말에 고개를 돌려 반문했다.

“그런 짓을 하고도 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하윤은 목이 멨다.

예전이었다면 자기 아버지는 절대 그런 일을 했을 리 없다고 반박했을 테지만 이 순간 하윤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때 뜨거운 손바닥이 하윤의 볼을 쓰다듬으며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

“내가 아니더라도 하윤 씨 아버지는 살지 못했을 거야.”

하윤은 도준의 손을 뿌리쳤다. 이 순간 가슴 속에 수많은 감정이 쌓였다.

분노, 수치심, 의문, 그리고 고통까지…….

모든 감정이 좌충우돌하며 하윤의 정신을 괴롭혀 하윤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제 아버지는 공은채 씨를…….”

“착하지, 이거 말고 다른 거 물어봐.”

하윤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도준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화를 내지 않아요?”

‘만약 아빠가 공은채를 강요하여 그런 짓을 벌였다면 도준 씨가 왜 화를 내지 않지?’

도준은 여전히 변함없는 표정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내가 왜 화를 내야 하지?”

“도준 씨는 공은채 씨를 좋아하잖아요.”

“그것도 맞긴 해. 좋아했지”

또다시 확인을 받자 하윤은 이제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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